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9 화 아름다운 복수

2024. 11. 15. 01:05음악이 흐르는../음악에세이

 

 

(M) 주제음

 

남  나는 이혼을 준비 중이다

    모든 것은 아내 탓이다

    결혼해서 함께 살아온 1년 동안

    우리는 큰 다툼 한번 해 본적이 없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바로 문제다 

    애정이 없기 때문에 싸울 일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만남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M)

 

(E) 기차 가는 소리 

남  1년 3개월 전. 

    경기도에서 통근열차를 타고 다니던 내 눈 속으로

    한 여자가 들어왔다

    화장기는커녕 핏기 한점 없는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뭔가 사연을 간직한 듯한 분위기에

    왠지 매료되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곳을 보는 척 하면서 흘끗흘끗 그녀를 훔쳐보고 있었는데

    긴 머리를 쓸어올리던 그녀의 눈에서

    물기가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는데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난 내가 내릴 곳도 지나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M) both sides of road 

 

(E) 걷는 소리

남  그녀를 따라 내린 나는

    뒤를 졸졸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볼까... 고민고민하던 나는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탁 치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남  야! 너.... 혜림이지?

여  네?

남  혜림이 아냐? 6학년 때 3반 오혜림

여  아닌데요

남  에이 아니긴! 얼굴이 딱 혜림인데. 

여  아니라니까요

남  야야... 너 챙피해서 그래? 왜~ 이뻐졌는데~~

 

남  나도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는지 모르겠다

    일단은 그녀를 내앞에 잡아둬야겠다는 생각에

    정신 없이 떠들어댔던 것 같다

    그러자...

 

여  정말 아니라는데, 왜 자꾸 이러세요~~(갑자기 엉엉 울어버리는)

(M)  Bic Runga - Something Good 

 

남  기차역 플랫폼에 서서 한참을 우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그렇게 서 있었다

    잠시 후 눈물을 쓱쓱 닦은 그녀가 말했다

 

여  저 오혜림 아니니까요. 그만 가볼께요

남  아 잠깐만요. 

여  왜요

남  제가 울려서 죄송하니까요, 커피 한잔만 사드리면 안될까요?

 

(E) 자판기에서 컵 떨어지는

 

남  의외로 순순히 나를 따라온 그녀와 함께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눈부신 가을햇살이 작은 기차역에 쏟아지고 있었고 

    작은 화분속에서 피어난 꽃들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내옆에 앉은 그녀는 

    그저 나를 핑계로 잠깐 쉬어가고 있는 듯 했다

    

남  이 근처에 사세요?

여  아니요

남  그럼.... 놀러오신거에요?

여  아뇨

남  그럼요?

여  ...... 그냥 좀 울고 싶어서 아무데서나 내렸어요

남  아..... 제가 여기서... 왜 울고 싶었냐... 그런 거 물어보면 실례겠죠?

여  ..................

남  대답 안하셔도 돼요.

여  이 얘기가 무슨 뜻 같은지 들어보세요

남  .........?

여  산을 바라보면 산과 하늘이 다 보이지만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만 보인대요

남  ..........? 

여  제 친구가 오늘 아침에 저한테 한 얘기에요

남  .......예.... 그런데 전 무슨 뜻인지 통 모르겠는데요

여  제 친구 말이요... 산은 친구구요. 하늘은 사랑이래요. 

    친구를 바라볼 땐 친구도 보이고, 사랑도 보이지만요

    사랑을 바라볼 땐 사랑밖에 안 보인다는거죠

    고개를 뒤로 이렇게 젖혀서 하늘을 보면

    하늘밖에 안 보이잖아요

남  ......네... 그런데 그런 얘기를 왜 친구가....

여  제 친구가 제 약혼자를 사랑한대요

    제 친구는 지금 하늘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저는 눈에 안들어온대요. 그래서 미안하대요

(M)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 - 엄정화 

 

남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창백해진 얼굴에서 더 흐를 눈물도 없을 것 같은데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여  ........서로 좋아한다는데, 제가 비켜줘야겠죠?

