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7. 00:19ㆍ음악이 흐르는../음악에세이
1 편지 / JK 김동욱
김동욱이 데뷔 앨범 수록곡으로 우리 영화 ‘조폭 마누라’의 주제가로 쓰이기도 했음.
2 Love Letters / Julie London
미국 출신의 배우이자 재즈 여가수인 줄리 런던이 1960년대 부른 노래.
3 The Letter / Box Tops
4 향기로운 추억 / 박학기
박학기 데뷔 앨범 수록곡으로 미성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
5 The Way We Were / Barbra Streisand
로버트 레드포드, 바브라 스트레이샌드 주연의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가.
6 내 어린 날의 학교 / 양희은
지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으로 우리 영화 ‘선생 김봉두’에 삽입됐던 노래.
7 종이학 / 전영록
1980년대 중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8 쥬땜므 / 헤이
팝 재즈 분위기의 노래로 지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
9 Lover's Concerto / 진혜림
영화 ‘친니친니’의 주제가로 1999년 리메이크 곡.
10 Smile / Rod Stewart
2003년 작품으로 CF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
11 그대는 어디에 / 임재범
12 편지 / JK 김동욱
13 묻어버린 아픔 / 박효신
14 편지 / JK 김동욱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55화 - 가을날의 편지
(M) 편지 / JK 김동욱
(E) 계단 내려오는 소리
남 2004년 10월 21일
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출근을 하기 위해
아파트 계단을 내려온다
그런데 무심코 쳐다본 우편함에
삐죽이 나온 편지가 보인다
퇴근할 때 가지고 들어갈까 하다가
예사롭지 않은 꽃무늬 봉투에 이끌려 편지를 꺼낸다
청첩장이나 고지서가 아닌 것만으로도 일단은 반가웠다
그런데, 보내는 이가 ‘마니또’라고 되어 있다
마니또라니....
마니또는 고등학교 다닐 때나 유행하던 거 아닌가
제비뽑기를 해서 비밀친구를 정해놓고
선물도 주고 편지도 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내일 모레 서른을 바라보는 내게
갑자기 마니또로부터의 편지라니
조금은 뜨악했다
출근 시간이 빠듯했기에
일단 편지를 서류 가방 속에 쑤셔넣고
바쁜 걸음을 옮겼다
(M) Love Letters / Julie London
(E) 버스 가는 소리
남 사람 많은 버스 안
운좋게도 빈자리를 발견한 난
누가 앉을새라 얼른 그 자리에 앉았다
그냥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마침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편지가 떠올랐다
(E) 편지 꺼내는
남 버스는 한강 다리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E) 봉투 뜯는 + 편지 꺼내는
남 난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BG) 영화 Love Letter OST
여 안녕. 김봉덕.
오늘이 마니또 게임 마지막 날이구나.
그동안 니 마니또 하면서 재밌었어
내가 만든 과자를 맛있게 먹는 너 보는 것도 좋았고
내가 쓴 편지를 정성스럽게 읽는 너 보는 것도 흐뭇했어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글쎄... 내가 누굴까?
남 조금 황당했다.
잘못 온 편지가 아닐까?
내가 김봉덕인 건 맞지만, 난 누군가에게 과자를 선물 받은 적도 없고
또 최근에 편지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마니또 게임이라니.
분명 편지가 잘못 전달된 게 틀림없다
(M) The Letter / Box Tops
(E) 편지 넘기는 소리
남 나에게 온 편지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일단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BG)
여 원래는 다른 아이들처럼
이 편지를 교회 편지함에 꽂아두려고 했었어
그럼 넌 오늘 안으로 내가 누군지 알게 되겠지
그런데, 그러기가 싫더라
그래서 이 편지를 10년 후 오늘.. 너에게 주기로 했지
남 이건 또 무슨 소린가? 10년 후 오늘이라니?
그럼... 이 편지가 쓰여진 게 10년 전이라는 얘긴가?
여 그럼 넌 앞으로 10년 동안
너의 마니또가 누군지 궁금해하겠지?
아니다. 혹시.. 10년 후면, 이 마니또 게임을 했다는 것 조차
잊어버리는 거 아닐까? 설마.... 아니겠지?
남 설마가 아니었다. 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 잘... 생각해 보니...
10년 전쯤... 교회에서 난 또래 친구들과 마니또 게임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편지는 10년 전 나의 마니또였던 누군가가
10년후의 나에게 쓴 것이라는 얘긴가.
