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2. 00:38ㆍ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서울..
북촌 한옥마을..
나무그림자가 길어지면서 저물 저녁이면 쏟아져 나오는 퇴근길 직장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엉켜 북촌 거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식당가 역시 예외없이 아우성 이다..
종로 안국역 헌법 재판소 건너편 막다른 골목 인듯한 그 길의 끝에 아담한 한옥 한채가 길을 막고 서있다..
그 끝에 서면 " 어.. 여기가..? " 하는 조금은 놀랄만한 의외의 감탄사를 뱉게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현대무용가인 최승희 선생이 살았던 집터이자 지금은 한정식당 으로
운영중인 한뫼촌 이다..
입구에 다다르면 최승희의 집터 라는 작은 간판이 벽에 걸려있다..
한국의 이사도라 턴컨으로 불리던 최승희..
남북을 잇는 전설의 무희로 장구춤..부채춤..보살춤..승무와 현대무용에 이르기 까지 최승희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춤꾼으로 사랑을 받았다..
예전에 강원도 홍천에서 펜션을 운영할때 용수리 가는길에 최승희의 생가가 있다는건 방문해 본적이 있어
알고 있었지만 서울 종로의 한복판에 그녀가 살았던 집터가 있다는건 새로운 발견이 아닐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엔 작은 화단과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가 굳이 꾸미지 않아도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린 전통의 미를 엿볼수 있게 한다..
정겨운 한옥집..
마당 한가운데서 올려다 보는 파란하늘..그리고 기와지붕..
오래된 것의 편안함..
해방후 최승희는 친일 경력이 문제가 되어 남쪽에서 거주 할수 없게 되자 6.25때 문학평론가인
남편 안막을 따라 월북했다가 숙청 된후 그후에 행적이 불분명하다..
북한 에서는 뒤늦게 최승희를 애국열사로 칭하고 있다..
근처에서는 어느만큼 입소문이 나있는터라 예약을 하는게 좋을듯하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식당안의 모습은 예상대로 정갈하다..
불필요한 물건들이 쌓여있지 않아 시선이 머무는곳이 불편하지 않다..
방 마다 테이블이 두 세개씩 있고 테이블 마다 가림막이 있어서 손님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복잡한 느낌없이 일행 끼리 프라이빗 하게 방 에서 조용히 식사 할수 있었다..
메뉴가 몇가지 있었는데 무엇으로 주문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ㅋ
물김치에 죽..
무슨 죽인가..
모르겠다..
그냥 맛있으면 된다....ㅋ
생채소 셀러드..
쌉싸름한 채소와 드래싱이 잘 어울린다..
이렇게 사소한 재료로 고습스런 음식을 만들수 있다는데에 엄지 손가락을 들수밖에 없다..
짜지않고 슴슴하면서 건강한 맛 이다..
코스로 나오는 음식 이기에 하나하나 음미 하면서 먹어야 한다..
음식은 전체적으로 짜다거나 질기거나 하지 않고 입안에 적당한 식감이라 어른들을
모시고 오기에도 적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간간히 마당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 한가운데서 앵앵대는 고추잠자리의 모습이
한층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한다..
" 나 를 살리는것은 충분한 음식이지 훌륭한 말이 아니다.. " 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ㅋ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 지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좋은음식을 먹어야 한다..
정감있는 나무그릇과 놋그릇.. 도자기..소쿠리등에 음식이 담겨나와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져 입이 즐거운걸로 보아선 좋은음식 임에는 틀림이 없는것 같다..
흔한 것 같지만 집 에선 잘 해먹을수 없는 나물이다..
시금치..취나물..시래기,,등 다섯가지 모둠나물에 밥 을 비벼 먹으면 좋다..
죽..물김치..더덕구이..가지찜..생채소..잡채..한우불고기..우럭구이..
쌈채소와 각종나물..된장찌게와 밥..떡과 디저트..가 끝날때 까지 차례로 입장한다..
된장찌게에 흰 쌀밥..나물모둠과 두룹쌈.. 그리고 여러가지 밑반찬..
살이 통통하고 간이 잘밴 우럭구이도 한마리 통으로 구워나와 아줌마가 직접 발라 주신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모든음식 들이 자극적이지 않고 입에 맞아 구미가 당겼다..
디터트 까지 마치고 나면 소박하지만 재료의 참맛을 느낄수 있다..
사람은 그 의 말에 성품과 인격이 나타나듯이 음식에도 만드는 사람의 철학과 인품이 담겨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소박한 음식을 정성스럽게 마련하고 즐겁게 받아먹으니 건강할 수 밖에 없은 음식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정갈하고 다양한 음식..
더욱이 최승희 선생이 살았던 집터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좋은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은곳으로
저정버튼을 꾸~욱 눌러버렸다..^-
자....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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