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5. 00:32ㆍ음악이 흐르는../음악에세이
(M) 주제음 파도 / 박진광
(E) 비오는 소리
남 아내가 죽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떠난 여행길...
그곳에서 아내가 죽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해주려고
아껴두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아내가... 죽었다
(M) Adagio / New Trolls
(E) 포장마차 도마질 소리
남 아내와 결혼한 지 30년
그동안 우리는 하루도 빠짐 없이
연탄에 불을 붙이고
소금 뿌린 생선을 굽고
돼지 껍데기를 구웠다
(E)포장 펄럭이는 소리
남 초라한 포장마차는 보잘 것 없었지만
3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덕인지
우리집을 찾는 손님들은 끊이지 않았다
(E) 포장 열어젖히고 들어오는 + 바람 소리
여 아유 추워~ 바람이 꽤 쌀쌀하네요
남 엄살은... 포장이나 잘 치고 들어와
여 상추값이 많이 올랐어요. 2000원 깎는데 한참 걸렸네.
남 김씨가 그거 팔아 얼마나 남긴다고 깎아. 다 같은 처지에...
여 .... 그래두... 너무 비싸길래... 알았어요. 앞으론 안 그럴께요.
(E) 국물 끓는 소리 + 맛 보고
여 오늘 국물 맛있네요 여보...
(E) 도마질 소리만
남 함께 고생하고 함께 늙어온 아내
그 아내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 보지 못한 사람이
남편이란 이름의 나였다
(M) I'm A Fool To Want You / Chet Baker
(E) TV 소리
남 새벽 4시 넘어서야 집에 들어와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고 나면
다시 장사를 시작할 때까지
잠깐의 휴식 시간이 있다
이때 아내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거나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여 여보... 저거 좀 봐요. 바다가 어쩜 저렇게 좋아?
남 (무심) 바다가 다 똑같지 뭐가 좋아?
여 아니... 저긴 참 좋네. 저기가 어디야? 외국인가보네...
남 우리 나라도 좋은 데 천지야~
여 그렇긴 하죠... 여보 기억나요?
우리 재작년에 당신 친구네랑 해서 변산 앞바다 갔었잖아요.
거기 참 좋았는데....
남 (큰소리) 일 나갈 준비나 해. 오늘 왜 이렇게 수다가 길어?
여 ...아유 내 정신 좀 봐.
(E)TV 끄고 나가는
남 괜히 큰소리를 쳤다.
사실은 미안해서 그랬다.
결혼해서 30년 동안 딱 한번 바다에 놀러갔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는지...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아내가 불쌍하고...
내가 싫어서.... 그래서 그랬다.
(M)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하수영
(E) 손님 북적대는
남 그날.. 손님이 유난히 많았다.
(E) 들어와 앉는
손님 껍데기랑 소주 두병 주세요
남 예예~ 여보. 껍데기...
여 네~
(E) 쨍그랑
여 엄마야...
남 (짜증) 뭐하는거야 지금?
여 미안해요.
(E) 조각 치우는
여 (변명하듯) 이게 왜 미끄러졌어 그래... (하다가 짧은 비명) 아야!!
남 아내의 투박한 손가락 밑으로
붉은 핏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보는데 가슴 한쪽이 저릿할 정도로
아팠다
남 아 사람 참...! 저리 비켜! 내가 할테니까...
여 .... 미안해요...
(E) 접시 조각 치우는
여 여보 조심해요
남 어쩔 줄 몰라하며 아내는 저만치로 비켜섰다
피가 계속 흐르는데 아프지도 않은지
내손이 유리조각에 찔릴까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남 (짜증) 피 안 닦을거야? 음식에 묻으면 어쩌려고 그래!
여 네? 아... 네....
남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참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M) I'm A Fool To Want You / Billie Holiday
(E)접시 조각 버리고 돌아서는
남 깨진 접시 조각을 버리고 돌아서는데
아까 아팠던 가슴 한쪽이 계속 저려왔다
처음엔 그냥 아픈 것 같더니...
갑자기 서 있을 수도 없을 만큼
고통이 심해졌다
가슴을 움켜잡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M) You / Rod Mckuen
남 다음날...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해
난 병원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E) 구두 신는
여 여보.. 어디 가요?
남 어... 친구 만나러...
여 친구요? 좀 있으면 장 보러 갈 시간인데...
남 일이 있으니까 만나러 가지. 장은.... 혼자 봐
여 나 혼자 들고 오기 힘들 것 같은데....