(M) 향기로운 추억 / 박학기
(BG)
여 10년 후에야 내가 누군지 밝히고 싶었던 건
아마 부끄러워서일거야
왜냐면, 난 지금 너에게 고백을 하려고 하거든
음....
김봉덕. 난 너를 많이 좋아해.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거 처음이니까..
그러니까. 아마 니가 내 첫사랑일거야.
얘기해놓고 보니까 더 부끄럽네.
남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진진했다.
그러니까, 당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누굴까?
여 내가 누군지 진짜 궁금하겠지?
나... 윤은서라고 해.
10년 후의 봉덕아, 나 기억하니?
(M) The Way We Were / Barbra Streisand
남 윤은서... 윤은서...
이름을 한참 되뇌어봐도 언뜻 생각나는 얼굴이 없다
교회가 큰 탓에 또래 친구들이 많기도 했지만
윤은서라는 이름은 참 낯설기만 했다
여 어쩌면 넌 나 기억 못할지도 몰라
난 워낙 조용한 애니까
그럼... 종이학을 떠올려봐.
그래도 생각 안나?
한강에서 종이학 접어서 함께 떠내려보냈잖아.
남 아..! 갑자기 한 얼굴이 떠올랐다
(E) 한강변 소음 (물 흐르는 소리 + 아이들 소리 등)
남 내가 다니던 교회는 한강 근처에 있었다
예배가 끝나면 또래 아이들끼리
한강 공원에 놀러가곤 했는데
그날도 친구들과 함께 한강에 갔었다
그런데 교회에 새로 나온지 얼마 안된 여자 아이가
혼자서 강변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E) 걸어가는
남 안녕..
여 어? 어.. 안녕...
남 혼자 뭐해?
여 그냥...
남 이름이 뭐야? 아참, 내 이름부터 말해야지.
나 김봉덕이라 그래.
여 어. 내 이름은 은서야. 윤은서.
(M) 내 어린 날의 학교 / 양희은
남 은서라는 그 아이의 무릎 위엔 작은 종이학 한 마리가 놓여져 있었다.
남 이게 뭐야?
여 어. 종이학.
남 니가 접었어?
여 응. 심심해서..
남 이런 거 어떻게 접냐? 난 이런 거 잘하는 애들 진짜 신기하더라.
여 가르쳐 줄까?
남 그래.
여 여기 종이.. 일단 이걸 반으로 접고... 그다음엔 이렇게....
남 은서의 손가락은 참 가늘었다.
그 가느다란 손가락이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면서
금방 새 한 마리를 접어냈다
여 이렇게 하면 돼. 쉬워.
남 이게 쉬워? 어려운데? 잠깐만 이 다음에 어떻게 한다구?
여 아니... 그렇게 하면 안되구. 반대루...
남 손재주 없는 난 은서가 가르쳐 준대로 따라해 종이학 한 마리를 접었다
여 됐다.
남 재밌네. 생각보다.
여 그렇지? 난 종이학 접는 거 좋아해. 심심하거나 잡생각 들 땐
그냥 아무 종이나 잘라놓고 이렇게 학을 접어.
남 그거 다 모아놔?
여 아니. 가끔 물가에 나올 때 다 띄워보내
남 어디로?
여 몰라. 그냥... 어디로든 가겠지.
(M) 종이학 / 전영록
남 그럼 나도 이거 띄워보낼까?
여 그럴래?
(E) 강물 소리
남 은서와 나는 각자 접은 종이학을 강물에 띄웠다
작은 종이학은 금방 물살에 휩쓸려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바다 끝까지 사이좋게 흘러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은서라는 아이와의 첫만남이었다
그후로도 은서는 꾸준히 교회를 나왔지만
함께 얘기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낼 기회는 없었다
그런 은서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니...
(BG)
여 이제 내가 기억 났니?
내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건, 너 때문이었어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너를 처음 보고
너와 친해지고 싶었거든
그래서 니가 다니는 교회를 알아내서
일부러 거길 다니기 시작한거야
나 웃기지.
그런데 교회엔 아이들도 너무 많고.
또 내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라 너랑 친해질 기회가 정말 없더라
그러던 차에 마니또 게임을 하게 된거야
마니또 게임을 할 때, 난 태어나 처음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어
내가 너의 마니또가 되게 해 달라고.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거야
그 많은 아이들 중에 내가 너의 마니또가 될 줄이야~!
너의 비밀친구가 되고부터 내 하루하루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넌 모를걸
매주 작은 선물을 줄 수도 있고
이렇게 편지를 쓸 수도 있었으니까.
