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4. 00:22ㆍ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가을 하늘이 공활하게 눈이 부신 어느날..
자동차의 선루프를 열고 따뜻한 가을햇살을 받아들인다..
반쯤열린 차창너머로 들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에 긴머리칼이 함부로 날린다..
나는 지금 서울과 정반대의 아주 먼곳에 와있다..
굳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건 아니었다..
그저..한번쯤..혼자서 길을 나서고 싶었던것 같다..
정말 일탈은 아니었을까..
남도의 끝자락에 서서 아주 잠깐동안 내가 왜 이시간에..왜 이곳에 혼자 이렇게
서있는지에 대한 정체성의 모호함에 의문이 들었다..
전라남도 보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앎직한 대한다원..보성녹차밭 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마자 마주하게 되는 가로수길..
이 나무가 메타세콰이어 나무인지는 잘모르겠지만 담양의 그곳과
매우 닮아있어 메타세콰이어길 이라 불러도 될듯 싶다..^^
새소리와 물소리..
맑은공기와 싱그러운 숲바람이 몸과 마음을 정화 시켜주는듯 상쾌하다..
제주도에는 "오..설록 " 이란 녹차밭이 있다..
그곳에서 살땐 자주 갔었는데도 규모면 에서는 어느곳이 더큰지 짐작할수가 없다..
다만 제주는.. 제주는..
생각만해도 말끝이 흐려지며 아련해 진다..
아마도..
제주도를 많이 사랑 했었나 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만큼 크고 높다란 메타세콰이어 나무길을 지나 매표소앞에 이르자
비질을 하고 있던 여인네(?)가 달려와 표를 받는다..
성인 입장료는 1인 4000원 이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백명이면 사십만원..
천명이면 사백만원..
성수기때면 전국에서 몰려오는 관광버스만 수십대..
입장료 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내는 사업 인것이다..ㅋㅋ
길은 예상대로 깔끔하고 깨끗하며 주위환경이 잘정돈되어 있다..
이렇게 천천히 걸어보기도 참으로 오랫만 인것 같다..
초록과 가을하늘..
가을은 색으로 말한다고 했다..
노란 은행잎..붉은단풍..황금색으로 물든 논바닥..
하지만 이곳은 온통 녹색이다..
녹색은 엄동의 혹한을 이겨내고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어린 쑥이파리 처럼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 어울리는 색이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가을의 한복판에 와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푸르름 이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어마어마한 규모에 아..! 하고 처음 놀라게 된다면
어느 정원이 아름다운집에 향나무를 예쁘게 가지치기 하듯
층층이 단아하고 질서가 조화롭게 보이는 모습에
다시한번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녹차밭은 엄청난 규모인 만큼 걸어야 하는 구간이 꽤 길며 가파른 언덕길도 많다..
연세 높으신 어른들은 좀 힘들어 하실지도 모른다..
문득 어머님 살아계실때 같이 왔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여행을 좋아 하시던분 이었는데..
이곳에서 아마도 여름향기 라는 드라마를 촬영 했는가 보다..
송승헌과 손예진이 주인공 이었다..
이 드라마도 거의 빼놓지 않고 다 본것같은데 어느장면을 촬영 했는지는 모르겠다..
멜로드라마에 심취해서 보는 타잎은 아닌데 겨울연가를 본 이후부터
가을동화..여름향기..봄의왈츠..로 이어지는 계절 드라마 시리즈를
모두 애청 했다..ㅋㅋ
마침 외국 방송사 에서 취재를 나와 드론으로 녹차밭을 촬영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방송국이 아일랜드의 드넓은 목초지나 프랑스의 끝없는 포도밭을
취재 촬영 하는것과 같은것 이다..
어느나라 방송 인지 물어보려 했는데 갑자기 생각도 안나고..
영어가 짧기도 해서 물어 보지 못했다..ㅋ
"Where country is the station..?"
이렇게 말하면 되는거 아니었나..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렇게 잠시 쉬어보고는 다시 일어선다..
항상 그랬다..
매일 기쁠수 없고 매일 웃을수 없다..
그렇다고 매일 슬프지도 않을것이며 매일 아파 하지도 않을것이다..
참으로 여러번 셀수없이 넘어졌다가
다시금 일어났던 기억..
산다는게 쉽지 않은 일임을 잘알지만 그힘듬이 결코 끝이 아님을 기억한다..
좀..쉬었으니..
.
.
이제.. 다시..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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