남  .....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못된 구석이 있잖아요

    안되는 관계다 싶으면 더 끌리고....

여  처음에 제 친구를 남자친구에게 소개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겠죠

남  그건 모르는 거죠. 그때 만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났을 수도 있잖아요

여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남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살다 보니까 인연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여  그치만 지금은 타이밍이 너무 나빠요 

    어제 혼수로 주문한 가구며 전자제품들이 다 도착했는데....

    (목메는) 그건 뭐라고 하면서 돌려보내죠?

    친구한테 남자를 뺏겨서 결혼이 취소됐다고 그러면 되나요? (훌쩍이고)

남  아니... 그러지 말구요. 그냥 냅두세요.

여  네?

남  아니 뭐, 어차피 결혼 아예 안할 것도 아니고... 그냥 놔뒀다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때 가져가면 되잖아요. 

여  (어이없는) 그게 말이 돼요?

남  왜 안돼요? 아니 뭐... 정 그러면.... 예정된 날에 결혼해요. 저랑요.

(M) 사랑해도 될까요 

 

남  그날 처음 본 여자에게 그런식으로 청혼을 하는 것도 웃겼지만

    그걸 받아들인 그녀도 참 웃기는 여자였다

    내 얘길 들은 그녀는 좀 걷자고 하더니

    플랫폼 끝에 서서 입을 열었다

 

여  정말 그럴까요?

남  .........예?

 

남  내가 말해놓고도, 그녀가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기 때문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남  ......진짜요?

여  그럼... 그냥 장난으로 해본 말이었어요?

남  아뇨. 그건 아니고.... 순간적이긴 했지만, 그 순간엔 진심이었어요

여  그럼 됐어요. 

남  저기....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M) 김연우 - 연인 

 

(E) 웨딩마치 + 박수소리 

남  우린 그렇게 결혼했다

    만난 첫날 청혼하고, 3개월만에 준비해서 말이다

    모두들 불꽃 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그렇게 서둘렀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3개월 동안 

    나는 항상 불안해 보이는 그녀의 눈빛 때문에

    마음을 졸여야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E)밥먹는 소리

남  국 맛있는데요?

여  .............

남  은서씨!!

여  (깜짝) 네?

남  국이 맛있다구요

여  네... 다행이네요. 미역국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남  네. 고마워요. 아침마다 이렇게 밥 하기 힘들텐데... 그냥 토스트 같은 거 

    구워줘도 돼요

여  아니에요. 어차피 전 아침잠 없어요

 

남  우린 드라마 속에나 나올 듯한 모범적인 부부처럼 

    서로를 대했다. 언제나 우울해 보이는 그녀의 옆모습은

    짠한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해줬지만

    한편으론 서운한 마음도 품게 만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떠나간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M) 난 안되겠니 - 발리 OST 

 

남  자연스럽게 내 귀가 시간은 늦어졌고

    주말에도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치러 가거나 낚시를 하러 갔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땐 왠지 숨이 막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전혀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게 더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E)  열쇠로 문 열고 들어오는

여  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요. 벨 누르면 열어줄텐데~

남  그냥요. 뭘 번거롭게... 

여  밥은 먹었어요?

남  네...

여  봉덕씬 왜 나한테 계속 존대말해요?

남  네?

여  아니... 같이 산지 반년도 지났는데, 한번도 말을 편하게 하는 것 같지 않아서요

남  그건 은서씨도 마찬가지잖아요

여  ......네.... (사이) 그럼 씻으세요. 과일이라도 내드릴까요?

남  아니에요. 그냥 잘래요.

(E)  문 닫고 들어가는

(M)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 신승훈 

 

남  그러던 어느날, 퇴근 후 여느 때처럼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오던 나는

    아내가 울고 있다가 얼른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았다

    

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여  네? 아니에요. 

 

(E) 문 닫고 들어가는

 

남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왠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잠깐 소파에 앉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기의 수신 번호를 눌러보았다

    역시....

