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4. 00:14ㆍ음악이 흐르는../음악에세이
(M) 주제음 사랑의 찬가 / 서영은+유열
(E) 설거지하는 소리
남 아내는 설거지를 참 잘한다
아내의 손만 거쳐가면
음식물로 더러워졌던 접시는
어느새 윤이 반짝반짝 날 정도로 깨끗해져 있다
난 저녁을 먹은 후
거실 소파에 앉아서 아내가 설거지 하는 소리를 듣는다
달그락거리는 그 소리는 마치 음악처럼 경쾌하게
귀를 즐겁게 해준다
(E) 물 잠그는
남 설거지를 다 끝내고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걸어오는 아내의 뒤로
새하얗게 빛나는 접시들이 나란나란 정돈돼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 아~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다
(M) Lovin' You / Minnie Riperton
(E) 아기 우는 소리
남 여보! 여보~!!
(E) 달려오는
여 당신이 좀 안아주죠~
남 내가 안아준다고 울음이 그치나 뭐. 당신이 어떻게 좀 해봐
여 못한다 못한다 하면서 안해버릇하니까 그렇잖아요
남 당신이 다 알아서 하니까 그렇지...
여 어우 증말...
남 아내는 못말린다는 듯 곱게 나를 흘겨보고
아기를 안는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면, 내가 참 복이 많아서
저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 뭘 그렇게 봐요?
남 .... 당신 복 많은 줄 알어
여 네?
남 나같은 남자 만나기가 어디 쉽나? 복받은거지
여 그래요. 나 복 받았네요. 과일 먹어요.
(M) 나는 행복한 사람 - 이문세
남 아내를 처음 만난 건, 교회에서였다
(E) 교회 종소리 댕댕~
남 평소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그리 열심이진 않았던 내가
새벽기도에 다니기 시작했던 때였다
회사에서도 안좋은 일이 많았고
사귀던 여자와 헤어지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울적했던 시기였다
기도를 하면서 위로를 받아볼까 하고 새벽기도를 나가기로
결심했던 첫날.
교회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는 예배당 안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난 조금 떨어진 뒤에 앉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 앉은 그 여자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여 (소리 죽여 흐느끼는)
남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기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살며시 실눈을 떴는데...
(E) 걸어나오는 소리
남 울던 여자가 일어나 나오고 있었다
실눈 사이로 보이는 그 여자는
너무도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E) 교회문 여는 소리
남 새벽빛에 파랗게 빛나는 길고 윤기나는 머릿결과
단아한 생김생김
동그란 눈망울 끝에 매달린 눈물방울까지...
난 그녀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M) She Was Beautiful / 임형주
(E)
남 다음날부터 난 새벽 5시만 되면
어김없이 교회에 나갔다
그녀가 항상 그 시간에 기도를 하기 때문이었다
한번도 말을 걸어 보지 못한 채
그렇게 기도하는 뒷모습만을 바라보기를
백일쯤 했을 때...
(E) 걸어나오는 소리 + 새소리 등
남 예배가 끝나고 나오던 길에 우연히
그녀가 버스정거장에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당시 우리집은 걸어가도 3분 거리에 있었지만
난 괜히 그녀 옆에 섰다
(E) 버스오는 소리 + 문여는
남 그리고 그녀가 버스에 올라타자
나도 따라 탔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몹시 지쳐 보였다
버스에 올라타 어디에 앉을까 두리번거리는 그녀에게
나도 몰래 말하고 말앗다
남 저기요, 여기 앉으세요!
여 네?
(M) Bless You / 러브홀릭
남녀 (웃음소리)
여 그때 당신 정말 웃겼어. 여기 저기 빈자리가 엄청 많은데
자기가 무슨 자리라도 양보하는 것처럼...
남 급하니까 그랬지. 어떻게라도 말을 걸어봐야겠다 싶어서...
여 실은 나두 그때 당신이 날마다 새벽기도 나오는 거 알고는 있었어요
남 몰랐을 리가 없지. 사람도 몇 명 안됐는데..
그런데 말야, 당신. 나야 당신 보려고 날마다 교회 나간거지만
당신은 왜 그랬어?
여 (약간 당황) 네?
남 아니.. 왜 날마다 새벽예배에 나왔었냐구.
