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7 화 아직 못다한 이야기

2025. 4. 5. 00:32음악이 흐르는../음악에세이

 

 

(M) 주제음  파도 / 박진광

 

 

(E) 비오는 소리 

남  아내가 죽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떠난 여행길...

    그곳에서 아내가 죽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해주려고 

    아껴두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아내가... 죽었다

(M) Adagio / New Trolls

 

(E) 포장마차 도마질 소리 

남  아내와 결혼한 지 30년 

    그동안 우리는 하루도 빠짐 없이 

    연탄에 불을 붙이고

    소금 뿌린 생선을 굽고

    돼지 껍데기를 구웠다

(E)포장 펄럭이는 소리

남  초라한 포장마차는 보잘 것 없었지만

    3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덕인지

    우리집을 찾는 손님들은 끊이지 않았다

(E) 포장 열어젖히고 들어오는 + 바람 소리

여  아유 추워~ 바람이 꽤 쌀쌀하네요

남  엄살은... 포장이나 잘 치고 들어와

여  상추값이 많이 올랐어요. 2000원 깎는데 한참 걸렸네.

남  김씨가 그거 팔아 얼마나 남긴다고 깎아. 다 같은 처지에...

여  .... 그래두... 너무 비싸길래... 알았어요. 앞으론 안 그럴께요.

(E) 국물 끓는 소리 + 맛 보고

여  오늘 국물 맛있네요 여보...

(E) 도마질 소리만

남  함께 고생하고 함께 늙어온 아내

    그 아내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 보지 못한 사람이

    남편이란 이름의 나였다

(M) I'm A Fool To Want You / Chet Baker

 

(E)  TV 소리 

남  새벽 4시 넘어서야 집에 들어와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고 나면

    다시 장사를 시작할 때까지

    잠깐의 휴식 시간이 있다

    이때 아내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거나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여  여보... 저거 좀 봐요. 바다가 어쩜 저렇게 좋아?

남  (무심) 바다가 다 똑같지 뭐가 좋아?

여  아니... 저긴 참 좋네. 저기가 어디야? 외국인가보네...

남  우리 나라도 좋은 데 천지야~ 

여  그렇긴 하죠... 여보 기억나요?   

    우리 재작년에 당신 친구네랑 해서 변산 앞바다 갔었잖아요. 

    거기 참 좋았는데.... 

남  (큰소리) 일 나갈 준비나 해. 오늘 왜 이렇게 수다가 길어?

여  ...아유 내 정신 좀 봐.

(E)TV 끄고 나가는

남  괜히 큰소리를 쳤다.

    사실은 미안해서 그랬다.

    결혼해서 30년 동안 딱 한번 바다에 놀러갔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는지...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아내가 불쌍하고...

    내가 싫어서.... 그래서 그랬다.

(M)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하수영

 

(E) 손님 북적대는 

남  그날.. 손님이 유난히 많았다.

    

(E) 들어와 앉는 

손님    껍데기랑 소주 두병 주세요

남  예예~ 여보. 껍데기...

여  네~

(E) 쨍그랑

여  엄마야...

남  (짜증) 뭐하는거야 지금?

여  미안해요. 

(E) 조각 치우는 

여  (변명하듯) 이게 왜 미끄러졌어 그래... (하다가 짧은 비명) 아야!!

 

남  아내의 투박한 손가락 밑으로

    붉은 핏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보는데 가슴 한쪽이 저릿할 정도로

    아팠다

 

남  아 사람 참...! 저리 비켜! 내가 할테니까...

여  .... 미안해요... 

(E) 접시 조각 치우는

여  여보 조심해요 

 

남  어쩔 줄 몰라하며 아내는 저만치로 비켜섰다

    피가 계속 흐르는데 아프지도 않은지 

    내손이 유리조각에 찔릴까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남  (짜증) 피 안 닦을거야? 음식에 묻으면 어쩌려고 그래!

여  네? 아... 네....

 

남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참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M) I'm A Fool To Want You / Billie Holiday

 

(E)접시 조각 버리고 돌아서는

남  깨진 접시 조각을 버리고 돌아서는데

    아까 아팠던 가슴 한쪽이 계속 저려왔다

    처음엔 그냥 아픈 것 같더니...

    갑자기 서 있을 수도 없을 만큼 

    고통이 심해졌다

    가슴을 움켜잡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M) You / Rod Mckuen

 

남  다음날...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해 

    난 병원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E) 구두 신는

여  여보.. 어디 가요?

남  어... 친구 만나러...

여  친구요? 좀 있으면 장 보러 갈 시간인데...

