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8. 00:34ㆍ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절기상으로는 가을 이라는데 아직 한낯의 기온은 조금 더운듯 하다..
그래도 강원도는 언제 어느때 기온변화가 있을지 몰라 긴팔 티셔츠에 바람막이 점퍼까지 입은건
좀 무리인듯 이마에 약간의 땀방울이 비치는것 같았다..
영월..
이곳에 온적이 언제 였던가..
2008년도쯤 평창에 있을때 펜션업과 관련해 교육받으러 왔었으니 거의 16년전쯤 인것 같다..
그때는 반듯한 국도가 없을때여서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에서만 살다가 시골로 와 그런 산길을 운전해 간다는것에 피곤함 보다는 시골산길의
한적함과 차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의 아름다움이 먼저 떠올라 부푼 기대를 하게했다..
유명한 관광지나 맛집을 다녀온것도 아니고 그저 어느 관공서 별관 같은 곳에서 하루종일 교육만 받고
왔을뿐인데 여즉 잊혀지지 않는 영월의 대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녕.. 참.. 오랜만 이구나.. 영월..ㅋ
세상 무거운것 내려놓고 이름없는 가을바람에 실려 달려온 영월..
섶다리..
조용하고 고요하다..
섶다리 마을은 한적한 영월의 강변마을로 강변에는 넓은 자갈밭에 수박돌과 잔돌이 깔려있다..
강 건너에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절벽에 돌단풍이 군락을 이루어서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으로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가을을 타는 섶다방..
강변의 가을 풍경은 차 한잔의 여유로 녹아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강 건너 에서 불어온 바람에 우수수 낙엽이 떨어졌다..
문득 쏟아지는 시린 서러움..
아직 남아있을지 모를 나의 체온이 그 의 아린 눈빛에 모두 얼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동백다방 에는 여우 같은 여자와
토끼 같은 여자 둘이 차를 파는데
알고 보면 둘 다 양 같은 여자들 이다
( 중 략 )
길 잃은 양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여우 같은 여자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천장을 쳐다보며 연기를 뿜더니
"내년 봄에는 어디로 가지?" 한다
자욱한 연기가 장님처럼 창문을 더듬는다
동백다방 -이생진-
섶다방은 폐가처럼 관리가 되어있지 않았지만 문이 열려있어 들어가 볼수는 있었다..
손바닥 만큼 작은 가게에는 영업을 한 흔적이 있으며 창가에 테이블이 한개 있지만 먼지만 뽀얗게
쌓여있고 천정에 거미줄도 많이 보였다..
비 가 오는 날..
찻잔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이 창가에 가만히 앉아 비틀즈를 들으며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월은 조선의 제 6대 왕인 단종의 아픔이 남아있는 곳이다..
세조가 집권하며 조카인 단종을 이곳에 유배시킬 만큼 영월은 첩첩산중 깊고 깊은 산골이었다..
강 을 건너기 위해선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수 있는 나무를 재료로 한 다리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다리가 바로 섶다리다..
섶다리의 유래는 1428년(세종10) 경북 청송 덕리 보광산에 위치한 청송심씨 시조묘에 사계절 전사일에
용전천 강물이 불으면 유사관원과 자손들이 건너지 못할까 걱정하여 섶나무를 엮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처음이라고 한다..
대부분 차량으로 방문을 하겠지만 주차장 앞에 판운 쉼터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뚜벅이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다..
섶다리란 섶나무를 엮어서 만든 다리로 장마가 끝나고 강물의 수심이 얕아지는 10월 말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설치하고 이듬해 장마가 오기 전 5월 중순에 다시 철거 한다..
섶나무는 잎나무, 풋나무, 물거리 등 땔감으로 사용되는 나무를 말한다고 한다..
통나무를 지지대로 교각을 만들었고 그위로 섶나무를 엮어 상판을 만들었다..
꿀렁꿀렁한 느낌이 있지만 생각보다 튼튼하다..
이순을 넘어선 나이..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까..
너무나도 긴 고난과 방황의 터널을 지나온 고단한 삶 이었다..
그 무수히 많던 날들 속에서 내 마음 깊은 곳에 꿈뜰거렸던 번민들을 새로운 방향으로
재발견 하고 내 자신에게 감사한 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후회와 회한이 앞선다..
나와 같은 줄에 서있는 친구는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비로서 인생이 다시 보이는
순간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모습에 나 자신을 비교 할수밖에 없었다..
우아한 날개짓..당찬 목소리..뜨거운 감동..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 지금의 나에겐 그저 공허한 외침 인걸까..
지네발을 닮았다고도 하는 섶다리는 돌을 쌓아 만들고 못 을 사용하지 않고 도끼와 끌 로만
기둥과 들보를 만든다고 한다..
판운쉼터 쪽에서 미다리로 건너가는 첫발을 올리면 땅과는 다른 푹심함과
흔들거리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점차 익숙해질 무렵 보이는 물위에 비치는 시골의 하늘과 산세의 풍경이
도시를 떠나 왔음을 느끼게 한다..
까마득한 어느해 가을날 이던가..
창덕궁 부용지 솔나무 그늘 아래서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 깜박 잠이들었던 날..
막걸리 한잔에 취기가 오르는듯 지는 빨간 노을이 우리의 볼을 불그스름 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일면 꽃잎에 이는 햇살처럼 흔적없는 사랑을 키웠다..
철이 바뀌고 사과꽃이 피었다가 지고 속절없는 세월속에 우리는 운명처럼 정해진
길을 따라 떠나야 했다..
아스라히 남 으로 멀어져가는 뒷모습에 손 흔들고 죽음 같은 마음에 이슬이 핑 돌았다..
발자국만 남기고 가버린 그는 여지껏 보이질 않는다..
나는 그를 오랫동안 찾아 다녔다..
부엉부엉 우는밤에 꾹꾹 눌러쓴 실바람 같은 글씨를 우체통에 넣어도 보았다..
그새 머리칼은 성성하고 서릿발에 떨고있는 낙엽처럼 늙어 버렸다..
가버린 긴긴 세월..
어쩌자구 잠은 이렇게 자꾸 깨는걸까..
해마다 섶다리 설치를 기념해 마을에서 섶다리 문화축제가 열린다..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걸로 보아서는 이미 축제가 시작 된듯하다..
시간은 잘모르겠지만 저녁부터 시작 할것으로 예상되 축제를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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