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5. 00:21ㆍ음악이 흐르는../음악에세이
(M) 주제음 Snow / Claudine Loget
프랑스 출신의 배우이자 가수인 클로딘 롱제의 1968년 작품. 순백의 결정체 눈을 아름다운 분위기로 불렀음.
(E) 눈 밟는 소리
남 깊고 깊은 산 속엔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나무마다 피어 있는 아름다운 눈꽃들이
겨울 산의 풍경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M) 눈의꽃 - 박효신
(E) 눈 밟고 오는 소리 + 구두 탁탁 털고 계단 올라가는 + 문 두드리는
남 계세요?
(E) 안에서 나오는
여 누구세요?
(E) 문 여는
남 네. 며칠 전에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여 아~ 김봉덕씨?
남 예.
여 안헤매고 잘 찾아오셨네요.
(E) 들어오는
남 산장이.. 인터넷에서 봤던 것 보다 더 예쁘네요
(E) 주전자에서 물끓는 소리
여 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컵라면이라도 드실래요?
(E) 라면에 물 붓는 소리 + 후루룩 라면 먹는 소리
남 산행 후..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컵라면은
정말 맛있다
여 신김치랑 찬밥도 있는데... 드릴까요?
(M) 제비꽃 / 류
(E) 커피물 따르는 소리
여 인스턴트 커피밖에 없어요
남 전 원두보다 그게 더 좋아요
(E) 후~ 불어서 마시고
남 손님이 없나봐요?
여 아뇨. 끝방에 신혼부부가 있는데...
어제 등산하고 와서 피곤한가봐요. 점심 먹고 또 자네...
남 여긴 눈이 많이 왔네요. 올해 서울엔 눈이 잘 안오는데...
여 늘 그래요. 여긴 겨울이 제일 먼저 왔다가 제일 늦게 가요
남 오자마자 먹기만 했네요.
(E) 일어나고
여 방 이쪽이에요. 온돌로 달라고 하셨죠?
남 네.
(E) 문 열고
남 방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바닥은 뜨끈한 군불로 데워져 있었고
겨울햇살에 잘 말려진 이불에선 향긋한 풀냄새가 났다
넓은 창밖으로 하얀 눈 위를 뛰어가는
갈색 토끼 한 마리와
그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눈꽃들이 보였다
(M)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 Harry Connick Jr.
(E) 장작 타는 소리
(E) 방에서 나오는
남 맛있는 냄새가 나서요. 군고구마에요?
여 여긴 해가 빨리 지잖아요. 해 지면 나가기도 그렇고..
심심하니까 자꾸 이것저것 먹게 돼요
남 같이 먹어도 되죠?
여 그럼요. 앉으세요.
(E) 장작 타는소리
여 휴가차 오신 거에요?
남 ........ 네
여 무슨 일 하시는데요?
남 ........ 형사에요
여 아..... 형사들도 겨울 휴가가 있구나
남 있죠. 형사는 뭐 사람 아닙니까?
여 형사라니까 무섭다. 죄진 것도 없는데 왜 괜히 떨리지? (웃고)
남 난 형사가 아니다
그냥... 형사를 가장 두려워하고.. 또 부러워하는 사람일 뿐이다
(M) Winter Time / Steve Miller Band
남 뜨개질 해요?
여 심심해서요
남 누구 줄 건데요?
여 원랜 아버지 드리려고 뜨던 건데... 작년 겨울에 그만뒀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시작했어요. 심심해서...
남 심심해요?
난 이렇게 조용한 데서 쉬니까 참 좋은데
여 지금은 좋죠? 일주일만 있어보세요. 지겨워질테니까
남 지겨운 건... 도시도 마찬가지에요.
여 ...... 그래도 난... 도시가 좋아요. 서울로 갈거에요
남 왜요?
여 하루종일 말 한마디도 안해본 적 있어요?
남 .... 글쎄요
여 작년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부턴
자주 있는 일이에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그때야 생각이 나요.
아... 내가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했구나...
남 그래서 도시에서 살고 싶어요?
여 네. 거기선 외롭지 않을테니까
남 사람이 많아도... 외로운 건 똑같아요
(M) It's A Lonesome Old Town / Frank Sinatra
(E) 가방을 여는
남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가방을 연다
가방은 지폐로 가득하다
지금쯤 세상은 나에 대한 뉴스로 떠들썩할 것이다
가짜 여권이 만들어 질 때까지
난 세상과 단절된 이곳 산장에 숨어있을 것이고
이후엔 다른 나라로 떠날 거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다
(M) 슬픈 인연 / 박신양
(E)새소리
남 새소리에 눈을 뜨는 기분은
자명종 소리나 차 경적소리에 눈을 뜨는 기분과는
사뭇 달랐다
(E) 창문여는 소리
(E) 장작 나르는
남 뭐해요?
