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추모하며..

2024. 4. 5. 01:00블로그 에세이/낙 서

봄이 올때쯤..

푸른숲에 붉은 동백꽃이 피고 대나무 가지에 새록새록 연녹색 잎이 피어나기

시작할때쯤 어머니는 늘 바빠지셨다..

겨우내 하얀눈 안에서..

그엄동의 혹한속 에서 조용히 얼어붙은 붉은흙에

상추씨를 심어도 될만큼..

방울토마토를 심어도 될만큼..

비록 한줌도 안되는 옥상 한켠에 마련된 작은 텃밭이지만

바지런히 호미질을 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텃밭과..

그 어떤 고난에도 기어코 평생을 지켜오신 작은집..

그 속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나의 어머니..

봄이 올때마다 손에 흙뭍히는게 싫어 약속을 핑계로 도와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뿌리치고

도망나왔던 나의 젊은시절이 후회되 봄은 회한의 계절이 되고 말았다..

그 계절에..

내가 싫어하는 그 봄날에...

그렇게 어머나는 먼길을 가셨다..

2012.4.7

새벽 2시 46분..

거칠게 몰아쉬던 호흡..

담당 간호사가 하는말이 지금 가시는 중 이라고한다..

얼굴과 목덜미에 작은소름이 돋는다..

호흡이 점차 유순해 지는듯 하더니 어느사이 조용해 졌다..

가셨단다..

믿어지지가 않는다..

왠지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나 잊고 싶었던 이름..

내삶에 끊임없이 상처로 남아있는 이름..어머니..

하지만 누구보다도 넓은가슴과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어낸 분 이었다..

봄바람 부는 언덕..

흰눈이 내린 어머니의 머리위에 동백꽃을 달아드리고 싶던날..

무심한 봄바람에 동백나무 가지가 마르고 굳은 비바람에 동백꽃도 지고 말았다..

텃밭에 상추도 방울토마토도 아직 열매 맺지 못했거늘 어찌 이승의

마지막 손을 흔드셨을까...

끝까지 붙잡지 못함이 불효지만 어머님 손등에 입맞춤한 온기가 가기전에

순종의 눈물로 보내 드렸다..

해마다 봄이 되면 잠시 일어나 앉아 어머니앞에 동백꽃향기로 살고픈 자식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리라..

바람소리 때문일까..

이제서야 눈물이 난다 ..

엄마가..

보고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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