남  일이 있으니까 만나러 가지. 장은.... 혼자 봐

여  나 혼자 들고 오기 힘들 것 같은데....

남  그럼 좀 기다렸다 같이 가든가! 

    다섯시 전엔 들어올거야

여  알았어요. 그럼... 좀 기다릴께요. 다녀와요.

남  그래...

(E) 나가려는데

여  여보. 잠깐만...

(E) 얼른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남  왜!

여  넥타이.. 이거 매고 나가요. 접때 인환이가 사온건데...

    당신 한번도 안 맸잖아요

남  내가 무슨 넥타이야! 

여  그래두요... 당신이 대낮에 외출하는 거... 없던 일이잖아요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남편 넥타이 좀 매줘봅시다. 예? 

 

남  아내가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난 아내가 넥타이를 매주도록 내버려 두었다

(M) 부부 / 부부듀엣

 

(E) 병원 복도 소음 + 걸어가는 소리 뚜벅뚜벅.... 

남  진료실에서 병원 복도를 걸어 나오는 길은

    멀고 또 멀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매준 넥타이가

    답답하게 목을 죄오는 것 같았다

    내 나이 쉰 일곱...

    이제 절반쯤 왔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진 고생만 해 왔으니 

    이제부터는 조금 편하게 살아도 될 거라고.

    아이들도 모두 자라 제 역할들을 잘 하고 있고.

    우리 내외 포장마차를 하면서

    밥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정도니...

    이제부터는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난 의사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아야 했다.

(M) 바보처럼 살았군요 / 김도향

 

(E) 포장마차 

(E) 포장 치고 들어오는

여  어서오세... 여보!

(E)털썩 앉고

여  친구는 잘 만났어요? 하도 연락이 없길래... 나 혼자 나왔어요

남  .... 혼자 장이랑 다 본거야?

(E) 도마질 하며

여  그럼 어떡해요. 당신이 없는데...

남  .... 내가 없어도 혼자 잘 했네 뭐.

여  하루니까 어떻게 해 본 거지... 맨날 혼자 하라면 못하겠던데요 뭐

남  못하긴 왜 못해. 하면 하는거지.

여  .... (눈치 보다) 친구랑 나쁜 일 있었어요?

남  ...... 어....

여  무슨..?

남  ..... 그 자식이 죽을 병에 걸렸다네.

여  네? 친구 누군데? 

남  있어. 당신은 모르는 친구.

여  (쯧쯧) 아니 어쩌다? 부인이랑 애들은 있구요?

남  있지...

여  아유 어떡해... 부인이 젤 불쌍하네...

남  .... 왜?

여  애들이야 다 컸을테니까 지들끼리 가정 꾸리고 살면 되지만

    부인은 안됐잖아요

남  ..... 그 녀석이 지 부인한테 워낙 못하고 살아서...

    그런 남편은 오히려 없는 게 편할지도 몰라 

여  모르는 소리네요. 찢어진 우산이래두 받쳐 주는 게 있어야 비를 덜맞지...

    그 우산 바람에 날아가봐요. 혼자 세상 비 다 맞는 거에요...

(M) 부부 / 부부듀엣

 

(E) 포장마차 끌고 가는 소리

남  새벽 4시 30분 

    우리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난 앞에서 포장마차를 끌어가고

    아내는 뒤에서 밀어준다

    비탈길을 오를 때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이 든다

    아내도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내가 뒤를 돌아보면

    아내는 잊지 않고 미소를 지어준다

    난 아내에게 곧 있으면 날아가 버릴 

    찢어진 우산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는 

    찢어지고 살이 나간 그 우산만 믿고

    빗속을 걸어가는 애처로운 소녀 같다

(M) Honey / Bobby Goldsboro

 

(E) 이불 펴는

(E) 소주 따라 마시는

여  이이는... 잠자리에 무슨 소주에요. 아까두 손님들이랑 마시는 거 같더니...

남  .....

여  여보. 얼른 자요.

남  .... 당신 정미소집 아들 기억나?

여  누구요?

남  정미소집 아들~ 오토바이 타고 다니던... 경수...

여  아~ 기억 나네요

남  그놈이 당신 참 좋아했잖아. 결혼하자고 쫓아다니고... 

여  그랬나? 난 생각도 안나는데...

 

남  기억이 안 날 리 없다. 

    당시, 경수는 아내가 만나주지 않는다고

    자살 소동까지 벌였으니까. 

 

여  갑자기 그 얘긴 왜요?

남  아니... 그놈 소식을 들었는데... 강남역 쪽에서 큰 제과점을 한다더라구.

    돈도 아주 잘 번대...

여  ... 그래요?

