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6. 00:42ㆍ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오락가락..
가는 비에 왠지 싱숭생숭 하니 마음이 심란하다..
이런 날은 어찌해야 할까..
독서..여행..낚시.. 혹은 드라이브 같은 걸로는 해소 되지 않을듯 싶다..
무엇 때문일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갱년기..? 권태기..? 아님 혹시 일태기..?
도리질을 치고 있는데 그가 저녁을 먹으러 가자 한다..
그래..
마음이 그럴때도 있는거지..
밥 이나 먹으러 가자..ㅋ

밥 먹으러 가자 해서 따라 나선 곳이 2시간 고속도로를 달려 속초 까지 왔다..
강릉으로 커피 마시러 가는 것이 능히 실행 할수 있는 일이라면 밥 먹으러 고속도로를 달려
속초 까지 가는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 일수 있는거 아닐까.. 하고 의외의 행위에
나름 합리화 해야 했다..ㅋ
작은강 앞에 다다라 갯배 라는 배를 타야 한단다..
저 건너편은 순대골목으로 이름난 아바이 순대마을 이라고 한다..
전쟁후에 실향민들이 정착해 사는 마을로 언젠가는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고향 사람들끼리 주로 모인 탓에 집단촌이 형성됐다..
실향민의 삷은 기구하고 애절했다..
그들은 고단한 삶의 애환을 고향음식인 오장어 순대와 순대국으로 승화 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생선구이를 먹으러간다..ㅋ

갯배의 삯은 1인 편도 200원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1박2일을 촬영했다는 광고 간판이 걸려있다..
늦은 시간 때문인지 갯배의 손님은 거의없다..
연료로 움직이는 배가 아니라 강 이쪽에서 건너편까지 와이어를 연결해서
줄을 끌어당겨야 움직이는 무동력 운반선 인것이다..
바로 눈앞에 육지가 보이는 짧은 거리지만 옛것을 떠올리는 감성을 돋게한다..
사람이 많을때는 그많큼 배가 무거우니 사람들이 같이 협동해서 줄을 잡아당긴다..
체험삼아 잡아당겨 보았는데 배의 무게때문인지 좀 힘이든다..ㅋ

고속도로 타고 배 타고 도착한 이곳은 속초의 생선구이집 이다..
저녁 9시까지 영업인데 문 닫기 직전에 들어가 맨 마지막 손님으로 입장했다..
하마터면 멀리 갔는데 먹어보지도 못하고 돌아올 뻔했다..ㅋ
강 건너 쪽은 이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장사를 시작하며 터를 잡은 아바이 마을인데
순대가 유명한 모양이다..
순대보다는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선구이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도 1박2일팀이 촬영한곳이어서 날마다 북새통 이란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많이 앉아있다..

모듬생선 이다..
1인분 12000원..
밑반찬도 8가지나 되는데 거의 남기는 걸로 봐서는 그냥 버려지는게 많을것 같아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으며 가성비 괜찮은 편이다..
꽁치..고등어..도루묵..그리고 이름 모를 생선 등등..
생선 이름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서빙 아줌마의 피곤과 짜증이 묻어 나는 얼굴을 보고
그냥 참기로 했다..ㅋ
그 많은 손님들의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을 오늘도 얼마나 많이 반복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노릇노릇..
서빙 아줌마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구워주는데 맛있게 구워졌다..
특히 도루묵 알은 살짝 익었을때 먹어야 한단다..
너무 오래 익히면 오히려 딱딱해 져서 못먹는단다..
도루묵..
도루묵이 맛없다는 오명은 이름 때문에 생긴 선입견이다..
임진왜란때 선조는 피난길을 떠났다..
어느 마을에 다다라 배가 고팠던 임금은 수라상에 올라온 이름모를 생선을 맛있게 먹은후
그생선의 이름을 물었다..
"묵" 이라는 생선이라고 하자 맛있는 생선에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라며 "은어" 라고 하라 일렀다..
전쟁이 끝난후 환궁해서 그 생선의 맛을 잊지못해 다시 먹어보니 그때 먹었던 맛이 아니었다..
그 맛에 실망한 임금이 "다시 도로 묵이라 불러라"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ㅋ
생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모처럼 좋은 생선으로 맛난 저녁식사를 한것 같아
포만감이 한층 샹승했다..

가을동화..
이천년 구월에 했던 드라마 인데 이천년 세기말엔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지구상에 혼란이 오며
세상이 멸망 할거라고 말하던 시키들은 다 어느 구석에 숨었을까..
세상은 이렇게 아무일 없이 멀쩡 하기만 한데..
다시 태어나면 나무가 되고 싶다던 은서의 말이 떠오른다..
한번 뿌리내리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나무..
그치만 외로움에 그리움 까지..
무거워서 어찌할가..
그런거 붙잡지 말고 언제나 이는 바람엔 빈 손을 흔들어 주자..
괜찮은 저녁식사와 속초의 야경에 심란하던 마음은 어는세 씻은듯이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