왜.. 기도하다가 울기도 하고 그랬잖아. 그때 뭐 힘든 일 있었어?
여 ..... 아...뇨. 힘든일은요 뭐.
남 하여간... 그때 당신 진짜 이뻤어.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참 청순하고 어려보였지...
여 그랬어요...?
남 그럼. 당신 나 알잖아. 두껍게 화장한 여자들, 아무리 이뻐도 난 싫거든
여 ...........
남 천박해보이잖아. 꼭 술집여자처럼...
여 네... 우리 우진이 기저귀 갈 시간이네?
남 어디 보자. 우리 우진이... 쉬 했나??
여 어머 여보~ 애 다리를 그렇게 들면 어떡해요~ (웃음)
(M) 비둘기집 / 해바라기
남 며칠 뒤. 오랫동안 미국 지사에 발령받아 가 있던
회사 동기 녀석이 귀국했다
그 친구와 저녁까지 술을 먹다가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E)신호 가고 받는
남 여보세요
여 네. 여보. 안들어오고 뭐해요?
남 어 난데. 내가 말한 동기 있잖아. 그 친구랑 술 한잔 했는데
집에 가서 2차 하면 안될까? 당신 찌개 끝내주잖아~
여 그렇게 해요. 얼마 후면 도착해요?
남 어. 한 30분 후?
여 준비해 놓고 있을께요. 술은?
남 내가 사갈게.
남 새벽 1시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친구를 데리고 오라는 아내.
이러니 어찌 내가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날 부러워하는 친구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난 집으로 향했다
(E) 벨 소리
여 누구세요~?
남 어 여보. 나야. 친구랑 같이 왔어.
(E)문 열어주는
여 오셨어요? 안녕하세....
(E) 국자 툭 떨어뜨리는
남 찌개맛을 보던 중이었는지, 국자를 들고 있던 아내는
무엇엔가 크게 놀란사람처럼 멍한 채 국자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M) Sad But True / Apocalyptica
남 (어색하게 웃으며) 여보... 왜 그래.... 우리한테 술냄새가 너무 나나?
여 아...아니에요.
남 그런데 놀란 건 친구쪽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아무말 없이 서 있던 친구가 굳은 얼굴로
내일 보자며 뒤돌아 가 버렸다
남 어? 저 친구가... 야! 얌마!!
쟤 왜 저러지?
여 들어와서... 씻으세요....
(E)찌개 끓는
남 (킁킁) 야~ 찌개 냄새 좋은데~ 이걸 못먹고 가서 어쩌냐?
당신이라두 나랑 찌개에 술한잔 할래?
여 내가 무슨 술이에요....
남 하긴... 마누라가 너무 순진해도 문제야.. 술 한잔 정돈 할 줄 알아야 되는데...
여 저... 우진이 잘자나 좀 보러 들어가요....
남 아내가 조금 이상했다
뭔가에 쫓기는 사람 같았다
창백해진 얼굴빛은
내가 3년전 교회에서 봤던 그녀의 얼굴을 연상케 했다
언제나 초조하고 슬퍼 보이던 그때 그 얼굴
(M) 사랑의 찬가 / 유열
남 이상한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E) 전화벨 소리
(E) 쨍그랑~
남 여보. 괜찮아?
여 네, 괜찮아요. 딴 생각 좀 하다가... 전화 받으세요
남 .... 어 그래
(E) 가서 전화 받는
남 여보세요. 네 부장님....
아, 그 건은 월요일날 정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예, 그럼 주말 잘 보내십시오.
여 .... 부장님....이세요?
남 어. 당신 얼굴이 왜 그래? 창백해서 핏기가 하나도 없잖아...
여 제..가요? 좀 피곤해서 그런가....
(E) 전화벨
남 전화벨 소리가 들리자, 아내는 또 한번 놀랐다
남 여보세요? 어. 동욱아. 오늘 저녁에? 그래. 그러지 뭐...
어, 거기서? 그래 알았다.
(E)전화 끊는
남 수요일날 우리집 왔다 간 그 친구 있지? 동욱이라고...
그 친구가 저녁에 좀 보자네?
여 ....왜....요?
남 글쎄.. 뭐 할 말이 있다는데....
여 (떨리는) 하..할말요?
남 어. 당신... 좀 이상해... 식은땀까지 흘리고...