남  당신... 경수랑 결혼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M) 어이 / 최백호

 

남  30년이나 죽도록 고생 시켜 놓고

    이제와 그런 생각이 들다니

    나도 참 뻔뻔하다

    그때 내가 아내를 좋아하지만 않았더라도

    아내는 나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와 결혼해

    여유롭게 살았을텐데.

 

여  (약간 기분 나쁜) 경수랑 결혼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남  아니... 그게 아니라.... (한숨) 아니다. 내가 좀 취했나봐

여  그래요. 당신 취했어. 얼른 자요.

(E) 이불 덮고 눕는

 

남  정말 화가 났는지, 아내는 이불을 이마 위까지 뒤집어 쓴다

 

남  그냥 한 소리야. 그냥..

여  ............

남  당신이 아까 넥타이 매주면서 좋아하는데...

    다른놈 만났으면 맨날 넥타이 매주면서 살았을 것을..

    나 만나서 구정물에 손 담그고 사는구나.... 싶어서....

여  (이불 속에서 하는 소리) 그만 해요. 

    당신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요. 난요. 

    또 태어나서 다시 선택을 하라 그래두요. 당신이랑 살아요.

    당신이랑....(약간 목메고) 우리 인환이 인욱이 낳고 포장마차 하면서

    그렇게 살거에요.

(M) You Needed Me / Anne Murray

 

(E) TV소리 

남  다음날...

    아내는 여느 때처럼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네모난 화면은 파란 바다와 아름다운 리조트

    그리고 해상 스포츠를 즐기는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내는 배추를 다듬다 말고 

    넋을 빼놓고 텔레비전을 본다

 

남  좋아 보여?

여  아니... 저런 세상도 있나 싶네...

남  저런 세상... 우리도 한번 갈까?

여  (대수롭지 않게) 네... (깜짝) 네???

남  뭐 별거야? 가면 가는거지...

여  아유~ 아서요~ 저런 데 가는 게 돈이 얼만데~ 

남  생각보다 얼마 안해. 

여  하여튼 됐어요. 우리 같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델...

남  (버럭)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여  여보...

남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맨날 돼지 껍데기나 썰고 연탄 가스나 마시고

    손 부르트게 일만 하면서... 어? (목메는) 죽도록 일만 하면서....

    죽을 때까지 일만 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돼?

여  .... 여보... 왜 그래요....

남  별 거 아니야. 저런 데 가는 거. 가자. 가자구.

(M) Shine Shine My Star / Djelem

 

남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사치스럽다 싶을 정도로 비싼 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그리고 30년만에 처음으로

    포장마차를 열지 않은 채

    백화점에 갔다

 

(E) 백화점 소음

여  (당황한 듯) 여길 왜 와요...

남  여행 가려면 옷도 있어야 될 거 아냐~

여  이이가 진짜 왜 이런대~ 그럼 시장에 가든가~

남  여기서 사! 

여  여보!

남  거기는 여름 날씨라니까... 여름 옷 사면 돼.

    저쪽에서 철 지난 옷들 바겐 세일 한다니까... 안 비쌀 거야 

여  이이가 뭘 잘못 먹었나...

남  옷도 사고.. 여행 가방도 사고... 맞다, 선글라스!

    그런데선 다들 시꺼먼 안경 쓰고 누워 있고 그래.

여  난 못사겠어요. 이런 거 다 사면 돈이 얼만데... 난 갈래요

남  (잡으며 애절하게) 여보.... 제발....

여  ........?

남  제발... 사자. 내 말대로 하자.

(M) 미안해요 / 김건모

 

(E) 포장마차 도마질 소리 경쾌하게 

남  처음에는 못가겠다던 아내도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여  저기 여보... 비행기 타려면 멀미약도 챙겨놔야 되나요?

남  촌스럽게... 그런 거 안 챙겨도 돼

여  .... 그런가? (신나서 도마질 다시 하다가 또 멈추고) 

    저기... 비행기 안에 김치나 된장이나 그런 것도 가져가도 될까요?

남  그런 건 뭐하게!

여  아니... 외국 나가면 김치도 비싸다던데... 사먹기 좀 그러니까...

남  됐어. 그런 거 일절 챙기지 마.

    다 사먹을거야.

여  (놀라며) 돈 많이 들텐데...

남  돈 얘기 하지 말랬지!

여  알았어요. (신난) 시장 아줌마들한테 자랑했더니... 

    다들 어찌나 부러워하는지... 나보고 남편복 많아서 호강한대요

(M) All Out Of Love / Julienne Taylor

 

(E) 포장마차 위로 비오는 소리

남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비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E) 포장 위로 빗물 떨어지고 

 

여  오늘은 손님이 영 없네요

남  .... 그러네

여  우리 이번에 여행 가는 게... 신혼여행인가 여보?