여 보면 몰라요? 장작 나르잖아요
남 뭐하게요?
여 이따 저녁 때 끝방 신혼부부 멧돼지 바비큐 해드릴거에요
남 .... 아
여 아저씨도 하실래요? 3만원만 추가하시면 되는데....
남 비싸다. 2만 5천원
여 어머? 이거 얼마 안 남아요. 2만 8천원
남 2만 6천원
여 (한숨) 형사 아저씨 나쁜놈들 잡느라 수고하시니까 봐줬다. 2만 7천원.
더 이상은 안돼요
남 장난 삼아 해 본 가격 흥정은 재미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2만 7천원 이하는 안된다고 하는
이 산장 아가씨를 보는 건 더더욱 재미있었다
(M) Wink And A Smile / Harry Connick Jr.
(E) 시동 거는 소리
남 장작을 다 나른 여자는
커다란 트럭에 시동을 건다
남 어디 가요?
여 산 아래 식당에 멧돼지 주문해 놨거든요.
남 그 큰차를 운전할 줄 알아요?
여 몇 번요. 아버지가 운전하시던 건데... 내가 해야지 할 수 없잖아요
남 그럼.. 잘 갔다 와요
(E) 차 가다가 끽 멈춰서는
남 (약간 멀리서) 조심해요
여 (멀리서) 걱정 마세요
(E) 차 가다가 시동 꺼져 버리는
남 결국 내가 운전을 하기로 했다
마을로 내려가야 하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
마을이라고 해봐야 워낙 외진 곳이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M) Perfect Day / Lou Reed
(E) 비포장 길로 차 가고 있는
여 운전 잘 하신다. 여기 길 꽤 험한 편인데...
남 옛날엔 택시 운전도 했었거든요
여 형사하기 전에요?
남 ..... 안해본 일이 없어요. 먹고 살려고...
여 (깜짝) 어! 잠깐만요!
(E) 끽 서고
남 왜 그래요
여 저기 앞에....
남 노루 한 마리가 산길에 쓰러져 있었다
덫에 걸린 모양이었다
(E) 눈 밟고 가는
남 피를 많이 흘렸네...
여 일단 짐칸에 실어요
남 치료해봐야 죽을 것 같은데..
여 그래두요.
(E)차 가는
남 여자가 고집을 피워서 다친 노루를 짐칸에 실었다
남 좀 웃긴 거 아니에요?
여 뭐가요?
남 우리가 지금 가지러 가는 멧돼지도 살고 싶었을 거 아냐
이거는 잡아먹고 저거는 살려주고... 불공평하잖아요
여 ........
남 .........
여 (변명하듯) 그래두 뭐, 어떡해요 할 수 없지...
남 ...........
여 그리구... 맨날 잘못만 하고 살 수 있어요? 가끔은 착한 일도 하고 살아야지...
남 누가 뭐래요?
여 난 인연을 믿는단 말이에요. 나쁜 인연, 좋은 인연....
노루는 나랑 좋은 인연인가보죠
(M) Close To You / Claudine Longet
남 여자가 식당에 들어간 사이
난 트럭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워 문다
(E) 불 붙이고 + 연기 내뿜는
남 잠시 후 여자가 식당에서 나온다
한 남자와 함께다
난 본능적으로 모자를 깊이 눌러쓴다
(E) 창문 두드리는
여 인사하세요. 여기 식당 아들인데... 제 친구거든요.
읍내 파출소에 근무해요
남 .............
남2 안녕하세요? 서울서 오신 형사님이시라구요? 어느서에 계세요?
남 ..........
여 저기.. 형사 아저씨!!
남 ........ 여기까지 와서 일 얘기 하고 싶지 않은데요.
남2 아.... 실례했습니다
남 얼른 타요. 해 저물기 전에 가야죠
남2 눈 올 것 같다. 얼른 가.
여 어 그래.
(E) 차에 올라타고 + 출발하는
(잠시 침묵 후)
여 노루요... 아까 걔한테 맡겼어요. 동물병원에 데려다 준대요
남 ,........
여 착한 애에요.
남 ............
여 무안했을 거에요. 자긴 반갑다고 인사한 건데....
남 나랑 친해요?
여 네?
남 우리 만난지 이틀 됐고. 난 하나도 안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여 .......
남 친한 척 하지 마세요. 부담스러워요.
(M) My Memory / 류
(E) 와이퍼 움직이는 소리 + 차 털털거리며 천천히 가는 소리
남 갑작스러운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해가 진 후 산속은 칠흑같았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눈 때문에
앞은 더욱 보이지 않았다
(E) 시동 꺼져 버리는
남 설상가상...
