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음악에세이(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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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화 가난한 천국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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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하장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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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화 숲속으로의 초대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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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화 크리스마스 이야기
이제 난 서울로 간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산골학교로 발령을 받고 교사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고, 여자친구와도 자주 연락을 할 수 없었다.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하얀 눈 위, 그 기분. 그러나 눈만 한 번 쌓이면 운전도 할 수가 없어 꼼짝없이 산을 걸어 내려가야만 했다. 물론 눈쌓인 이곳의 풍경은 아름답다. 맑고 차게 얼어있는 얼음 밑으로 흘러가는 물소리. 눈쌓인 둥지를 보드라운 날개짓으로 털어내는 새들의 노랫소리. 배고픈 산짐승들이 다니는 길목에 빵조각을 놓아주는 어린아이들의 착한 웃음소리. 정든 시골생활이었지만 그러나 이제 난 서울로 간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위하여.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다. 역시 도시의 크리스마스는 화려하고 ..
2024.03.08 -
제 9 화 마지막 첫눈
첫눈이 언제 오는지 알고싶다며 보채던 딸아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내가 만들어준 흔들의자에 앉아 커다란 무릎담요를 덮은채.. 창밖을 본다. 겨울바람이 마지막 떨어진 낙엽들을 크게 휘몰아 갈 뿐, 눈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첫눈은 언제 올까? 난 딸아이에게 정이 없었다. 사랑하던 아내가 딸을 낳다가 세상을 떠난 후로, 난 그 누구에게도 정을 줄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딸 주현이를 의사손에 맡겨두고 난 세상에 없는 아내를 찾아 헤맸다. 아내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 누구를 데려가도, 나 아니 딸아이를 대신 데려가도 괜찮다고 기도한 적이 있었다. 내 딸 주현이를. 하지 말아야 할 기도를 한 죄일까. 신은 아내를 다시 되돌려주지도 않으면서, 내 어린 딸을 ..
2024.02.18 -
제 8 화 호수로 가는길
나를 위해 쌀을 씻고 나물을 무치던 아내, 셔츠를 다려주고 넥타이를 골라주던 아내, 그 아내를 잃어버린 나는 몹시 허둥대고 있다. 왜 사랑은 잃어버린 후에야 그 맨살을 드러내는지. 깊은 그리움과 아쉬움과 고마움을 왜 뒤늦게서야 가르쳐주는지. 사랑은 왜. 신문사의 공기는 언제나 후끈거렸다. 취재에 쫓겨, 특종에 쫓겨, 마감에 쫓겨, 난 언제나 숨쉴틈 없이 뛰고 있었다. 그런 내게 아내는 자주 전화를 걸어주었다. "네, 김봉덕입니다." "여보, 난데요." "어, 왜?" "나, 행운목을 하나 샀는데 글세, 꽃집 주인이 말이에요." "아 당신, 그 얘기 하려고.. 다른말 아니면 끊어!" 아내의 전화는 매번 이런식으로 끊어졌다. 언제나 새벽늦게 들어온 나를 아내는 지치지도 않고 기다려 주었다. 작은 소파위에 조그..
202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