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2024. 2. 1. 00:19블로그 에세이/책

오랫만에 도서관을 갔다..

도서관의 마당에 서있는 키가 큰 나무엔 매미소리가 요란했는데 어느새 계단을 올라서는

내 발자욱 소리만 들릴만큼 사위가 고요해졌다..

눈부신 가을햇살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높고 구름없는 푸른하늘 아래 나래지친 빨간잠자리가 잠을자듯 사람이 없는

벤취에 앉아 인기척에도 꼼짝을 않는다..

도서관 입구엔 여전히 체온을 측정하는 열감지 화상 카메라가 흉물스럽게 서있었고

사람들은 일상인듯 카메라 앞에서 차렷자세로 포즈를 취했다..

36.3*.. ㅋ

코로나 4단계 실시중 이어서 인지 책 열람은 가능했지만 좌석엔 앉을수 없게끔

테이프가 줄처져 있었다..

나는 역사소설이나 등장인물의 주인공인 "나"가 자신의 내적심리가 드러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1인칭 시점의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선택할때도 그쪽에 비중을 많이두기에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ㅋ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이책은 묘사가 아주 성실하다..

아홉살 소년의 시각으로 어린시절의 가족과의 갈등과 사회에대한 묘사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가족이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부데끼는 현실의 어려움이

어떤건지를 잘보여준다..

할머니의 폭정과 그에 응하는 며느리의 가슴저린 반란..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구는 인왕산 아래 동네에서 할머니와 엄마.. 아버지..

여동생 영주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를 못잡아 먹어 안달인 할머니.. 언제나 할머니 편만 들며 엄마에게

손찌검도 서슴지 않는 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가 싫고 무섭지만 힘없고 어린 동구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동구는 집안의 4대 독자지만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며 흥분하면 말부터 막히는 버릇이있어 할머니에게

점점 더 미운 털이 박힌다..

3학년 때 박영은 선생님을 만남으로 동구의 인생은 점차

아름다움으로 채워져 갔다..

난독증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따뜻함은 교사의 사명 이었을까..

어느 가을날 그렇게 아끼던 동생 영주마저 어이없는 사고로 동구의 곁을 떠난다..

할머니는 영주의 사고를 모두 엄마 탓으로 돌려며 또 다시 엄마 가슴에 못을 박고

견디지 못한 엄마는 그만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할머니와 아버지.. 그 반대편에 서있는 엄마.. 그 사이에서 자기 속마음을

말이나 글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동구의 가슴은 이래 저래 멍들고 있었다..

"할머니.. 제발 엄마 좀 들들 볶지 마세요.." 라고 단 한 번도 소리 내어

말해 보지 못한 동구..

동구가 꿈꾸어 온 가정은 할머니와 엄마가 서로 가진 것을 드러내 다투지 않고

각자 가진 것으로 채우는 그런 가정이 아니었을까..

먼저 살아온 할머니와 이어서 살고 있는 엄마의 향기가 어우러지는

그런 곳 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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