    아내의 전화기에는 그녀의 약혼자 이름이 또렷이 찍혀 있었다

    그에게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날 이렇게까지 기만할 수 있단 말인가

    배신감에 치가 떨렸다

    그날 밤 저녁 식사 시간

    우리는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E) 밥 먹는 소리 

 

여  저... 내일 일찍 들어오실 거에요?

남  왜요?

여  내일 저녁에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

남  ............. 누구랑요

여  ....................친구랑.....

(E) 젓가락 탁 놓는

남  그래요. 뭐 그런 것까지 허락 받을 필욘 없잖아요

    내가 당신 가둬놓고 감시하는 간수도 아니고....

여  여보....

남  나 바람 좀 쐬고 올테니까 먼저 자요 

(E) 문 쾅 닫고 나가는 

(M) 사랑할수록 - 부활 

 

남  아파트 공터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아내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금 내 마음이 아픈 것처럼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을까

    그러던 끝에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아내가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서 

    나 없이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

    그녀에게서 떠나는 것이다

    그 방법만이 그녀가 나처럼 아프게 만들 수 있다

( M) The Last Waltz (미도테마) - 올드보이 

 

남  그리고 난 달라졌다

    우선 어색한 존대말을 거두고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로 했다

 

남  오늘 저녁에 뭐 입고 나갈거야?

여  네?? 

남  왜? 언젠 존대말 불편하다고 말 편하게 하라며~

여  아... 그러세요...

남  당신두 그렇게 해. 어차피 우리 동갑인데 뭐

여  그건 그렇지만....

남  이거 입고 나가라. 갈색.. 가을 분위기 나고 이쁘네

여  안이쁘게 나가도 돼요...

남  왜~ 모처럼 외출하는 건데 화장도 잘 하고 옷도 이쁘게 입고 그러고 나가

    가서 재밌고 놀고 밥도 맛있는 거 먹고... 그러다 들어와

여  .......고마워요

남  너무 늦으면 전화하고... 내가 데리러 갈게

여  ..... 당신 오늘 좀 이상해요

남  내가 왜. 내가 내 마누라 챙기겠다는데 뭐가 이상해~ 

    아 배고프다. 나 아침부터 주라.

(M) 운명 - 풀하우스 

 

남   그날 저녁 아내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들어왔다

(E) 문 열고 들어오는

여  일찍 왔어요?

남  그럼~ 당신 없는데 내가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다 했지

여  ...... 힘들었겠다...

남  친구는..... 잘 만나고 왔어?

여  그냥요.... 저 먼저 씻을께요

남  잠깐만...

여  왜요?

남  짠~~!!

 

남  난 준비했던 꽃다발을 아내에게 안겨 주었다

 

여  여보.... 

 

남  그녀는 감동하는 눈치였다. 

 

여  당신도 이런 거 줄 줄 알아요?

남  미안해. 그동안 꽃 한번도 못 사주고... 앞으론 내가 맨날맨날 사줄게

여  너무 예뻐요...

 

남  아내가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게 행복해해라...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에 이별을 말해주리라...

(M) 나쁜남자 

 

남  여보. 우리 이번 주말에 여행갈까?

여  여행요? 당신 친구들이랑 약속 없어요?

남  친구들보단 당신이 중요하지. 우리 남이섬 갈래?

    우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 기차 타고 가서... 자전거도 타고

    도시락 같은 것도 싸가지고 가서... 어때?

여  좋아요~~ 그럼 김밥 쌀까? 

 

남  아내의 얼굴에서 저렇게 설레는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 E)  김밥 써는 소리 

 

여  여보. 김치 김밥 싸요. 괜찮죠?

남  어. 난 좋아. 

여  샐러드도 만들어야지~~ 

 

남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려고 시작한건데

    좀 이상하다.