남 그럼 좀 기다렸다 같이 가든가!
다섯시 전엔 들어올거야
여 알았어요. 그럼... 좀 기다릴께요. 다녀와요.
남 그래...
(E) 나가려는데
여 여보. 잠깐만...
(E) 얼른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남 왜!
여 넥타이.. 이거 매고 나가요. 접때 인환이가 사온건데...
당신 한번도 안 맸잖아요
남 내가 무슨 넥타이야!
여 그래두요... 당신이 대낮에 외출하는 거... 없던 일이잖아요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남편 넥타이 좀 매줘봅시다. 예?
남 아내가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난 아내가 넥타이를 매주도록 내버려 두었다
(M) 부부 / 부부듀엣
(E) 병원 복도 소음 + 걸어가는 소리 뚜벅뚜벅....
남 진료실에서 병원 복도를 걸어 나오는 길은
멀고 또 멀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매준 넥타이가
답답하게 목을 죄오는 것 같았다
내 나이 쉰 일곱...
이제 절반쯤 왔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진 고생만 해 왔으니
이제부터는 조금 편하게 살아도 될 거라고.
아이들도 모두 자라 제 역할들을 잘 하고 있고.
우리 내외 포장마차를 하면서
밥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정도니...
이제부터는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난 의사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아야 했다.
(M) 바보처럼 살았군요 / 김도향
(E) 포장마차
(E) 포장 치고 들어오는
여 어서오세... 여보!
(E)털썩 앉고
여 친구는 잘 만났어요? 하도 연락이 없길래... 나 혼자 나왔어요
남 .... 혼자 장이랑 다 본거야?
(E) 도마질 하며
여 그럼 어떡해요. 당신이 없는데...
남 .... 내가 없어도 혼자 잘 했네 뭐.
여 하루니까 어떻게 해 본 거지... 맨날 혼자 하라면 못하겠던데요 뭐
남 못하긴 왜 못해. 하면 하는거지.
여 .... (눈치 보다) 친구랑 나쁜 일 있었어요?
남 ...... 어....
여 무슨..?
남 ..... 그 자식이 죽을 병에 걸렸다네.
여 네? 친구 누군데?
남 있어. 당신은 모르는 친구.
여 (쯧쯧) 아니 어쩌다? 부인이랑 애들은 있구요?
남 있지...
여 아유 어떡해... 부인이 젤 불쌍하네...
남 .... 왜?
여 애들이야 다 컸을테니까 지들끼리 가정 꾸리고 살면 되지만
부인은 안됐잖아요
남 ..... 그 녀석이 지 부인한테 워낙 못하고 살아서...
그런 남편은 오히려 없는 게 편할지도 몰라
여 모르는 소리네요. 찢어진 우산이래두 받쳐 주는 게 있어야 비를 덜맞지...
그 우산 바람에 날아가봐요. 혼자 세상 비 다 맞는 거에요...
(M) 부부 / 부부듀엣
(E) 포장마차 끌고 가는 소리
남 새벽 4시 30분
우리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난 앞에서 포장마차를 끌어가고
아내는 뒤에서 밀어준다
비탈길을 오를 때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이 든다
아내도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내가 뒤를 돌아보면
아내는 잊지 않고 미소를 지어준다
난 아내에게 곧 있으면 날아가 버릴
찢어진 우산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는
찢어지고 살이 나간 그 우산만 믿고
빗속을 걸어가는 애처로운 소녀 같다
(M) Honey / Bobby Goldsboro
(E) 이불 펴는
(E) 소주 따라 마시는
여 이이는... 잠자리에 무슨 소주에요. 아까두 손님들이랑 마시는 거 같더니...
남 .....
여 여보. 얼른 자요.
남 .... 당신 정미소집 아들 기억나?
여 누구요?
남 정미소집 아들~ 오토바이 타고 다니던... 경수...
여 아~ 기억 나네요
남 그놈이 당신 참 좋아했잖아. 결혼하자고 쫓아다니고...
여 그랬나? 난 생각도 안나는데...
남 기억이 안 날 리 없다.
당시, 경수는 아내가 만나주지 않는다고
자살 소동까지 벌였으니까.
여 갑자기 그 얘긴 왜요?
남 아니... 그놈 소식을 들었는데... 강남역 쪽에서 큰 제과점을 한다더라구.
돈도 아주 잘 번대...
여 ... 그래요?