마니또가 누군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널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혼났어
(M) 쥬땜므 / 헤이
남 피식 웃음이 났다
은서라는 아이의 얼굴은 기억 속에 가물거리지만
당시 내 마니또가 나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는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부러워할 정도로
정성들여 만든 선물이나 과자 등을 보내줬었고
편지도 누구보다 자주 보냈었다
난 내 마니또가 누군지 너무 궁금해서
몰래 숨어서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끝내 알아낼 수 없었다
(BG)
여 한번은 너한테 들킬 뻔 한 적도 있었어
너에게 쓴 편지를 우편함에 꽂아두려고
교회 학생회실로 들어갔는데
거기 니가 있었거든
그때 시치미 떼고 연기 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남 그제야 생각이 났다
한번은 마니또가 누군지 궁금한 마음에
우편함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
은서가 들어왔었다
(E)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남 어? 윤은서. 너 여기 왠일이냐? 오늘 예배도 없는데...
여 응? 아... 그냥...
남 너... 혹시 마니또 편지 꽂아두러 온 거 아냐?
여 아니야~ 나 기도하러 왔어
남 기도? 왜? 무슨 일 있어?
여 어? 아... 엄마가 편찮으셔
남 정말? 걱정되겠다....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
여 아니야. 그럼 나 기도실 간다
남 은서야. 같이 가자.
여 왜?
남 나도 같이 기도해줄게. 같이 가.
여 넌 모를거야. 그때 내가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그때 거짓말 해서 미안~
(M) Lover's Concerto / 진혜림
여 오늘도 넌 7시 30분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겠지?
넌 나를 보고 가볍게 인사를 하는 때도 있고
날 보지 못한 채 친구와 얘기하는 때도 있지만
내 눈은 항상 너를 찾아
요즘 난 기도해
10년 후에 니가 이 편지를 받았을 때
그 옆에 내가 있게 해달라고.
그냥 너의 친구여도 좋고
여자친구면 더 좋고~
긴 편지 읽어줘서 고맙다.
혹시, 10년 후에 니 옆에 내가 없거든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찾아봐 줄래?
나도 그때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정말 궁금해.
아참, 이 편지가 어떻게 10년 후에 도착하게 됐는지 궁금하지?
마침 우리 학교 학생회에서 이벤트를 기획했더라구
10년 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보내기...
아마 후배들이 내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가
너희 집 주소로 보내게 될거야
그때까지 이사 가지 않았길 간절히 소망하며~ 1994년 10월 20일 윤은서
남 편지는 그렇게 끝이났다
(E) 버스 멈추는 + 사람들 내리는
남 회사에 도착했기에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복잡한 사람들 틈에 섞여 걸어가면서도
내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10년 전 어리고 싱그러웠던 그 시절이 떠올라
마음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M) Smile / Rod Stewart
남 주말이 왔다
난 한 주 내내 별러 왔던 일을 해치울 참이었다
은서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일 말이다
우선 다니던 교회로 가서
예전 기록을 뒤져 은서네 집 연락처를 알아냈다
하지만 이미 이사를 가버린 뒤라서
은서를 만날 순 없었다
약간 실망했지만 이왕 시작한 일이니
어떻게든 끝을 내고 싶었다
고민 끝에 은서네 학교로 찾아갔다
은서의 편지를 내게 배달해준 학생회로 찾아가면
은서의 지금 연락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찾아간 학교에서 난 청천벽력 같은 소릴 들어야했다
은서는 10년 전 죽었다는 것이었다
졸업도 하지 못한 채 죽어서
나중에 명예졸업장을 주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녀가 떠난 날은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붕괴했던 바로 그날이었다
(M) 그대는 어디에 / 임재범
남 그날의 악몽을 나 역시 생생하게 기억한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던 나는
그날도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비가 오고 있었다
(E) 비오는
남 우산을 가지고 나오느라 시간을 보낸 나는
버스를 놓칠까봐 서둘러 뛰어 나갔다
그런데 대문 앞에 뭔가 놓여져 있는 게 보였다
예쁘게 포장된 작은 종이 상자였다
상자 위엔 ‘김봉덕 앞’이라고 작게 쓰여진 쪽지가 보였다
이걸 열어보고 가면 버스를 놓칠 것 같았지만
궁금한 마음에 그 자리에 서서 상자를 열어 보았다
상자 속엔 색색의 종이학으로 가득 채워진 유리병이 보였다
쪽지를 열어보았다
‘너의 마니또로부터... 내가 누군지 밝히지 못해 미안해...’
