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7. 00:32ㆍ블로그 에세이/낙 서
첫눈이 옵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더니 오늘(12.18) 오후부터 함박눈이 소복히 내렸습니다..
마치 솜털같은 하얀눈이 소나기처럼 펑펑 한꺼번에 많이도 쏱아져 내렸습니다..
거리에도..
나무에도..
지붕위에도..
온통 하얀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조선시대때 에도 첫눈오는 날엔 지금의 만우절처럼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여도 용서를
해주었을 만큼 첫눈은 상서러운 징조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누군가는 첫눈을 보며 소원을 빌었을것 이고 누군가는 약속을 떠올리며 마음이 설레였을 것입니다..
시골에사는 사람들에게 눈은 활동영역을 손바닥만 하게 좁혀놓는 존제이기도 합니다..
마당엔 눈이 많아서 사람이 밟고 다닌길만 드러나 보입니다..
대문에서 현관까지..현관에서 개집까지.
혹은 집에서 창고까지..
제영역에서 살아가는 짐승들처럼 고작 그렇게만 움직이면서
하루하루를 지냅니다..
밥먹고 꼼지락 거리다가 개밥주고..
밥먹고 꼼지락 거리다가 개밥주고.. 그게 하루의 일과 입니다..ㅋ
밥상의 반찬이 바뀌고.. 하는일이 조금씩 달라지고.. 읽는책의 제목도 달라지긴 하지만
크게보면 쳇바퀴 굴리는 일입니다..
저는 그랬던것 같습니다..^-
대게들 그렇게 사는겁니다..
이제는 큰눈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와..좋았겠다.." 라고 반응했다간 이사람이 정신나갔나
할수 있을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 동해쪽 어딘가에 큰눈이 왔다기에 그렇게 말했다가 옆지기에게 이사람 언제나 철이들까
하는 표정으로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ㅋ
말인즉슨 보기야 좋지만 사람들 도로에 고립되고 시설물이 무너지고 야단법석인데 그런소리는
가당치도 않다는 말인거죠..
내가 왜.. 그걸 모를까요..
다만 자연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거기 비하면 사람의 힘은 또 얼마나 미약하고
보잘것 없는지 생각해볼 기회는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하얗게 눈덮힌 풍경의 장엄한 아름다움과 만나는 순간의 기쁨은 눈의 재해와는
분명히 다른것 입니다..
하얀눈이 소복히 쌓였습니다..^-
'블로그 에세이 > 낙 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야의 밑 에서.. (0) | 2024.01.19 |
---|---|
동짓날 긴 긴밤.. (0) | 2023.12.26 |
나만의 천군.. (0) | 2023.11.30 |
육군 제5161부대 (1) (0) | 2023.04.07 |
봄날.. (0) | 2023.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