푸 른 밤 - 나희덕-

2024. 9. 12. 00:13블로그 에세이/좋은시

 

 

푸른 밤

                                                          - 나희덕 -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개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개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길을 나는 걷고 있는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개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해와 달처럼

늘 걷도는 운명도 있는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보이지않는

운명의 줄에 매달려

만남에서부터

어긋나기도 하는 인연...

아지 못하는 어떤

지난 업이라도 있었나

생각하게 만드는 악연도 있다

전생을 믿지 않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믿게 되는지 이해가 간다

살아서는 알수 없는 일이니

나자신 신비의 영역에

묻어둘 수밖에...

하지만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 어떤 맞물림속에서...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나

되짚어 본다

그러나

그래도

.

.

.

스스로 지켜야할

자존이 분명 서로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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