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에세이/좋은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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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 -나희덕-
푸 른 밤 - 나희덕 - 너에게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그 무수한 길도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루박 그러나 매양 떠올린 것은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모든 지름길을 돌아서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 이었다
2024.12.20 -
너를 위하여 -김남조-
너를 위하여 -김남조-나의 밤 기도는 길고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가만히 눈뜨는 것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갓 피어난 빛으로만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내 사람아쓸쓸히검은머리 풀고 누워도이적지 못 가져 본너그러운 사랑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내 사람아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2024.11.16 -
강 -황인숙-
강 -황인숙-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나한테 토로하지 말라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당신이 직접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강가에서는 우리눈도 마주치지 말자.
2024.10.31 -
너를 잃고 -김수영-
너를 잃고 -김수영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억만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억만 걸음 떨어져있는너는 억만개의 모욕이다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억만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나의 생활의 원주 우에 어느날이고늬가 서기를 바라고나의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하여지기 바라고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하여지는 무렵나는 또하나 다른 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나는 또한 영원한 늬가 없..
2024.10.25 -
직녀에게.. -문병란-
직녀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단 하난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면돗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사방이 막혀 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그대 손짓하는 연인아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우리는 다시 ..
2024.10.15 -
시 -이창동-
시 -이창동-그곳은 어떤가요..얼마나 적막 하나요..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차마 부치지못한 편지..당신이 받아볼수 있나요..하지못한 고백 전할수 있나요..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시간..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오지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서러운 내발목에 입맞추는 풀잎하나..나를 따라오는 작은 발자욱 에도..작별을 할시간.. ( 이창동 감독의 "시.. " )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