낡은 트럭은 시동을 꺼뜨린 채
더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내 옆에 앉은 산장 여자는
화가 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어두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남 어쩔래요
여 .......
남 계속 여기 있을 거에요?
여 ......
남 여기서 산장까지 멀어요? 걸어라도 가야 할 거 같은데
여 ......
남 나 혼자 가요?
여 .......
남 좋아요, 나 혼자 갈거니까 맘대로 해요
(E)문 열면 + 눈보라 휘몰아치고
여 (다급) 문 닫아요!
(E)문 닫고
여 지금 나갔다간 얼어죽어요
남 그럼 밤새 여기 있자구요?
여 이 밤중에.. 이런 날씨에.. 산장까지 걸어가려면 2시간은 더 걸려요
가다가 죽어요
남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난 갈거에요
여 우리 아버지도....
남 ...?
여 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돌아가셨어요
(M) Alhambra / Sarah Brightman
(E) 시동 걸어보지만 계속 다시 꺼져버리고 + 잠시 후 조용해지는
여 작년에 눈보라 치던 날이었는데... 읍내에서 주무시고 오시겠다고 전화가
왔더라구요. 그런데 내가 우겼어요. 그냥 오라구... 산길이야 손바닥처럼
빤한데... 그냥 오라구....
남 .....
여 내 말 듣지 말지.. 그냥 무시하지...
우리 아버진 내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시는 분이었거든요...
남 .....
여 지금은 그게 원망스러워요
왜 내말을.... 다 들어주셨을까....
(M) Careless Love / Annie Haslam
(E) 바람 세게 부는 소리 들리고 + 모포 펴서 주는
여 이거 덮으세요. 군용 담요라 꽤 따뜻해요
남 유리창은 눈으로 뒤덮여 버렸다
산속은 적막했다
여 여기... 왜 왔어요?
남 .... 네?
여 형사... 아니죠?
(M) Adle E Aleina / Silje Vige
여 아주 예전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무슨 죄인지는 모르겠는데.. 죄를 짓고 우리 산장으로 도망온 사람이요
남 ........
여 어쩌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는데.. 난 신고하자 그랬고
아버진 안된다 그랬어요
남 .... 왜요?
여 만약에 신문에서 그 사람 봤으면 욕했겠지만. 우리집에 들어온 손님인 이상
그럴 수 없다구요.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거니까 그럴 수 없다구요
남 ..... 그래서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
여 우리가 눈치챈 걸 알고 도망갔어요
그 뒤론...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남 ...... 나도 도망가야겠네요 이제
여 마음대로 하세요. 일부러 신고까지 하진 않겠지만...
숨겨줄 마음은 없으니까... 누군가 아저씨 찾으러 오면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에요
(M) Dance Mot Var / Anne Vada
(E) 새 우는 소리
남 언제 잠이 들었을까..
그녀와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눴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옆을 보니 그녀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잠들어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어
얼마쯤 그냥 가만히 있었다
여 (깨어나는) 어? 언제 일어났어요? 깨우지...
남 잘 잤어요?
여 (재채기) 감기 걸린 거 같아요
(E) 옷 벗어주는
남 일단 이거 입어요
여 됐어요.
남 입어요. 아침이긴 해도 집까지 걸어가려면 추울거에요
(M) Song From The Snow / Real Group
남 폭설 속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서였는지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아서였는지
난 그녀에게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꼈다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보름 가까이 그곳에 머무는 동안
가장 좋았던 건
그녀가 직접 차려준 식탁을 대하는 일이었다
(E) 보글보글 끓는 + 식탁에 내려놓는
여 김치찌개 끓였어요
(E) 먹어보고
남 어우 맛있다
여 그럼요~ 우리집 김치는 땅속 장독대에 1년 이상 묻어놓은거에요
남 서울 가고 싶댔죠.
여 네
남 나중에 서울 가서 김치찌개 집 해요. 성공할 거 같애요
여 에이 겨우 이 정도루요?
남 난 이렇게 맛있는 김치찌개는 처음 먹어봐요
여 난.. 내가 한 음식 이렇게 맛있게 먹는 사람 처음 봐요
(M) Pretty World / Lisa Ono
남 그녀가 해준 음식에...
이 산장의 아늑함에...
산속 고요함에 익숙해져 갈 무렵....
(E) 차 와서 멈추는
남 낯선 차 한 대가 산장 앞에 멈춰섰다
(E) 차문 열고 나오는
남 읍내에 파출소에 있다는 그 남자였다
창문 밖을 바라보던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벽쪽으로 숨겼다
여 (밖에서 나는 소리로) 어,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남2 (밖에서) 어 뭐 확인할 게 있어서
여 뭐?
남2 그때 너랑 같이 우리 식당에 왔던 남자... 형사라고 했던...
여 (약간 떨리는) 그 사람이 왜?
