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1. 00:37ㆍ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아침 7시..
서울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만나 약 2시간정도 달려 도착한 서산의 삼길포항 이다..
오는내내 차안에선 운전대를 잡은 임차장을 제외하곤 모두 Beer Party를 벌이고 있었다..
왁짜지껄..시끌벅쩍..요란법석..정신산만..ㅋ
그래도 임차장은 주의를 놓치지 않고 무사히 운전을 마쳤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바다내음..
은빛가루를 뿌려 놓은듯 영롱한 바다는 마치 거대한 꽃밭처럼 아침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파란하늘을 나르는 갈매기들이 무질서 하게 보였지만 이른 휴일아침 바닷가 사람들의 모습은
평온함을 보이게 했다..
크게 들숨을 마시며 비릿한 바다향을 가슴 깊은곳에 담아본다..
횟감을 구입하기 위한 일행들이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광어..아나고..등
횟감을 준비하는 아줌씨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5명이 먹을수 있을까 할정도로 보기에도 양이 많은듯 하다..
아나고 먹고 안하면(?) 안된다는 우리들의 짓굳은 농에도 오히려 웃어 넘기는 그녀의 표정에 여유가 보였다..
와사비는 303으로 달라는 박과장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쏱아졌다
(직업적인 우리들 말이다..)..ㅋ
황금산 이란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라고 했더니 초등학교 동창 가운데 황금산 이란 거창한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음이 기억났다..
예쁜 여동생과 누나도 있던..ㅋ
그땐 꽤 친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어디사는지 소식조차 모른다..
카메라 셔터 누루기 바쁜 나를 앞서 역시 일행들이 저만치 가고 있다..
그리 높지않은 조금은 난코스인 고개를 넘어야 한다..
살짝 더운듯 바람막이 상의를 벗어야 했다..
저 고개를 넘으면 수평선이 보일것 이란 기대를 안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고개를 넘자 바다가 두팔을 벌려 나를 맞이 했다..
마치 커다란 혹등고래가 뭍에 올라와 일광욕을 하고 있는듯한 섬자락이 눈에 와 닿는다..
바다는 내게 언제나 동경의 대상 이었다..
문득 고독 이란 말이 떠올랐다..
흘러온 조갑지에 독한술 한잔 따라 바다 한잔..나 한잔..
모래밭에 주저앉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바다는 홀로 술에 취해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니 모래밭이 아닌 몽돌로 가득한 해변 이었다..
파도가 잔잔하고 서해바다가 주는 선입견 과는 다른 깨끗한 물이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으며 가을날 바닷바람이 주는 시원한 청량함이 가득했다..
작은몽돌이 깔린 해변을 걸을때 마다 자그작 거리는 소리가 파도에 구르는 몽돌소리와 어우러져
귀가 즐거운 노래소리 처럼 들려왔다..
코끼리 바위..
오랜세월을 거친 풍화와 침식작용의 결과물 이겠지만 어떻게 저런모습을 하고 있는지 사람이
돌을 깍아서도 만들기 어려울듯 신기했다..
코끼리가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는듯한 모습..
머리부터 코까지 정말 코끼리와 똑같이 닮아있다..
너무나 선명해 보이는 모습에 어딘지 모르게 위엄이 있어보여 그위용에 감탄했다..
작은해안 이지만 기암괴석과 수직으로 솥아있는 석회암 절벽..
암괴에서 떨어져 나온 돌기둥과 주상절리는 마치 자연의 미술관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고 만다..
서해대교를 건너올때 보았던 뿌연하늘이 미세먼지를 걱정 했었는데 기우였는지 먼산과 고깃배가
또렷히 보이는 청명함에 가을의 한복판에 와있임이 느껴졌다..
잉크 보다 진한 파란물은 갯벌이 있는 서해바다의 탁한 물과는 완전히 달랐다..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왠지 아릴만큼 시릴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바다는 거짓과 모함 ..술수가 가득한 나날들과 헛된것을 쫒던 인간들의 발걸음을 반성하게 하는
숙연함을 갖게 하고 있었다..
문득..
이곳에 텐트를 치고 누워서 하루종일 파도소리나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판이 시작됐다..
어느새 소리가 커지고 옆자리에 앉은 다른이들 에게도 스스럼없이 한잔을 권한다..
사양치 않고 술잔을 비운 사람은 답례로 먹다남긴 새우깡 봉지와 귤 몇조각을 다시 건넨다..
오래된 얼굴들 처럼 서걱거림이 없어지는건 여행길에서 만난 우연한 아름다움 때문 일것이다..
황금산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거창한 이름에 비해 해발 156m 에 불과한 낮은 산 이지만
TV에 방송이 나간 이후론 많은 이들이 찾는 트래킹 코스로 각광을 받고있다..
등산을 좋아하고 자주 가는 사람들은 산 취급도 안하겠지만 산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우린
이것도 조금 힘들었다..ㅋ
내려가는 길은 다른길로 가니 올라갈때와는 달리 주차장 까지 꽤 먼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아름다워 지는 어느 가을날..
황금산에 올라 황금 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가득 담았다..
주차장에서 차로 1분거리의 식당..
회사동료의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이라서 서비스 엄청 받았다..
가리비와 전복에 매생이 칼국수까지..
질리지 않게 배부르게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놀러 나오면 이렇게 배터지게 먹는게 일이다..ㅋ
주차장 근처의 식당을 찾아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와보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크게 기대하고 떠난 여행이 아니라 직원들끼리 바람이나 쐬자고 나선 길이기에 뜻하지 않은 숨은 절경은
감탄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어두운 밤길을 돌아 갈일이 걱정이다..ㅋ
가야할 길이 있다는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니다..
후미지고 굴곡진 길 일지라도 끝까지 가다보면 빛이 보이리라..
문득 두고온 코끼리 바위가 이밤을 잘견뎌낼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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