남 당신... 경수랑 결혼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M) 어이 / 최백호
남 30년이나 죽도록 고생 시켜 놓고
이제와 그런 생각이 들다니
나도 참 뻔뻔하다
그때 내가 아내를 좋아하지만 않았더라도
아내는 나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와 결혼해
여유롭게 살았을텐데.
여 (약간 기분 나쁜) 경수랑 결혼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남 아니... 그게 아니라.... (한숨) 아니다. 내가 좀 취했나봐
여 그래요. 당신 취했어. 얼른 자요.
(E) 이불 덮고 눕는
남 정말 화가 났는지, 아내는 이불을 이마 위까지 뒤집어 쓴다
남 그냥 한 소리야. 그냥..
여 ............
남 당신이 아까 넥타이 매주면서 좋아하는데...
다른놈 만났으면 맨날 넥타이 매주면서 살았을 것을..
나 만나서 구정물에 손 담그고 사는구나.... 싶어서....
여 (이불 속에서 하는 소리) 그만 해요.
당신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요. 난요.
또 태어나서 다시 선택을 하라 그래두요. 당신이랑 살아요.
당신이랑....(약간 목메고) 우리 인환이 인욱이 낳고 포장마차 하면서
그렇게 살거에요.
(M) You Needed Me / Anne Murray
(E) TV소리
남 다음날...
아내는 여느 때처럼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네모난 화면은 파란 바다와 아름다운 리조트
그리고 해상 스포츠를 즐기는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내는 배추를 다듬다 말고
넋을 빼놓고 텔레비전을 본다
남 좋아 보여?
여 아니... 저런 세상도 있나 싶네...
남 저런 세상... 우리도 한번 갈까?
여 (대수롭지 않게) 네... (깜짝) 네???
남 뭐 별거야? 가면 가는거지...
여 아유~ 아서요~ 저런 데 가는 게 돈이 얼만데~
남 생각보다 얼마 안해.
여 하여튼 됐어요. 우리 같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델...
남 (버럭)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여 여보...
남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맨날 돼지 껍데기나 썰고 연탄 가스나 마시고
손 부르트게 일만 하면서... 어? (목메는) 죽도록 일만 하면서....
죽을 때까지 일만 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돼?
여 .... 여보... 왜 그래요....
남 별 거 아니야. 저런 데 가는 거. 가자. 가자구.
(M) Shine Shine My Star / Djelem
남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사치스럽다 싶을 정도로 비싼 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그리고 30년만에 처음으로
포장마차를 열지 않은 채
백화점에 갔다
(E) 백화점 소음
여 (당황한 듯) 여길 왜 와요...
남 여행 가려면 옷도 있어야 될 거 아냐~
여 이이가 진짜 왜 이런대~ 그럼 시장에 가든가~
남 여기서 사!
여 여보!
남 거기는 여름 날씨라니까... 여름 옷 사면 돼.
저쪽에서 철 지난 옷들 바겐 세일 한다니까... 안 비쌀 거야
여 이이가 뭘 잘못 먹었나...
남 옷도 사고.. 여행 가방도 사고... 맞다, 선글라스!
그런데선 다들 시꺼먼 안경 쓰고 누워 있고 그래.
여 난 못사겠어요. 이런 거 다 사면 돈이 얼만데... 난 갈래요
남 (잡으며 애절하게) 여보.... 제발....
여 ........?
남 제발... 사자. 내 말대로 하자.
(M) 미안해요 / 김건모
(E) 포장마차 도마질 소리 경쾌하게
남 처음에는 못가겠다던 아내도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여 저기 여보... 비행기 타려면 멀미약도 챙겨놔야 되나요?
남 촌스럽게... 그런 거 안 챙겨도 돼
여 .... 그런가? (신나서 도마질 다시 하다가 또 멈추고)
저기... 비행기 안에 김치나 된장이나 그런 것도 가져가도 될까요?
남 그런 건 뭐하게!
여 아니... 외국 나가면 김치도 비싸다던데... 사먹기 좀 그러니까...
남 됐어. 그런 거 일절 챙기지 마.
다 사먹을거야.
여 (놀라며) 돈 많이 들텐데...
남 돈 얘기 하지 말랬지!
여 알았어요. (신난) 시장 아줌마들한테 자랑했더니...
다들 어찌나 부러워하는지... 나보고 남편복 많아서 호강한대요
(M) All Out Of Love / Julienne Taylor
(E) 포장마차 위로 비오는 소리
남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비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E) 포장 위로 빗물 떨어지고
여 오늘은 손님이 영 없네요
남 .... 그러네
여 우리 이번에 여행 가는 게... 신혼여행인가 여보?