여 가지 마세요!!!
(M) Love Hurts / Nazareth
남 아내를 만나고, 이렇게 큰소리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남 가지... 말라니... 왜..?
여 그냥... 그냥... 가지 마세요!
남 아무래도 당신 이상해. 혹시... 동욱이 알아?
여 ............
남 아는 사람이야?
여 ...........
남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남 예전에... 사겼던 사람인가?
여 ....그...그건 아니에요....
남 그럼!
여 그냥.... 조금... 아는 사람이에요....
남 어떻게..! 어떻게 아는 사람인데!!
여 그냥..... 그냥요.... (울먹이는)
남 안되겠어!
(E)일어나 가려는
여 여보 어디 가요!
남 당신이 시원하게 대답을 안하잖아! 동욱이한테 물어봐야겠어!
여 안돼요!!!
남 ..................... 도대체..... 무슨 일인데.....
(M) I'll Be Seeing You / Rickie Lee Jones
여 ........ 당신 처음 만났을 때요. 저 스물 세 살 때...
남 그래.
여 아버지 하시던 회사가 넘어가고. 홧병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학교 졸업할 일이 너무 막막했었어요.
남 그건 들은 얘기잖아. 그래서 그때 당신 안해본 일 없이 다했었다며
여 ....... 네.....
남 그런데!
여 그때..... 술집에 나갔었어요
남 .................뭐....?
여 (울먹)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한 일은 없었어요
그냥.... 술시중만....
남 그럼... 동욱이도 그때 알았던 사람이야?
당신.... 손님?
여 ......... 네....
남 ............ 거짓말이지?
여 ....................
남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잖아!
여 ................ 미안해요.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닌데....
남 거짓말 아냐?
여 .........거짓말은 아니에요....
남 거짓말이라고 해야 되는 거 아냐? 설령 그게 진짜라고 해도....
당신 나를 위한다면.... 거짓말로 우기기라도 해야지!
날 위해 거짓말이라도 쳐줘야지!!
그게 진짜라고 하면 어떡해!
진짜 그랬다고 하면 나는 어떡해!!!
(M) Chrysanthemes / Svetlana
(E) 대문 쾅 닫고 나오는
남 더는 아내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을 수 없어서
집에서 나와 버렸다
늦가을 찬바람이 옷깃 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가슴 속 사이사이로 슬픔이 밀려 들어왔다
아내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BG 비가 / OST
여(에코) 그때 너무 힘들어서 일 마치면 교회부터 찾았어요
새벽에 기도하면서 울고 나면
마음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아서...
그때 나만 사랑해주는 당신 만나고
그 생활 정리하면서....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했었는지....
다만... 아무 것도 모르는 당신 속이는 것 같아서
그게 늘 미안했었어요
남 이제야 모든 걸 알 것 같았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단지, 집안사정이 어려워져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교를 쉬고 있다는 것만 알수 있었다
연애 초반에는 전화가 잘 안될 때도 많았고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을 때도 종종 있었다
그땐 왜 그랬는지, 너무 조심스러워 물어볼 수도 없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들을 알 것 같다
(M)
(E)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집 근처 찜질방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집으로 들어오니 아내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여 여보....
남 ...............
(E) 욕실 문 여닫는
남 아무 대답 없이 욕실문을 닫고 들어갔다
(E)양치질 하는
(E)문 열고
여 여보... 여기 수건...
남 나는 철저히 아내를 무시했다
아내가 내미는 양말, 셔츠, 손수건 모두 받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가방에 당분간 쓸 것들을 챙겨서
그냥 나와 버렸다
아무 소리 나지 않았지만
내 뒤에 선 아내가 울고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난 끝내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았다
(E)문 쾅 닫고 나가는
남 그리고 난 회사 근처에 방을 얻고
혼자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E)전화벨 울리는
남 아내에게 여러번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E) 회사 앞 소음
남 퇴근하던 내 앞에 아내가 나타났다
커다란 트렁크 가방을 들고
아기를 등에 업고 있었다
(M) Love Hurts / Julienne Taylor
여 여보. 저 친정에 가 있을께요. 오빠한테 얘기 해 뒀어요
남 우진이는...
여 제가 키우게 해주세요. 당신 아무것도 할 줄 모르잖아요
남 .........우리집에 맡겨. 어머니가 키워주실거야
여 왜요. 그래도 내가... 엄만데..
