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바라기

2024. 4. 26. 01:36블로그 에세이/낙 서

아직은 햇살이 있는 이른 저녁..

하늘은 더할수 없이 맑았다..

맑은 하늘로서는 거칠게 불어대는 봄바람을 확인 할길이 없는데

키큰 나무가 바람에 일렁여 눈으로도 바람을 느낄수 있게 한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시린손끝과 온몸에 스미는 냉기를 무리해서 견디고 걸어야할

까닭이 없어 멀리 못가고 돌아오기도 했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

꽃샘 추위가 다녀가고 봄비도 다녀가면 땅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생명들이 거침없이

존재를 드러낼것이다..

준동..

이윽고 생명이 춤추는 봄 이 온것이다..

그새 어둑어둑..

집집이 등불이 켜지고 낯동안에 가져온 사람들의 온갖 심란한 상념들을

걷어갈 어둠이 찾아왔다..

저녁 운동을 나서는 길은 일찍 어두워진 탓에 어느사이 저만큼 중천에 떠있는

보름달을 올려다 보았다..

세계적 유행병으로 전염된 코로나19..

그로인해 그깊이를 가늠할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주식시장..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전례없이 바닥난 경제상황..등

그틈을 독버섯 처럼 파고드는 이기주의의 장사꾼..

남의 돈을 탐내고 거짓으로 유혹 하는 사기꾼들..

무엇하나 반가울것 없는 마음 무거운 세상 소식이 하도 많아서

얼굴마저 초췌해진 기분으로 사는것 같아 오래토록 걷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며 달바라기를 하고 들어왔다..

이렇게 좋은 하늘아래..

이렇게 멀고 큰 하늘아래..

이렇게 작은 사소한 생명으로 와 살면서..

언젠가 때가되면 자연히 한줌의 티끌로 흩어져 버릴것도 알면서

우리는 겨우 이렇게 더러워져 살아야 하는걸까..

이 아득하고 큰 세상을 살면서 건설적이고 진보적인 희망은 고사하고

왜 고작 이런 생각밖에 미치지 못하는건지 안타까워진다..

이런 세상을 혼자 견디는 힘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게 사실인 거친현실 이다..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고 스스로 외로움의 고립에서

벗어날수 있게 하는 내면의 힘 없이는 의젓하게 살기도 어렵다..

좋은친구..좋은이웃..

인간관계는 삶의 다양한 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분명..

이제는 혼자 살 힘이 필요하다..

늦겨울..이른봄..

이계절의 길목 어디쯤엔가 와있을듯한 고요한 밤하늘 만큼은

그져 평안 하기만 하다..

 

'블로그 에세이 > 낙 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청마..  (2) 2024.05.03
여기는 오후의 뮤직데이트..  (2) 2024.04.28
비 내리는 어느 아침  (0) 2024.04.21
슬픈 식목일  (0) 2024.04.13
어머니를 추모하며..  (0) 2024.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