남 신혼여행은... 망측스럽게...
여 (웃고) 처음으로 단둘이 가는 여행이니까 뭐....
남 ..... 처음인가?
여 ..... 네...
(E)비오는 소리
여 처음에 당신이 외국까지 여행 가자 그랬을 때는
말도 안된다..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또 그렇더라구요
우리가 죽기 전에 언제 또 그런 여행 가 보겠어요.
우리 둘이 그렇게 좋은 데 갔다 오면...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될거야.
(M) Donde Voi / Tish Hinojosa
남 아내의 말을 듣는데 겁이 덜컥 났다
추억이라니....
곧 세상을 떠날 내가
아내에게 추억을 남겨주는 게...
옳은 일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마음 약한 아내가 나와의 마지막 여행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두려웠다
그녀는 그 추억 하나만으로도
남은 시간을 모두 슬픔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는 여자였다
(M) Dead Are Dancing / Toni Child
남 며칠 후...
난 여행 계획을 변경했다
남 여보. 인욱이도 시간이 된다는데... 여행 같이 갈까?
여 .... 인욱이랑요?
남 왜? 싫어?
여 싫다기보담은... (웃으며) 난 당신이랑 둘이 오붓하게 갈까 했는데...
남 인욱이는 영어도 잘하고... 같이 가면 좋잖아.
여 그래요. 그럼 우리 셋이 가는거에요?
남 아내는 세 사람이 함께 떠나는 걸로 알고 좋아했다
하지만, 예약은 인욱이와 아내 이름으로만 되어 있었다
나는 여행에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M) If You Go Away / Rod Mckuen
남 여행 당일 아침
난 바쁜 일을 핑계 대고 아내와 인욱이를 먼저 공항으로 보냈다
그리고....
(E)통화음 + 받는
여 (공항 소음과 함께) 여보세요?
남 그래 나야
여 비행기 시간 다 되는데 왜 안와요?
남 여보. 나는 안가. 인욱이랑 둘이 갔다 와.
여 네? 아니 왜요?
남 사정이 좀 생겼어. 그냥 당신이랑 인욱이 재밌게 놀다 와.
여 (안타까운) 왜요 여보.... 나 혼자 좋은 데 가면 뭐해요.
눈에나 들어오겠어? 당신이 같이 있어야지...
남 나 없이 구경 잘하란 말이야. 좋은 것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먹고. 인욱이한테 여행 경비 충분히 줬으니까.... 돈 아까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거 다 하고 와.
여 왜 그러는데요 글쎄. 이유나 좀 압시다.
남 그거는.... 갔다 오면 얘기해 줄게.
여 (울먹) 나는...혼자 가기 싫은데....
남 여보.... (뭔가 말하려다가) 아니야. 갔다 와서 얘기해줄게.
여 .... 여보....
남 비행기 시간 다 됐다. 끊자.
(E) 끊는
(M) Love Hurts / Nazareth
남 다녀오면 얘기해 주고 싶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랑 살지 않을 거라고.
다시 만나더라도, 그래서 다시 사랑하게 되더라도
모질게 외면해 버릴 거라고.
내 가난과 고통을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나눠지고 가진 않을 거라고.
그만큼... 당신을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말해주지 못할 때마다
가슴에 새겨놓았다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 말을....
(M) 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 Blood Sweat & Tears
(E) 전화벨 울리는
남 그리고 며칠 후...
작은 아들 인욱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순식간에 밀어닥친 해일에...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손을 잡을 사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여행 내내...
니 아버지랑 보았으면 좋았을 걸...
니 아버지랑 먹었으면 좋았을 걸....
그 말만 했던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토록 아름답다 넋을 빼던 그 바닷속으로....
(M) 파도 / 박진광
(E)비오는 소리
남 아내에게 해 주지 못한 이야기가
가슴을 친다
그 이야기들이 돌이 되어, 쇠가 되어
내 가슴을 친다
가슴의 통증이 커질수록
마음은 편안해진다
아내가 옳았다.
좋은 길도.. 나쁜 길도... 함께 가고 싶어했던 아내...
결국 아내의 소망대로
나와 아내는 같은 길을 가게 되었으니까.
난 어쩌면....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함께 하게 될지 모르겠다.
아직... 해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땐.... 그 이야기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들려주겠다.
(M)주제음 파도 / 박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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