    왠지 나도 조금씩 행복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M) 나에게로의 초대 - 신해철

 

( E)기차 가는 소리 

남  아내와 나는 나란히 앉아 김밥도 나눠먹고

    디지털 카메라로 서로의 얼굴을 찍어주기도 했다

    창밖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유치한 장난을 하며 철없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리가 만나고 이렇게 즐거웠던 시간은 처음이었다

 

여  봉덕씨. 그런데 봉덕씨 이름은 왜 봉덕이에요?

남  음.. 우리 아부지 성함이 마봉팔, 어머니 성함은 김덕자잖아. 

    봉팔의 봉, 덕자의 덕. 이렇게 한자씩 따서

    봉덕이라고 한거지 

여  정말이에요? 아하하.... 너무 웃긴다....

남  웃기지. 크면서 내가 맨날 투덜댔거든. 봉덕이가 뭐냐고.

    그럼 우리 엄마 아부지 정색을 하시고 그러셨어

    봉팔이가 어떻고 덕자가 어떻냐고. 두분은 서로의 이름이 

    세상에서 제일 세련되고 이쁘시다고.

여  시골 어머님 아버님 금술 참 좋으세요

남  응. 칠순 바라보는 나이에도 서로 참 아껴주고 좋아해주는 거 보면

    저런 게 인연인가보다... 싶어. 

여  ............. 그럴까요? 인연이 그런걸까요? 

(M) 너에게로 또다시 - 서영은 

 

남  남이섬에 도착한 우리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커플 자전거를 타고 낙엽이 막 지기 시작한 

    오솔길을 질주하며 소리를 질렀다

    저녁 무렵엔 모닥불 속에 감자를 넣어놓고

    구워 먹기도 했고

    서로의 입가에 묻은 검댕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여  나.. 실은 할 말 있어요

남  ... 뭔데?

여  얼마 전에 친구 만나러 간다구 나간 적 있잖아요

남  ......어...

여  그때...실은 친구 만난 거 아니에요. 사실은....

남  됐어. 얘기 안해도 돼

여  .... 알고 있었어요?

남  ...... 그냥.... 꼭 그렇게 확인시켜 줄 필욘 없잖아. 

    나도 사람인데 기분 좋을 리도 없고....

여  미안해요. 꼭 한번은 만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남  .... 그래....

여  그런데 나 정말 놀랐어요. 

남  뭐가?

여  그 사람 만나서 저녁을 먹는데, 자꾸만 집에 가고 싶은 거에요

    그사람이 뭐라고 하는데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당신 저녁은 먹었을까, 집에 들어왔을까... 그런 걱정만 들고...

    따분하고... 피곤하고....

남  ....... 정말 그랬어?

여  그래서, 만난지 1시간만에 일어나서 들어왔잖아요

남  ....... 그랬구나

여  그래도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인데 좀 애틋하거나 그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그땐 몰랐는데... 얼굴에 점은 왜 그렇게 많든지...

    만나보니까.... 아무 것도 아니더라 정말... 

(M) 그대 내게 다시 - 김건모 

    

남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아내는 내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노을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내가 처음 기차안에서 보았던 그때처럼 아름다웠다

    

여  (부스스) 나 오래 잤어요?

남  아냐. 더 자.

여  음..... 정말 행복하다...

남  ..... 뭐라구?

여  행복하다구요.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에요.

    나 당신 때문에...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남  이런 말을 이렇게 쉽게 하다니.

    내가 기다렸던 말인데 

    이제 그녀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는데....

    난 아무 말 못하고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여  왜요... 왜 그렇게 봐요

남  ...... 

여  응? 뭐 할 말 있어요?

남  어...

여  뭔데? 

남  당신... 정말 예쁘다구...

(M) 영화보다 행복해 - 조트리오 

 

(E) 기차 가는 소리 

남  서울에 도착했다

    아내는 미소를 띈 얼굴로 내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

    곧 내려야 하는데도

    난 아내를 깨우지 못하고 있다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기는커녕

    그녀의 단잠조차 깨우기 싫을 정도로

    난 그녀를 사랑하게 돼 버렸다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내가 더.... 사랑하게 돼 버렸다

(M) 주제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