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4. 00:35ㆍ블로그 에세이/낙 서
아침..
무언지 눈앞이 침침한 느낌이 이상해서 창을 열었다..
눈쌓인 아침이 하얗게 펼쳐져 있다..
겨울이면 당연히 볼수있는 눈이건만 왠지 신기하다..
마치 새해에 받은 카드속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어제 밤만해도 눈이 오지 않았는데..
이번 해에는 어떤일이 내게 일어날까..
늘 그렇듯이 나이를 생각할때마다 착잡해 진다..
뭐랄까.. 초조한 나이..?
멀지 않은곳에 인생의 끝이 보이는듯 하다..
지금과 별로 달라지지 않을 미래가 손안에 잡히는듯 하다..
허무 하기도 하고..
암울 하기도 하고..
또한 두렵기도 하다..
무서운 속도로 내리막길을 가는 스산한 외로움..
나는 사춘기때나 청년기때의 감성을 어떻게 자유롭게 표출하는지
배우거나 익히지 못했다..
우린 일가 친척이 많지 않은 집안 이었다..
그저 묵묵한 품위..
그런것이 우리 집안의 분위기 였다..
그런 풍토에서 나고 자란 내 천성 으로는 세상의 두얼굴을 알아볼수도
대항할 힘도 기르지 못했다..
그렇게 그속에 수백번 상처입은 자존심을 내일에 대비하는 궁리와 결단으로 다지며
살았건만 가슴 저 밑바닥엔 조금 더 강하게 살지 못했던 삶을 증거하는
상처가 깊게 새겨져 있다..
혹독하고.. 비참하고.. 음울한..
분노와 배신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로 인한 흉터와
절망만이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그 흉터는 스쳐갔던 상처들이 몸에 세겨져 돌이키고 싶지 않은 아픔과 시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그방에서 우울함이나 고독 따위의 작위를
실컷 즐기고 있었다..
흐린날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스테레오의 볼륨을 크게 올리고
캔 커피나 홀짝거리며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를 들었다..
그럴때면 그들은 내안에 쌓인 침묵과 묵은먼지들을 날려 보냈고
나의 청춘이 되살아나 내안으로 들어서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면 치기어린 망상과 위대한 철학은
간데없고 침대맡에 서있는 빈 캔 커피 깡통 처럼 속이 허전해져 왔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황야에 서있 는 느낌이 이런걸까..
심장이 마치 불꽃놀이 할때의 폭죽처럼 수천개의 조각으로 퍼져나가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이제는 서울이 아닌 시골에서의 삶이 익숙해져 있다..
맑은공기..새소리.. 고요함..
그렇게 오는 평안함..
그랬는데..
그렇지도 않았나 보다..
언젠가 서울로 들어서는 고속도로의 톨게이트에 서울 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글씨를 보고
하마터면 왈칵 눈물을 쏟을뻔 했다..
이제껏 서울을 오르내리며 한번도 그런적인 없었는데 의아스러웠다..
서울이 손짓 하고 있는것 같았다..
서울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그렇게 서울로 서울로 내닫는 가쁜마음을 억제 할수 없었다..
서울..서울.. 그리운 서울..
나는 도데체 여기를 떠나서 얼마나 오랫동안 어디로 떠돌았단 말인가..
거짓과 위선..
침묵과 술수가 있는곳..
돈과 환락.. 무질서가 난무하는 이 서울이 왜 그토록 갑자기 사무쳤는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또 담배생각이 난다..
한 모금의 담배연기가 간절하다..
굴레는 자신의 내면에서 발생하는것이지 결코 현제의
누추함에서 나오는것이 아니었다..
거친 비바람속에 소요하는 정신이 느껴진다..
나는 자유롭고
내삶은 온전히 내손안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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