남  신혼여행은... 망측스럽게...

여  (웃고) 처음으로 단둘이 가는 여행이니까 뭐....

남  ..... 처음인가?

여  ..... 네...

(E)비오는 소리 

여  처음에 당신이 외국까지 여행 가자 그랬을 때는

    말도 안된다..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또 그렇더라구요

    우리가 죽기 전에 언제 또 그런 여행 가 보겠어요.

    우리 둘이 그렇게 좋은 데 갔다 오면...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될거야.

(M) Donde Voi / Tish Hinojosa

 

남  아내의 말을 듣는데 겁이 덜컥 났다

    추억이라니....

    곧 세상을 떠날 내가 

    아내에게 추억을 남겨주는 게...

    옳은 일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마음 약한 아내가 나와의 마지막 여행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두려웠다

    그녀는 그 추억 하나만으로도

    남은 시간을 모두 슬픔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는 여자였다

(M) Dead Are Dancing / Toni Child

 

남  며칠 후...

    난 여행 계획을 변경했다

 

남  여보. 인욱이도 시간이 된다는데... 여행 같이 갈까?

여  .... 인욱이랑요?

남  왜? 싫어?

여  싫다기보담은... (웃으며) 난 당신이랑 둘이 오붓하게 갈까 했는데...

남  인욱이는 영어도 잘하고... 같이 가면 좋잖아.

여  그래요. 그럼 우리 셋이 가는거에요?

 

남  아내는 세 사람이 함께 떠나는 걸로 알고 좋아했다

    하지만, 예약은 인욱이와 아내 이름으로만 되어 있었다

    나는 여행에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M) If You Go Away / Rod Mckuen

 

남  여행 당일 아침

    난 바쁜 일을 핑계 대고 아내와 인욱이를 먼저 공항으로 보냈다

    그리고....

(E)통화음 + 받는

여  (공항 소음과 함께) 여보세요?

남  그래 나야

여  비행기 시간 다 되는데 왜 안와요?

남  여보. 나는 안가. 인욱이랑 둘이 갔다 와.

여  네? 아니 왜요?

남  사정이 좀 생겼어. 그냥 당신이랑 인욱이 재밌게 놀다 와.

여  (안타까운) 왜요 여보.... 나 혼자 좋은 데 가면 뭐해요.

    눈에나 들어오겠어? 당신이 같이 있어야지...

남  나 없이 구경 잘하란 말이야. 좋은 것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먹고. 인욱이한테 여행 경비 충분히 줬으니까.... 돈 아까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거 다 하고 와.

여  왜 그러는데요 글쎄. 이유나 좀 압시다.

남  그거는.... 갔다 오면 얘기해 줄게.

여  (울먹) 나는...혼자 가기 싫은데....

남  여보.... (뭔가 말하려다가) 아니야. 갔다 와서 얘기해줄게.

여  .... 여보....

남  비행기 시간 다 됐다. 끊자. 

(E) 끊는 

(M) Love Hurts / Nazareth

 

남  다녀오면 얘기해 주고 싶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랑 살지 않을 거라고.

    다시 만나더라도, 그래서 다시 사랑하게 되더라도

    모질게 외면해 버릴 거라고.

    내 가난과 고통을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나눠지고 가진 않을 거라고.

    그만큼... 당신을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말해주지 못할 때마다 

    가슴에 새겨놓았다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 말을....

(M) 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 Blood Sweat & Tears

 

(E) 전화벨 울리는

남  그리고 며칠 후...

    작은 아들 인욱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순식간에 밀어닥친 해일에...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손을 잡을 사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여행 내내...

    니 아버지랑 보았으면 좋았을 걸...

    니 아버지랑 먹었으면 좋았을 걸....

    그 말만 했던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토록 아름답다 넋을 빼던 그 바닷속으로....

(M) 파도 / 박진광

 

(E)비오는 소리 

남  아내에게 해 주지 못한 이야기가

    가슴을 친다

    그 이야기들이 돌이 되어, 쇠가 되어

    내 가슴을 친다

    가슴의 통증이 커질수록

    마음은 편안해진다

    아내가 옳았다.

    좋은 길도.. 나쁜 길도... 함께 가고 싶어했던 아내...

    결국 아내의 소망대로

    나와 아내는 같은 길을 가게 되었으니까.

    난 어쩌면....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함께 하게 될지 모르겠다.

    아직... 해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땐.... 그 이야기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들려주겠다. 

(M)주제음   파도 / 박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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