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마을..

2024. 10. 1. 00:23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오랫만에 커피를 한잔마셨다..

스벅도 아니고 투플도 아닌 400원짜리 자판기 커피다..

그런데 간만에 마신탓인지 가슴이 두근 거린다..

일년이면 열잔도 못마실 커피인데 괜히 마셨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람이 많은곳을 피해 잠시 앉아있으니 두근거림이 사라지는듯 했다..

다행이다..

커피는 이제 정말 마시지 말아야겠다..ㅋ

네비를 보니 52분 남았다고 표시가 되어있다..

햇살.. 바람..

그리고 사월이 주는 볕이 좋은 휴일 아닌 휴일날(?)..ㅋ

허기진 삶을 채울겸 스며든 봄볕도 만날겸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집에서 두시간 정도 걸리니 적당한 거리다..

당진은 예전에도 많이 지나치던 곳이었는데 이런곳이 있었는줄은 잘몰랐다..

주차장엔 이미 꽤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1인 입장료 6.000원을 내고 들어가면서 늘 그값어치를 못하던 다른곳을 떠올리며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안고 걸음을 옮긴다..

하얀색 교정에 담쟁이가 어우러진 미술관..

Ami Art Museum..이란 영문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담쟁이 정원 "아미 미술관" 이다..

 

 

 

 

 

 

 

아미는 우리말로 눈섶을 뜻한다..

왠지 어떤 깊은 뜻이 있을것도 같고 이쁜이름이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은 의외로 친구라는 뜻의 불어라고 한다..

봄의 햇살이 반짝이며 내려앉은 이 작은 미술관은 유년의 뜰같은 편안한 느낌으로

성큼 내게로 다가왔다..

투명하게 웃는 어린아이들이 하나의 움직이는 조각품이 되었고

앞서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그림이 되었다..

녹색과 핑크의 조화가 봄볕에 잘어울린다..

 

 

 

 

 

 

 

이런걸 정크아트(Junk Art..) 라고 하는건가..?

가스통..청소기..등 재활용품으로만든 일종의 깡통로봇..

관장님 내외를 연상케 하지만 설치미술품 인듯한데 미술관을 지켜주는 수호신 일까..

이곳은 폐교활용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만하다..

아미미술관은 폐교였던 유동초등학교를 활용해 만든 미술관으로 서양화가 박기호와

설치미술가 구현숙 부부가 10여년에 걸쳐 개조하고 가꾸어온 곳이다..

아미 미술관은 총 3개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1개동은 운동장 앞 본관 건물인 교실로 실내 전시실과 작업실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고

2개동은 전시실 뒷편에 작가 숙소와 쉼터로 사용되고 있는 한옥 건물이 있으며

한옥 마당 건너편에는 방문객의 쉼터인 카페 지베르니가 자리잡고 있다..

 

 

 

 

 

 

 

 

드르륵..

어릴적 초등학교 교실의 미닫이 문을 여는듯한 아련한 느낌이 다정다감 하다..

처음 입구에서 만나게되는 핑크빛의 향연..

예쁘다..

사랑을 받고사는 수줍은 여자의 얼굴색 같다..

 

 

 

 

 

 

 

역시나 양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긴복도가 초등학교때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책상 걸상 뒤로 밀어놓고 교실 마루바닥에 무릎꿇고 나란히 앉아 해진 내복으로 만든 걸레로

초칠하고 문지르던 생각이 영사기의 필름처럼 뇌리를 스쳐간다..

외지고 소박했던 폐교가 화가 박기호의 귀향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업실과 활동무대로 활용되던 이곳에 풍경화를 그리듯 다양한 꽃과 나무..식물을 심고 가꾸어

영혼이 위로받고 치유될수있는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미술관은 왠지 위(?)에 사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어서 쉽게 다가서지 못했는데..

폐교여서 였을까..

익숙한곳 같은 편안함도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핑크색 방이 여성적인 감성으로 다가왔다면 이곳은 남성미가 느껴지는 푸른색으로 능동적이며

역동성이 느껴지고 있었다..

잘 모르지만 설치미술의 대가다운 섬세함이 잘 느껴진다..

 

 

 

 

 

 

 

 

이건 무얼까..

그냥 나의 첫느낌을 말하지면 곳감을 엮어 말리는 것 같은 모습 같기도 하고..

댕기머리를 땋아 늘어뜨린것 같기도 하다..

다소 엉뚱하지만 신라시대의 금관 이나 금으로 만든 허리띠 같을걸 연상하게도 한다..

어릴때 신문지와 색종이로 이런 모양의 띠를만들어 금관을 만들어 쓰고 길게 끈으로

엮어 허리에 두르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나의 느낌이다..

무식하다고 말해도 어쩔수 없다..ㅋ

 

 

 

 

 

미술에는 문외한이라 제대로 감상한건지 조차 알수 없지만 나름대로 그림을 비롯한

작품들과 대화도 시도해보고 해석도 해보려 노력해 봤는데 잘모르겠다..

그저 하얀벽에 걸린건 그림이라는것 밖엔 알수가 없는 나의 무지..ㅋ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여백이 있어서 화려하지 않으며 번잡하지 않고 한가로운 어쩌면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오히려 더 가슴속에 오래 남아있을것 같다..

창밖의 풍경은 야외의 푸른 조형물과 흰벽의 대비를 이루어 시선을 머물게 한다..

 

 

 

 

 

 

 

 

나처럼 혼자서 사부작 거리며 다녀오는건 비추한다..

어찌나 다들 쌍쌍이 이쁜 사람들만 오는지..

혼자서 다닐려니 좀 냉피해서 일부러 사진 찍으러 나온 작가같이 폼 잡고 사진 찍기에만

열중하는척 했지만 멋적은건 어쩔수 없었다..ㅋ

 

 

 

 

 

 

어느 한 구석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던 아미 미술관..

바람쐬고 싶은 날..

창가에 앉아 포근한 봄볕을 받기만 해도 좋을곳..

나들이 다녀오기 좋은 곳으로 저장 버튼을 눌러 버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가 생각나게 했던 담쟁이..

귀밑머리 흘러 내리듯 허술한 창문틈을 비집고 침입한 담쟁이는

유연한 곡선미를 자랑하며 또 하나의 자연적인 작품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뽐내지 않아도 멋스러워 오래 머물고 싶었던 작은미술관 이다..

창가 마다 아이들이 고개를 내밀며 왁자지껄 떠들었을 학교..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같은 모습으로 고개를 내밀며 추억 만들기에 분주해 보였다..

그간 꽤 많은 개보수를 했음에도 구석구석 학교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니 이곳이 좋아지며 오래 머물고싶은 마음이 들수밖에 없었다..

 

 

 

 

 

 

 

하얀 카푸치노 거품 같은 구름으로 덮여있던 햇살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꽤 오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보니 세상에는 기다려야 되는 일이 아주 많다는걸 잊고 있었나보다..

천천히 익어가는 삶..

아름답게 익어가는 사랑..

만족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기다릴 줄 알아야 했던거였는데..

아주 작고..

귀엽고..

사랑 스러웠던 미술관..

아마도 학교가 아닌 미술관이 이보다 더 크고 웅장했다면 덜 예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아마도 나만이 같는 생각은 아닐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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