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돌아오렴..

2024. 3. 8. 00:19블로그 에세이/낙 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고양이 한마리가 집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저녁무렵에 손님들이 바베큐를 시작할때쯤이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정원에 마련된 손님들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여기저기서 주는

먹이를 취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번 오다 말겠지..하고 생각 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 소리만 나면

저만치서 바람처럼 뛰쳐나온다

그러더니 이젠 아예 아침부터 문앞에 웅크리고 앉아 우리가

나올때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볼때 녀석은 누군가 사람의손에 의해 길들여진듯 온순하지만

목에는 목걸이가 아닌 그냥 전기줄로 꽁꽁 감겨 있었다..

왠지 보기가 안쓰럽고 딱해보였는데 마침 목줄을 끊어주니 녀석은 마치

굴레에서 벗어나기라도 한듯 마당을 구르며 좋아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밉지않게 생긴 모습이다..

고양이는 요망하며 영물이라 했는데..

문득 별이가 떠오른다..

별이를 보내고난후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으리라고..

정주지 않으리라고 다짐 했었는데..

세월은 유수와 같아서 약이 되기도 한다더니 별이를 잃은 아픔이

조금씩 아물어 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인지 고양이가 하루라도 보이지 않을라 치면 왠지 걱정되고

궁금해 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비오던 가을날..

갑자기 녀석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정말 거짓말처럼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것이다..

무소식에 애가 타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난후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 황급히 뛰쳐 나갔더니

녀석이 입에 이상한 물체를 물고 서성대고 있었다..

자세히보니 녀석은 두손가락만한 새끼를 입에 물고 있는것 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녀석에게 성큼 다가서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불행하게도..아이는.. 죽어 있었다..

녀석은 죽은새끼를 입에 물고는 어쩌지도 못한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죽은 아이를 뺏으면 않될것 같아 그대로 녀석을 바베큐장으로 데려가

이불을 깔고 자리를 마련해 주었더니 그제야 녀석은 마음을 놓은듯 입에

물고 있던 아이를 내려 놓더니 이내 핧으며 죽은 새끼를 품어주는 것이었다..

젖을 물지도 않는 새끼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측은지심에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라치면 에미는 전에없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둡고 칙칙한곳은 아니었을까..

어디서 산고의 고통을 느끼며 출산하고는 젖도 물리지 못한체

갓난아이를 잃어버린 걸까..

말못하는 동물이지만 새끼잃은 비통함에 가슴이 무너지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하루동안 꼬박 죽은아이 곁에서 자리를 지키던 녀석이 또 사라졌다..

아이와 함께..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문을열고 나서면 어디선가 야옹 하며 웃으며 달려 나올것 같다

추워지는데 따뜻하게 겨울을 날수 있도록 돌아오면 들여놓으려 집안에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바람소리가 꼭 녀석의 울음소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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