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식목일

2024. 4. 13. 01:27블로그 에세이/낙 서

4월 5일..

식목일 이다..

공휴일 이었는데 지금은 공휴일이 아니다..

예전엔 식목일 이면 사람들은 한식날을 겸해 공휴일인 식목일에

조상님 성묘를 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성묘를 다녀가는 이들이 있지만 공휴일이 아닌 관계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나역시 과거 식목일엔 언제나 식구들과 함께 아버님

묘지에 성묘를 다녔다..

겨우내 나목으로 버티던 산자락엔 어느사이 초록빛이 물들고

따스한 햇볕과 훈훈한 잎새바람이 살랑거리는 식목일의 성묘는

아버님을 찾아뵌다는 취지가 우선 이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가족들과 나들이를 한다는 의미가 더해져 언제나

기다려 지는 날이되었다..

먹거리와 도시락을 준비하는 전날이면 아이들은 소풍을 가는것

처럼 좋아 했었다..

성묘를 일찍 마치고 근처의 서울대공원 이나 청계산..

또는 백운호수 등으로 나들이를 가는건 이날의 또다른 즐거움 이었다..^^

이젠 모두 성장한 아이들과 아내도 시간이 맞지않아 같이 오기 힘들어졌다..

아이들은 내가 가졌었던 성묘 이외의 행복한 식목일은 모를것이다..

성묘 보다도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한다는것에 더큰 동기를 부여했던

행복한 식목일의 의미를 알기는 하는걸까..

짧은 생을 마감하고 가셨지만

난..

아버지와의 기억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는 친구분들과 산에 가실때는 항상 날 데리고 가셨다..

세검정산(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삼각산 이었을듯 하다)..북한산..

사실은 별로 따라가고 싶지 않았던걸로 기억된다..ㅋ

통장님 이시던 아버지를 따라 와우산에 식목일 행사로 나무를

심으러 갔었는데 며칠후에 이산에 있던 와우아파트 한동이 부실공사로

인해 완전 붕괴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검색해 보니 이때가 1970년 4월8일 이라니

식목일을 3일 지난날 이었다..ㅠㅠ

언젠가는 마포일대가 전부 물에 잠기는 대홍수가 나서

수재민들을 돌보는라 동분서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정부에서 지원한

밀가루를 나누어 배급해 주었던 생각도 난다..^^

그렇게 남일에 발벗고 나서는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에

진학하자 마자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기도 전에

가을비 내리는 10월의 어느날 새벽에

이승의 나래를 접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버지는 내게 언제나 육사에 가야 한다고 입버릇 처럼

말씀하셨었다..

입버릇 처럼..ㅋㅋ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묘지에 앉은 내모습이 많이도 늙어 보인다..

산 섧고 물섧고 낯선 땅에 아버지를 모셔드리고 떠나온 그날밤이

어릴때 였지만 무성영화의 한장면 처럼 스쳐 떠오른다..

오열하는 어머님곁에 왠지 눈물도 나오지 않은채로 멀뚱하게 서있던 이 철없는 어린장남..

가신 아버지가 전혀 실감나지 않아 비장함도 보이지 않았던 이 바보같던 어린장남..

아들을 사랑하신 만큼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야 했는데

왜 눈물이 나오는건지 조차 몰랐던 철부지 어린 바보 였었나 보다..

이런 철딱서니 없는 아들을 아버지는 병상에서

어떻게 보고 느끼셨으며 미덥지 못한 마음을 가지고

어찌 이승을 버리셨을까..

그렇게 세월이 무심하게 흘렀다..

그옛날..

아버지 곁을 쫄랑거리며 따라다니던 코흘리개 애숭이 가

이렇게 백발이 되서 당신이 가신 그때보다도 훨씬 더 늙은 모습으로

곁에 찾아와 주리라고 상상은 하셨을까..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사관생도는 고사하고 늦은밤 멍한눈 으로

티브이 화면이나 쫓는 오늘의 아들을 아버지는 하늘에서 어떤눈으로 보고 계실까..

아버지가 원하시던 삶이 아닌 그렇다고 내가 바라던 삶도 아닌

그저그런 삶에 내 청춘을 모두 태워버렸다..

하지만 후회 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별나게 특별한 인생은 아니었을거라는 이유 에서다..ㅋㅋ

 

산등성이에 수줍게 앉은 붉은철쭉과 하얀 아카시아향이

엄마의 분내처럼 향기로운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무언지 모르게 종일 아버지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아버지로 살고있는 오늘날의 나..

왠지 나를 보는 모든눈이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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