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을 잊은 그대에게..

2023. 3. 24. 22:51블로그 에세이/낙 서

 

감수성 충만하던 시절..

밤새 내리는 빗소리도..

밤하늘에 초롱하게 반짝이던 무수한 별들도..

부뚜막의 서늘한 귀뚜리 울음소리도..

그땐 왜 그리도 아름다웠으며 슬펐었을까..

TV 보다는 라디오에 더 귀를 기울이며 뜻도 모를 팝송을 그저 흥얼흥얼

따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밤마다 귓가에 라듸오를 두고 날밤을 새우며 음악에

심취해 듣던때가 있었다

그때의 라디오 방송은 어린청춘들 에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미래 였으며 꿈이고 낭만 이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온밤을 꼼짝없이 라디오 방송앞에 묶어 두었던 날들..

늦은밤..라디오로 듣던 그음악..

애수어린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음악..

King Crimson의 (Epitaph)에 가슴이 터지는줄 알았고

YardBirds의 (still l'am sad)는 감전 된듯 했으며

claude jerome의 (L'orphelin)은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억제 하지 못할만큼 밤잠을 설치게 했었다

 

가슴 시리게 설래던 음악과 정겨운 사연..

때론 가슴아픈 사연들을 차곡차곡 쌓아놓다 보면 온밤을 하얗게 태우기 일수였다

지금도 밤잠을 설치며 날밤 세우기에 익숙해져 있는건 아마도

이때부터 버릇처럼 이어져온 습관 같은것 이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당시엔 어쩜 팝을 잘안다거나 좋아해서라기보다 나만의 사색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배경음악 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시 팝음악 전문DJ 들중엔 1세대가 최동욱.이종환.박원웅.이라면

김기덕.김광한.황인용등은 1.5세대로 볼수 있다

그들은 해박한 음악지식을 바탕으로 팝음악 시장의 선구자로

자리매김 했으며 그로인해 막연하게나마 그들을 동경하며 DJ를 꿈꾸게 되지 않았나 싶다

중학교 1학년때에 아버지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시며 사춘기로 접어든 내겐

그때부터 더욱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다

그무렵에 팝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청취 했었던건 확실한것 같다

김세원의 밤의 플렛홈.. 차인태의 별이 빛나는 밤에..

황인용의 밤을잊은 그대에게..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김광한의 팝스 다이얼..

70~80년대엔 가히 팝송의 전성시대 였다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80년전후를 기점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마이클잭슨.스티브 윈더.컬처클럽.왬.마돈나.핑크 프로이드.듀란듀란.등등..

이루 다말할수 없는 슈퍼뮤지션들이 나타나 전세계 팝시장을 뒤흔들었다

LP 레코드 시장엔 판이 없어 팔지 못하는 현상까지 일어났으며

레코드를 구하려면 몇주를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음악하나에 애가타던 스무살 청춘 이었던 난 드디어 당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던

다운타운가의 음악다방 DJ로 데뷰 한다..ㅎ

종로의 엘파소다방..동대문의 꽃다방..홍은동의 별다방..등에서 나직한 중저음의 음성으로 마이크를 잡으며

뮤직박스의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음악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월간팝송을 구독하며 음악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디스크 한장을 구하기 위해 온서울을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DJ 부스에 앉아 긴머리를 찰랑대며 마이크 앞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아티스트를 소개할때는

좋아하는 음악을 매일 접할수 있다는 사실만 으로도 마냥 행복 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냥 음악 좋아하는 평범한 소시민 이지만..ㅋ

mbc의 "별이빛나는밤에" 있었다면 동아방송엔 " 0시의다이얼"

그리고 TBC엔 황인용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가 있었다

이 블방의 타이틀은 "별이 빛나는 밤에" 이지만 난 그때는 반듯한 이미지의

차인태 보다는 엽집 아저씨 같은 황인용을 좀더 좋아했었다..^^

해서 별밤 보다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 를 더 애청 했었다

(밤을 잊은..)의 시그널 은 "La Reine De Saba( 시바의 여왕)"이란 곡 이었다

지금 배경음악으로 나가고 있는 곡이다..

솔로몬왕의 지혜를 시험하다가 그와 사랑에 빠지는 시바의여왕..

사랑하는 연인을 시바의여왕에 비유하여 노래한 샹송의 명곡 이다

북아프리카 출신의 Michel Laurent 이 만들었지만 우리에게

폴 모리아 악단의 연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방송이 끝나는 시간은 새벽 1시다

그렇게 어린 내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라디오 방송이

살벌했던 군부정권의 언론통폐합으로 동아방송과 TBC 동양방송은 KBS에 흡수되며

80년 11월30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늘 끝 방송입니다.
안녕하세요, TBC 동양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저, 황인용입니다..

.

.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인 것 같습니다..
남은 오분이... 남은 오분이...남은 오분이 너무 야속합니다..
십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분이 십분이 될 수는 없습니까?..
아.. 사분입니다..안녕히계십시요.. 안녕히 계십시요..
여기는 TBC 동양방송 입니다.
저도 이제 헤드폰을 벗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시 황인용 아나운서의 목매인 고별방송은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날..

황인용의 애절한 목소리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더니

오늘 다시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게 한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동양방송이 1964년 5월9일 라디오 서울 이란 이름으로 개국하면서

동시 시작하여 17년여동안 많은 젊은 청춘들에게 꿈과 사랑과 희망을 심어준

가장 인기 있던 프로그램 이었다

진행을 맡은 황인용의 나직한 음성은 지금도 귓전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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