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화 이별여행
2024. 1. 19. 00:32ㆍ음악이 흐르는../음악에세이
창밖으로 아내가 정성들여 키우던 꽃 화분이 보인다.
파란 물조리개로 물을 부어주고 마른 헝겊으로 잎을 닦아주고,
꽃이 피면 달빛이 스러져 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 그 곁을 지켜주던,
그 어린 화초들이 앙상하게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결국 아내가 이혼을 말한다.
파란 물조리개로 물을 부어주고 마른 헝겊으로 잎을 닦아주고,
꽃이 피면 달빛이 스러져 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 그 곁을 지켜주던,
그 어린 화초들이 앙상하게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결국 아내가 이혼을 말한다.
이혼하자고 말해버렸다.
그가 나를 잡아주길 간절히 바라며 하지만 그는 말없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창밖만 보고 있다.
그가 나를 잡아주길 간절히 바라며 하지만 그는 말없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창밖만 보고 있다.
푸른새벽이다.
도시가 아직 눈뜨지 않은시각 우리가 자주가는 제과점
아직도 우리옷이 걸려있을 수 있는 새탁소,
아내얼굴을 떠 올리며 사곤했던 과일가게
모두 굳게 셔터를 내려버렸다.
왜 아내는 이 시간에 여행을 떠나자고 했을까?
도시가 아직 눈뜨지 않은시각 우리가 자주가는 제과점
아직도 우리옷이 걸려있을 수 있는 새탁소,
아내얼굴을 떠 올리며 사곤했던 과일가게
모두 굳게 셔터를 내려버렸다.
왜 아내는 이 시간에 여행을 떠나자고 했을까?
그와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었다.
아직 사랑한다는 말도, 그를 놓아주고 싶지 않다는 말도
아무말도 해주지 못한대신 마지막 시간 온전히 그를 갖고 싶었다.
아직 사랑한다는 말도, 그를 놓아주고 싶지 않다는 말도
아무말도 해주지 못한대신 마지막 시간 온전히 그를 갖고 싶었다.
남쪽지방에 어느 작은시골 마을 이었다.
이 넓은 낙엽송들이 조용히 쌓이는 작은마을
아직도 노을이 질 때는 밥 짓는 연기가 마을을 아늑하게 채워주는 낯설지 않은 마을.
이 넓은 낙엽송들이 조용히 쌓이는 작은마을
아직도 노을이 질 때는 밥 짓는 연기가 마을을 아늑하게 채워주는 낯설지 않은 마을.
그는 이 마을을 기억하고 있을까?
한번쯤 한 없이 국도변을 달리다 이 마을에 멈쳐선 그가 사랑한다고 고백했었는데
그 때 너무 행복했던 머리위로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어느 작은마을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아내는 낯선 부엌에서 찌게를 끓이고 있었다.
그녀가 파를 어숫하게 썰어 놓고, 마늘을 곱게 다져놓으며
찌게를 끓일 때 아무렇게나 들어올린 뒷 머리와 희고 가는 목덜미를
언제나 내가 보고있다는 걸 그 뒷모습을 내가 너무 사랑한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을까?
찌게를 끓일 때 아무렇게나 들어올린 뒷 머리와 희고 가는 목덜미를
언제나 내가 보고있다는 걸 그 뒷모습을 내가 너무 사랑한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을까?
오래 오래 찌게를 끓이고 있다.
지금 뒤돌아보면 그가 나의 눈물을 볼 것이므로,
부엌에서 그를 위해 밥을 짓고, 나물을 무치고, 찌게를 끌일 때
뒤에서 살며시 안아주는 그의 품안을 내가 너무 사랑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을까?
대숲 사이를 걷고있다.
노을이 가만가만 내려앉는 고요한 순간
창백한 그녀의 얼굴이 붉은 노을 빛에 아름답게 빛나는것을 바라보며
오래오래 참아둔 질문을 하고 말았다.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느냐고?
그의 검고 부드러운 머리결이 내 눈앞에 닿을듯이 흔들리고,
그의 따듯한 눈망울이 간잘이 날 바라보는 이 순간
말하고 싶다.
난 많이 아프다고, 아퍼서 당신의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될 거라고
그런병에 걸리고 말았다고, 다 말해버릴까?
그래도 그래도 내 곁에 있어달라고 매달려볼까?
난 자꾸 욕심이 난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나무 숲 속으로는 밤이 갑자기 찾아왔다.
아내가 급작스럽게 내게서 멀어진 것처럼
그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내게 등을 보인채 걷고 있다.
키가 큰 대나무 사이로 그가 사라졌다, 다시 보이곤 했다.
난 그의 뒷모습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않아 눈물을 참는다.
난 그를 사랑한다.
시골집에 오래된 장판이 뜨거운 군 불로 거무스르하게 녹아있었다.
난 떨고 있는 아내를 그 쪽으로 밀어넣고, 두터운 솜이불로 몸을 감싸줬다.
"고마워요."
"당신 나 없이 잘할 수 있겠어?"
"뭘요?"
"나 없이 따듯하게 옷도 잘 차려입고, 밥도 거르지 않고 챙겨먹고"
"주말에 놀러도 가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고 "
"그럴수 있겠어?"
"당신 나 없이 잘할 수 있겠어?"
"뭘요?"
"나 없이 따듯하게 옷도 잘 차려입고, 밥도 거르지 않고 챙겨먹고"
"주말에 놀러도 가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고 "
"그럴수 있겠어?"
아무것도 할수 없다. 그 없이 아무것도...
새벽바람 냄새에 실려들어오는 교회 종소리에 눈을 떳다.
아내가 곁에 없었다.
그녀가 없다.
그녀를 찾아 온 마을을 헤매고 있다.
나쁜여자. 아직 난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도 가슴속에 선명히 박혀있는 추억들도
그녀와 함께 하고싶던 아름다운 미래도 모든게 그대로인데.
아내는 모든걸 정리해 버렸다.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
희미하게 떠있던 별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고,
대숲 위로 붉을붉게 떠오른 태양이 마을에 가득찬 새벽안개를 거두어 갔다.
난 알았다. 아내가 날 이끌고 왔던 이 마을은 수년 전 내가 아내를 데려왔던 그 곳이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걸었던 대나무 숲 오솔길
그리고 숨길 수 없던 내 사랑을 고백했던 그 작은교회.
숨가쁘게 뛰어간 그 곳은 마당에서 소담스럽던 그 교회였다.
단정하게 무릎을 끓고 기도하던 그녀는 내 아내.
내가 사랑하고 사랑해온 나의 그녀였다.
여전히 아름다운 목덜미를 갖고 있는 나의 그녀였다.
그를 사랑해도 될까요?
밝고 건강한 아내와 사랑스런 아이들을 가질 수 있는 그를
그렇게 충분이 행복해도 되는 그를.
감히 사랑해도 될까요?
건강한 아내가 되어줄 수도, 사랑스럼 아이들을 안겨줄 수도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제가 그를 사랑해도 될까요?
안되겠죠? 그래선 안되겠죠?
아내의 기도를 듣고 있다.
나의 건강을 빌어주는 소리를,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소리를...
그리고 나도 기도한다.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그녀의 슬픈 병을 함께 앓아주겠다고,
가슴에 되색이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를 안아주겠다고
내가 사랑한 그녀의 뒷모습을 영원히 바라보겠다고,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짐했다. 그녀대신 내가 죽어도 그녀와 함께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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