남 됐어.
여 ......... 그럴께요. 이혼서류는 거실 탁자위에 놔뒀어요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요
남 ..................
(E)뒤돌아가다 멈추는
남 대답 없는 나를 한참 바라보던 아내가
뒤돌아서 몇걸음 걷다 멈춰섰다
그리고 내쪽으로 돌아보았다
말간눈에 눈물이 가득했지만,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여 여보. 나 설거지 참 잘하잖아요
남 ..........
여 그거... 거기서 일할 때 배운거에요
남 .........?
여 당신 만나기 전엔 술시중도 들고 노래도 하고 그랬는데요
당신 만나고 나서는 죽어도 그렇게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울면서 사정해서
주방으로 보내달라고 그랬었어요
나 그래서요, 거기서 설거지만 했어요
당신 만나고 나선... 다른 사람한테 웃기 싫어서
하룻밤에 접시 오백장씩 육백장씩 닦고 그랬어요
안믿으셔도 상관 없지만.... 정말 그랬어요....
(M) 어떤가요 / 박화요비
남 아내가 없는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사는 동안, 설거지통에 접시들이 가득해졌다
일하는 사람을 불러 설거지를 시켜 봤지만
아내가 했던 것처럼 깨끗하진 않았다
물기가 덜 마른 접시들을 바라보면서
난 나도 모르게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리움과 분노는 별개의 문제인지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면서도
쉽게 아내를 용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석달이 넘게 흘렀다
그러던 중 동욱이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됐다
그동안 껄끄러워 만나지 못하다가
동욱이의 제안으로 하게 된 술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동욱은 말했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겠지만
아내를 괴롭히지는 말라고
수줍음 많고 얌전해 그런 곳에 어울리지 않았던 그시절의 아내는
항상 힘들어했었다고 했다
어느날부터 아내가 보이지 않아 주인에게 물어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더 이상은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M) 정 - 김건모
(E) 교회종소리
남 술을 마시고 들어왔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뒤척이다가
얼풋 잠이 들었는데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왔다
교회 종소리였다
아내를 만나 결혼한 후엔 새벽 예배에 참석해 보지 못했다
뭔가에 이끌리듯이 일어나 옷을 입었다
(E) 종소리 가까워지고 + 새벽 새소리
남 차가운 바람을 뚫고 교회로 향했다
(E)문 여는 소리 + 걸어들어가는
남 아무도 없는 예배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쩌면 난 이 문을 열었을 때
저기 저 자리에 아내가 앉아 있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늘 아내가 앉곤 하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아 보았다
그 시절 너무 어려운 현실을 감당하지 못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늘 괴로운 마음이었을 아내의 눈물이 떠올랐다
눈을 감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나의 옹졸함과 비겁함, 이기심이 밀어낸
아내의 체온이 너무도 그리웠기 때문이다
(M) Seeing You Again / Dan Fogelberg
여 여보...
남 처음엔 잘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 여보...
남 ..... 여보....
여 당신이 여기.. 어떻게....
남 ..... 당신은....
여 집에서 나온 날부터 왔었어요.
힘들 때만 찾아와서 도와 달라는 게 염치 없긴 하지만
할 수 없잖아요. 신 밖엔 날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는데...
남 .... 그랬었구나
여 종이 울릴 때마다... 혹시 당신도 여기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교회 문을 열곤 했는데....
남 ..... 무슨 기도 했었어 날마다..
여 당신이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게 해달라구...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처준 건 내쪽인데, 당신 너무 착해서 자책할 것 같아서요
남 ...... 그럼 당신 기도 안들어주셨네
여 ............
남 그동안 당신한테 너무 미안했어. 지금도 미안해...
남 살폿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의 손을 잡아본다
고무장갑은 싫다며 항상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아내의손은
고운 얼굴에 비해 너무 많이 거칠어져 있다
앞으로도 나는 아내가 설거지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달그락거리는 그 소리와 하얀 거품 속에
아팠던 마음, 미워했던 마음 모두 녹여서 흘려 보내고
반짝거리는 하얀 접시처럼
처음 순수했던 그 마음 그대로 지켜나갈 것이다
(M)주제음 사랑의 찬가 / 서영은+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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