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겨울..

2024. 3. 23. 00:19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산중은 이미 귓볼이 빨개질 만큼 칼바람이 매서웠다..

어느새 계절은 여인의 입술처럼 붉은 립스틱 색깔로 찾아왔다가

어느 아침 썰물 지듯 지며 창백한 이마에 깊은 상흔을 남기며 사라져 버렸다..

이미 겨울의 한가운데 와있었다..

걷는일엔 그래도 어느정도 이력이 있어 만만하게 나섰던 남산길..

족히 30년은 되었음직하다..

이곳은 왜 그리도 다시 와보기 어려웠는지..

 

 

 

 

 

겨울 이어서 일까..

풍경은 황량하고 사진으로 담을만한것도 별로 없다..

빌딩숲이 내려다 보이고 그사이로 가뭄때 갈라진 논바닥 마냥

사방으로 갈라진 길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위로 아주 작은 자동차들이 물위에 뜬 개구리밥 모양으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서울..

나는 이곳을 떠나 어디에 있었던걸까..

불현듯 노스텔지어를 불러 일으켰던 일으켰던 서울..

남산의 중턱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조금은 낯설토록 내겐 떨칠수 없는 애증의 도시로 남아있었다..

가파른 계단길을 헉헉대며 오르는데 어느순간 내곁을 휙하고 지나는 중년남성 에게

경외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좀 민망해 졌다..ㅋ

 

 

 

 

 

평일 낯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노부부..중년의 남녀..젊은 커플..

운동이 일상인듯 모두가 자기일에 열중이다..

뜨거움과 차가움은 한가지 고통 이었다..

그러나 분별할수 없음으로 인해 꺽어든 꽃가지가 남긴 상처는 화인처럼 분명했다..

 

 

 

 

며칠째 눈부신 하늘은 시리다 지쳐 겨울비라도 내리려는지 먹구름을 몰고왔다..

홀로 서서 바라보는 겨울..

그 겨울은 여전히 춥고 세상은 또 어디선가 보고 들은듯한 이야기 들로 여전히 시끄럽기만 하다..

문득 홀로 바라보는 겨울이 몇해 인지 헤아려 보지만 숫자마저 가물 하니

조금 오래 되기는 되였나 보다..ㅋ

세월이 다그치듯 한 해도 빼놓지않고 어느사이 육십이 넘었다..

부질없이 뒤돌아 봐도 내가 사는 세상은 그리 평화롭지 않았고 나는 의식에 갇힌 부자유함에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언제나 날개달린 새처럼 어데고

철없이 날아가고 싶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노란색 파라솔..

예전 마포집 옥상에 파라솔을 놓자는 식구들의 의견을 수렴해 청계천 에서 파라솔을 사왔었다..

그땐 왜 그렇게도 노란색이 눈에 뜨였는지..

별루 좋아하는 색도 아니었는데 그땐 왠지 비오는 날에도 참 어울릴것만 같은 색 이었다..ㅋ

봄..여름..겨울..그리고 가을..

은행앞에는 언제나 노란색 커피트럭이 서있었다..

노란트럭 앞에는 노란 파라솔이 몇개 펼쳐져 있었고

나보다는 몇살쯤 위로 보이는 어르신(?) 들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손님들은 대부분 젊은사람이 아닌 연식이 좀 있어 보이는 사람들 이었다..ㅋ

아메리카노..1500원..

젊은이들 처럼 손놀림이 빠른지 않았지만 노란 파라솔 아래 사람들은 어르신 에게

채근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은 언제나 여유로워 보였다..

커피를 마시는듯..

바람을 마시는듯..

구름을 마시는듯..

그렇게..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을까싶어 들어온 식당엔 늦은오후 때문인지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카운터에 앉은 종업원은 컴퓨터 게임에 열중할뿐 손님에겐 관심이 없다..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물은 셀프고 주문도 카운터에 가서 해야 한단다..ㅋ

따뜻한 국수를 시켜놓고 뜨거운 물을 한모금 마셨다..

그제야 비로서 온몸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내내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듯 했다..

무심코 고개돌려 바라본 창밖엔 남산의 바람이 모질게 불어왔다..

긴 겨울이 시작 되고 있었다..

 

'블로그 에세이 > 추억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에 서다..  (0) 2024.03.31
명작을 찾아서..  (0) 2024.03.30
상념의 고석정 - 철 원 -  (1) 2024.03.10
녹색에 취하다..  (0) 2024.03.04
가을바다.. 커피향이 흐른다..  (2) 202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