남2 지금도 있니?
여 왜 그러는데....
남2 현상수배범이야.
남 두려워했던 순간이 오고 말았다
난 황급히 가방을 챙겨 벽쪽에 바짝 붙었다
여 그 아저씨 떠났어.
남2 그래? 언제?
여 한 이틀됐지. 속초쪽으로 간다 그러던데....
(M) Knockin' On Heaven's Door / 유미
(E) 장작 타는 소리
(E) 차 따르는
남 왜... 그랬어요?
여 .........
남 일부러 신고는 안해도 숨겨주진 않을 거라고 했잖아요
여 엊그제... 읍내 장보러 갔다가 동물병원에 갔었거든요
남 ......?
여 우리가 구해줬던 노루 있잖아요. 죽을 줄 알았는데, 건강해졌더라구요
곧 산으로 돌려보내도 되겠어요
남 좋은... 인연이네요. 그쪽이 맞았어요
여 나.. 아저씨랑도 좋은 인연이고 싶어서 그랬어요
내가 지금 아저씨 숨겨준 게... 결국은 아저씨에게 좋은 일이였으면
좋겠어요
(M) 눈의 꽃/ 서영은
남 그날밤. 가짜 여권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벽 동 트기 전, 난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E)가방 싸는
(E)노크
남 네
(E) 들어오는
여 짐... 싸는 거에요?
남 고마웠어요 그동안....
그런데 나 은혜 못 갚아요. 지금 가면 안 돌아올거니까
여 .... 잠깐은 시간 있죠?
남 왜요?
여 ..... 밥 먹고 가요
( E) 찌개 끓는 소리
남 식탁에는 내가 좋아했던 반찬들로 가득했다
따뜻하게 김을 내뿜고 있는 하얀 밥을 한술 떠
입안에 넣는데... 이유 모를 눈물이 차 올랐다
(M) Angel Eyes / Sting
(E)문 여는 + 몇발자국 나가는
남 그동안... 고마웠어요
(E) 가는
여 저... 별로 안궁금하시겠지만....
( E)멈추는
여 서울 안 가려구요. 김치찌개 집도 안 차릴 거에요
남 ......
여 내가 한 김치찌개.. 아저씨만큼 맛있게 먹어줄 사람 없을 거에요
아저씨 말 믿고 김치찌개 집 차렸다간 망할거야. 그러니깐 나 안가고
여기 있을 거에요
남 ......
여 돌아오지 않으시겠지만... 혹시... 만약에 다시 여기 들를 일 있으시면
김치찌개 또 끓여드릴께요.
남 ..... 멧돼지 바비큐는요?
여 그것두 드릴께요. 공짜루.
남 너무 약하다
여 (약간 울먹) 네?
남 이 가방 속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모르죠
여 ....
남 이 속에 돈이면 김치찌개 백만그릇도 사먹을 수 있구요
멧돼지 바비큐 매일 열 마리씩 죽을 때까지 먹고도 남아요
여 ..... 그래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손해보는 장사네요.
(애써 냉랭) 그 돈 가지고 멀리멀리 가서 행복하게 잘 사세요.
그리구 이거.... 입고 가든가 말든가....
(E) 문 쾅 닫고 들어가는
남 그녀가 난롯가에서 손뜨개질하던 스웨터였다
(M) 함께 있으면 좋을 사람 / 최재훈
(E) 눈 밟으며 내려가는
남 나무마다 새하얗게 피어 있는 눈꽃들이
내 걸음 걸음에 소스라치며
후두둑 떨어진다
왔던 길을 되돌아본다.
내 손에 든 가방이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이 가방을 던져 버리고
저곳으로 돌아가 그녀가 지어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김치독을 땅에 묻고
덫에 걸린 산짐승들과 좋은 인연을 맺으며 살고 싶어진다
( E) 전화 거는
여 (힘없는)여보세요. 눈꽃 피는 마을입니다.
남 진짜... 아무데도 안가고 거기 있어줄 수 있어요?
여 .....
남 진짜... 나랑 좋은 인연 맺어 줄 수 있어요?
여 .... 아저씨
남 약속해주면 돌아올께요. 건강해진 노루처럼... 기쁘게 해줄께요
남 무거운 가방을 발밑에 놓아버린 내 머리 위로
눈꽃이.... 떨어진다. 난 웃는다.
(M)주제음 Snow / Claudine Loget
'음악이 흐르는.. > 음악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168 화 보리수 (2) | 2025.04.15 |
---|---|
제 167 화 아직 못다한 이야기 (0) | 2025.04.05 |
제 164 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 | 2025.03.02 |
제 158 화 며느리의 텔레비젼 (4) | 2025.02.17 |
제 157 화 가질수 없는 너 (6) | 2025.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