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8. 00:22ㆍ블로그 에세이/추억만들기
주차장 주위로 꽃이 폈다..
아직은 꼿꼿하다..
참깨 꽃이 피었다..
달맞이 꽃이 피었다..
고구마 넝쿨이 무성하다..
길가에 잡풀들이 깨끗하게 베어졌다..
베어진 마른풀 냄새가 어릴적 아빠 산소에서 맡았던 풀냄새와 똑같다..
무섬마을..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위치한 무섬 마을은 조선 중기인 17세기에 박수와 김대가
자리를 잡아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의 집성촌으로 시작되었다..
소백산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 혹은
물섬 이라고 불리던 것이 오늘 날에는 무섬마을이 되었다..
외나무 다리를 건너가야 닿을 수 있는 무섬 마을은 독특한 지형과 고즈넉한 광경을
간직하고 있는 시골마을 이다..
지금은 다리가 생겨 쉽게 건널수 있지만 과거에는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 이 외나무다리 뿐이었다..
내성천 물줄기가 돌아 흐르는 육지 속의 섬마을..
무섬마을에서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행수단인 외나무다리를 추억하고 전통문화를 체험 할수 있는
영주 무섬 외나무다리의 축제가 시작됐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북콘서트.. 야간 경관 조명..무섬 외나무다리 퍼포먼스와 전통혼례 재연행사..
전통상여행렬 재연행사..힐링 밧줄 체험..전통놀이 체험과 어린이 모래놀이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축제시기를 미리 알고 온것이 아니기에 우연한 기회에 이런 행사를 운좋게 만날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강 건너에 축제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무언지 모르지만 스피커 에서는 연신 사람들의 곡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전통상여행렬 재연행사 인듯 하다..
주위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와 드론까지 셋팅 해놓고 Stend By 중이다..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는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잇는 유일한 통로로서
시집올 때 가마 타고 한 번.. 죽어서 상여 타고 한 번 나간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어제는 시집오는 혼례행렬을 재연 했다고 하니 오늘은 장사 지내는 상여행렬을 재연 한다고 한다..
이제 이승을 떠나야 하는 시간..
삼베 두건을 쓴 상여꾼들의 구성진 소리는 망자의 영혼을 달래준다..
강변을 울리는 구슬픈 상여소리..
영여를 따라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상여행렬..
선창을 하는 선소리꾼과 후창을 하는 상여꾼들..
마지막이 아쉬운 듯 구슬픈 상여소리가 강변에 울려 퍼진다..
상여꾼들의 느린 발걸음이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이 담겨 있는듯 하다..
망자가 태어나고 뛰어다니며 자라고 살았던 장소를 다니며 노제를 지냈다..
화려하게 장식한 꽃상여를 메고 출상을 하면 사람들이 모두 뒤를 따랐다..
목청 좋은 선소리꾼이 종을 울리며 외치면 사람들은 꽃상여를 앞 뒤로 밀고 당기며 노래를 불렀다..
뒤에 남은 이들의 절절한 마음을 아는지 꽃상여는 말할수 없이 화려 하기만 하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주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만장을 앞세운 선소리꾼의 상여 소리가 구슬프다..
북망가와 함께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떠나는 망자의 운구행렬..
상여를 맨 상여꾼들도 선소리꾼의 구성진 북망가 곡소리에 절로 숙연해진다..
떠나는 우리 님 편히 가소서
보내는 마음은 터질 듯하오
어이야 디이야 어여쁜 우리 님
가시는 먼먼 길에 흰 국화 만발해라
어이야 디이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방긋 웃는 그 얼굴은 영 떠나버리누나
어이야 디이야 꿈이더냐 생시더냐
청천 하늘 벽력도 이게 무슨 말이드냐
( 떠나는 우리님..) 중 에서..
떠난 이를 기리는 뒤에 남은 사람들의 상례..
내성천의 물살을 헤치며 상여꾼들은 바지 가랑이 젖도록 상여를 메고 강 을 건넌다..
세상의 모든 인연은 상처지만 그 인연을 쉽게 끊어내지 못하듯이..
세상의 모든 길은 상처 투성이 이지만 집 으로 가는 길 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길은 집 으로 돌아가는 길 이다..
" 에∼헤∼디∼야∼ 오호∼
이제 가면 언제 오나 기약 없는 길이 로세
가네 가네 내가 가네 북망 산천 찾아가네.."
뒤에 남은 이들은 그저 서럽기만 하다..
행사가 끝나면 이 길을 걸어볼수 있다..
직접 걸어보면 외나무 다리길은 생각보다 길고 걷기 어렵다..
바닥을 보고 가야하기 때문에 다리와 물이 겹쳐 보여 순간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첨벙첨벙 건널수 있는 물깊이 이지만 왠지 저 먼(?) 외나무 다리를 건너보고 싶어졌다..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고 마추칠때를 대비해 중간중간 비켜서줄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두었다..
고추 잠자리가 드높게 날고 가을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시간은 느리지만 세월은 속절없이 빠르다..
봄과 여름의 경계가 모호하고 가을과 겨울이 짧다..
여름이 길고 겨울에도 추운줄 모르겠다..
우연치 않게 전통 상여행렬을 보고 짐짓 숙연해진 마음..
우리는 집을 떠나 얼마나 멀리 헤메였던가..
곧 그 날이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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