이렇게만 쓰여져 있었다
이걸 들고 학교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난 다시 종이상자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고
그러느라 시간이 너무 지체가 돼
늘 타던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그날.... 끔찍한 사고가 났고...
내가 늘 타던 그 버스에 탔던 많은 학생들이 세상을 떠났다
(M) 그대는 어디에 / 임재범
(E)걸어오는 소리
남 은서가 다니던 학교에서 나오는데
다리가 떨려와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E) 어딘가 주저앉는 소리
남 그렇다면, 그날 내게 종이학을 주고 갔던 사람이 바로
내 마니또였던 은서였고
그녀 덕분에 나는 살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난 지난 10년 동안
그녀의 존재조차 잊고 살았다
(E)넘겨보는
남 학교에서 들고 나온 졸업앨범 속에서 은서가 웃고 있었다
이제야 선명히 떠오르는 얼굴
이렇게 미안한데, 미안한 줄도 모르고 살게 만든 사람
(E) 버스 소리
남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가 한강을 건너는 동안
난 한번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한강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M) 편지 / JK 김동욱
남 다시 수소문해서 찾아간 그녀의 집
은서를 잃은 10년 동안
은서의 가족들은 웃음조차 잃어버린 듯 했다
내가 찾아간 게 또다시 상처를 건드린 셈이 돼버렸지만
은서의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울고 또 우셨다
그리고 이제라도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낡은 일기장을 내밀었다
딸이 떠나고 나서 발견한 일기장 속엔
온통 나에 관한 이야기 뿐이었다며...
딸이 그렇게 마음을 주었던 그 사람이 누군지
항상 궁금했었다고 했다
아직도 은서의 물건들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방에 들어가
난 일기장을 읽었다
(E) 넘기는 소리
남 나를 처음 버스에서 본 날부터
내가 감기에 걸린 날
나와 종이학을 함께 띄워 보낸 날
기도실에서 같이 기도하던 날들의 이야기가
작고 예쁜 글씨로 하나하나 다 기록돼 있었다
그때 이 마음을 단 한 순간도 눈치 채지 못했던
나의 둔함이 너무 미웠다
(M) 편지
남 그리고 마지막 날의 일기...
(E) 넘기는
여 오늘이 마니또 게임 마지막 날이다
너무 아쉽다. 내일 봉덕이에게 내가 너의 마니또라고 밝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꾹 참기로 했다.
내가 그 애의 앞에 나서기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으니까
10년쯤 지난 후엔 훨씬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나설 수 있겠지
그날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내일도 난 봉덕이가 타는 버스를 탈거다
사실... 당번이라 훨씬 일찍 가야 하지만
선생님께 좀 혼나고 말지 뭐.
그렇게라도 그애의 얼굴을 보고 나면 하루 종일 행복하니까
내일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봉덕이에게 마지막 선물을 줄거다
그동안 한강에 띄워보내지 않았던 나의 종이학들...
나중에 그 아이와 정말 친해진다면
그 종이학들을 들고 나가 둘이 함께 강물에 띄워보내야지
그런 날이 올까?
남 일기장 위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10년 전 나를 좋아했던 그 아이
수줍음 많고 용기가 부족했던 그 아이
나에게 마지막 선물을 준 동시에
살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준 아이
그리고 나와 함께 하기 위해
타지 않았어야 할 버스를 탔던 아이
그 아이를 위해 10년 후에야 눈물을 흘리고 있다
(M) 묻어버린 아픔 / 박효신
(E) 강물 흐르는
남 벽장 속에 넣어 두었던 종이학 유리병을 들고
한강으로 나왔다
그 당시엔 이 종이학을 선물 받았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며,
선물해준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하긴 했지만
그게 은서일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차츰 종이학에 대한 고마움도 잊고
내게 새롭게 주어진 이 시간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고
불평 불만들을 늘어놓으며 살아왔다
참 미안하다
(E) 유리병 뚜껑 열고
남 병 뚜껑을 열고 작은 종이학들을
한 마리 한 마리 한강 위에 띄워 보낸다
어디론가... 흘러가는 종이학들을 보며
약속한다
그 아이가 준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받았던 사랑과 마음을
누군가에게 갚아가면서... 살아가겠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강 위로 붉은 노을이 떨어진다
(M) 편지 / JK 김동욱
* 10월 21일은 성수대교 붕괴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가상으로 꾸며진 스토리임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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