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화 .. 사랑만 남기다..

2024. 10. 6. 00:34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파란물감을 칠해 놓으듯 하늘색이 너무나도 고운 어느 가을날..

따스한 햇살이 기분좋은 하루를 예고하듯 싱그럽다..

가까운 서울 도심에 있어 오히려 와 보기 힘들었던곳..

언젠가 한번 꼭 가보리라 마음먹고 길을나서 이윽고 오늘에야

그 길상사에 발을 딛는다..

길상사는 서울의 대표적 부잣집 주택가인 성북동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었다..

깊은 고요함..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음으로 운동화에 청바지 입고 가을을 느껴보고 싶었다..

뒷짐을 지고 사색하듯..산책하듯..

천천히.. 천천히..

버스타고.. 전철타고..환승도 하고..

그렇게 가을을 느끼며 조금은 느린걸음 으로 터벅터벅 걸어보고 싶었다..

 

 

 

대원각..

80년 대까지 삼청각,청운각과 함께 우리나라 요정정치의

1번지로 꼽히던 대원각의 중심..

술과 가무..

향락과 퇴패가 일삼아지던 이곳이 지금은 극락전으로 변해있다..

여자의 웃음소리와 가락..

그리고 웅성거림은 찾아볼수 없었으며 예상대로 길상사 경내는 깨끗했으며 그지없이 조용했다..

도심의 한복판에 이러한 고요함과 한적함이 오히려 어색하기까지 하다..

 

 

 


불교신자가 아니라서 잘모르겠지만 관음보살상 인듯하다..

정교한듯 아닌듯 간결하지만 왠지 품위가 있어보이는 석상이다..

고대이집트의 석상같기도 하고 정말 성모마리아상 같기도 하다..

이곳에선 성모 마리아상을 닮은 관음보살상 으로 유명하단다..

아이러니 하지만(이젠 그렇게 생각하는 이도 없을테지만..)

이 조각상은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님이 만들었다고 한다..

가끔 수녀님 들의 모습도 보인다..

 

 

 

명상의방..

누구든 명상을 원하는 사람은 이방에서 명상과 참선을 할수있다..

방안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조용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를 만났다..

길상화..

불교에 귀의하면서 법정스님 에게 받은 법명이다..

그녀의 본명은 김영한..(1916~1999)

어릴때 부터 시와 노래와 문학에서 남다른 자질을 보였던 영한은 집안이 사기로 인해 파산하자

열여섯나이에 기생이 된다..

진향 이란 기명으로 기생이된 영한은 이때부터 문학에서 높은 예술성을 보이며 조선어학회 회원인

신윤국의 도움으로 일반인에게 어림없었던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게 된다..

당시 영생여고 영어선생 이었으며 문학계의 일원 이었던 천재시인 백석과 운명같은

만남은 이즈음에 시작됐다..

그들은 애닳고 지고하며 지순한 사랑을 시작한다..

백석은 영한을 "자야" 라고 불렀다..

곧 그녀의 필명이 되었다..

백석은 그녀를 사랑했고 영한도 백석을 깊이 사랑했다..

그러나 백석의 집안에서 그들을 반대하면서 이윽고 애닳픈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해방과

6.25를 격으며 백석은 북으로가 월북작가란 오명을 쓰게된다..

그렇게 그들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다..

영한은 대원각을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돈은 백석의 시한줄보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영한에게 돈은 큰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백석의 영혼을 놓지 못하는 영한은 또다시 운명처럼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접하며

그 가치에 대해 눈을뜨게 된다..

자그만치 천억이란 거금을 법정스님에게 희사해 술과 여자와 퇴패와 향락의 온상이었던 대원각이

오늘날의 길상사로 탈바꿈해 재탄생 하게 된다..

길상화..아니..김영한..

오래토록 기억에 남아있을 이름..

그녀의 숭고한 사랑과 감히 범인 으로서는 생각치도 못할 무소유를 행함으로 가슴속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게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존고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길상화를 만나고 나오면서 부터 내 마음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하리 만치 사믓

진지해지며 숙연해져 있었다..

이탑은 길상7층보탑 이라 명명 하는데 이탑 역시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이 길상화의 사랑과 무소유의

실천에 감동받아 기증 했다고 한다..

나도 무어라도 기증 하고 싶었는데 본래 무소유 인지라...

 

 

 

 

 

법정스님의 "침묵의 그늘에서.."가 그네처럼 나무에 메달려있다..

바람이 불면 마치 맑은 소리가 날것같은 풍경처럼..

      "여기침묵의 그늘에서 그대를 맑히라.."

      "이 부드러운 바람결에 그대 향기를 실으라.."

       "그대 아름다운 강물로 흐르라.."

       "오..그대안 저 불멸의 달을 보라.."

큰 나무는 그늘을 만든다..

수고하고 짐진자 들이 이그늘 에 앉아 땀을 식히며 나무의 희생에 감사 하리라..

 
 
 
 
 
 
 
 
 

오동나무숲이 푸르렀는데 어느사이 낙엽이 인다..

가을이 가득하다..

가을로 물들어가는 길상사..

많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가는듯 하지만 결국엔 홀로 가는길 인것을..

산사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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