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4. 00:27ㆍ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굳이 가을과 커피를 말해 무얼할까..
때로는 씁쓸함이 깊어지다가도 뒤따르는 단맛의 아련함에 빛깔과 향기가 자매처럼 닮아 있는걸..
그래서일까..
가을이 되면 유난히 짙은 커피향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커피를 잘마시지 않지만 가끔 한잔씩 마시는 그 향만은
잊지않은 탓이다..
가을날의 커피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고독한마음 한잔을 마시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때..
독버섯같던 그리움이 승화되어 아련한 추억으로 쌓여가고 여린가슴에 못자국처럼 새겨졌던
그리움도 이제는 밤하늘의 별처럼 아롱져 맺혀져 버렸다..
사랑과 그리움의 잔상에 조금 아파져와도 절대 가을탓으로 여기지 말자했다..
행여 생겨날 허한 가슴시림과 체한듯 뻐근한 가슴앓이도 차라리 가을이준 선물이라 생각하자했다..
어디선가 커피 볶는 향기가 풍겨왔다..
해변가득 펼쳐진 강릉의 안목해변은 라때처럼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가 끝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작은 커피잔 안에는 어느새 커다란 행복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도 사람들이 많을줄은 몰랐다..
해변을따라 끝없이 길게 늘어선 상가들과 2층..3층의 창가에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이긴 했지만 그들은 코로나쯤은 안중에도 없는듯했다..
다행히도 마스크는 다들 쓰고있었지만 몰려든 사람들만 본다면 지금이 과연 코로나시대가 맞는지
정말 깜짝 놀라게 했다..
전망좋은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철지난 가을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나 한잔하려던 소박한 꿈은
앉을자리조차 없어 보였지만 카페에 들어가싶은 마음조차 사그러들게 했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주말에는 보지않아도 가히 짐작이 갈만했다..
주차를 할곳조차 마땅치않아 계속지나치다가 마침 나가는차를 기다리다가 겨우 주차를 했다..
이곳 안목해변의 커피거리는 처음엔 여느 해안가와 마찬가지로 횟집과 식당 몇군데가 있었을뿐 이었다..
전설이된 1세대 바리스타 1서3박..
예전에도 한번 쓴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바라스타 계보를 찾아올라가면 1서3박이란 말을
쉽게 찾아볼수가 있다..
1서는 바리스타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80년대를 풍미한 故서정달을 말하고 3박은
90년대를 대표하는 故박원준..박상홍..박이추를 말한다..
그들이 이곳에 둥지를 튼이후부터 차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지금의 커피거리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현역으로 바리스타를 계속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박이추의 커피공장이 이곳에서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고래가 되고픈 사람들은 커피 한 잔 마시고 먼 바다로 떠나는데 떠나지도 못하는 나는
바다를 보며 커피만 마셔 댄다..
하루 종일 바다만 보인다..
하루 종일 바다만 보았다..
딴 생각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 본다..
참 좋다..
또다시 바다에 섰다..
보고싶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가을은 저 혼자서 추억을 불렀다..
마음을 전하지 않아도 가을은 저 혼자서 사랑을 익혔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그만두고 싶은게 사랑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런사람도 없지만 내삶에서 사랑은 언제나 그랬다..
행복이지만 늘 아팠다..
그렇지만 열정적으로 사랑을 해야한다는 마음에는 변함이없다..
내가 꼭 완수하고 책임져야 할 내 일처럼.. 내 임무처럼 철저하게
책임 있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런적이 한번도 없는것 같다..
테트라포트 위에 앉아 낚시대를 드리운 태공은 날카로운 눈썰미로 찌만 노려볼뿐 미동이 없다..
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다가 조급함에 심장마비로 앉아서 죽은건 아닐까..
바다 한가운데 종이배처럼 떠있는 요트가 여유롭다..
가을아침의 햇살이 창으로 환하게 스밀때 커튼을걷고 오디오를 켜고 찻물을 올려
커피를 타면 온집안이 푸드덕 거리며 생기로 가득하다..
무연하게 흘러버린 세월속에 이전에는 몰랐던 삶의 의미..
먼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알수있는 희노애락을 새삼 깨닫게 한다..
너무나 안녕한 가을의 아침..
커피 두스푼에 설탕 세스푼의 달달한 커피를 탄다..^^
가을이 점점 더 농익어 간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걸보니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머지않아 이가을과의
작별도 준비해야하나 보다..
이젠 떠날 채비를 하겠지만 무언가 이대로는 보내기 싫어서 마냥 붙잡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것같다..
몸의 계절이야 어쩔수 없다해도 빈 가슴 뿐인 마음의 겨울은 어찌 견뎌야 하는지..
아직은 메마른 바람속에서도 가을의 향기는 남아있기에 오늘 하루도 가을이라고
여기며 소중한 가을길을 걸어가야 겠다..
어느가을..
커피한잔을 손에들고 바닷가에 우두커니 서있는 금요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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