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에세이/좋은시(19)
-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흐르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밤이 오고 종소리는 울리고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흐르는 동안 밤이 오고 종소리는 울리고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사랑은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인생은 얼마나 지루하고 /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밤이 오고 종소리는 울리고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하루하루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
2024.07.05 -
비가 옵니다 - 주 요 한 -
비가 옵니다 - 주 요 한 -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한 깃을 벌리고 비는 뜰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볕에서도 봄이 흐를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어둔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위에 창?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2024.04.07 -
슬픈 이름은 언제나 그림자 같습니다 -장현수-
슬픈 이름은 언제나 그림자 같습니다 -장현수- 결코 부르지 못할 이름은 아니라 하여도 그리 쉽게 불리워질 이름은 아닐것이라 믿습니다 기억속에 담은 보고픔이기에 언제까지라 답 할 수 없는 그리움 안고 사는 나는 그 누가 뭐래도 내 그리움이라 이름하여 하늘에 붙였습니다 갈잎지는 길을 따라 그대 마음 가까이 다가서면 혼자핀 들국화 배시시 웃어 줍니다 흔적없는 그림자 그대곁에 숨어핀 달맞이 꽃처럼 함께 웃고 함께 울며 따라 나선 내 이름은 그대 슬픈그림자 입니다
2024.04.04 -
늙어 가는 아내에게 -황 지 우-
늙어 가는 아내에게 -황 지 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 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 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 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2024.03.10 -
12월의 독백 -오광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2024.02.03 -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것은.. -조병화-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어려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202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