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빛나는밤에(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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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이별여행
창밖으로 아내가 정성들여 키우던 꽃 화분이 보인다. 파란 물조리개로 물을 부어주고 마른 헝겊으로 잎을 닦아주고, 꽃이 피면 달빛이 스러져 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 그 곁을 지켜주던, 그 어린 화초들이 앙상하게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결국 아내가 이혼을 말한다. 이혼하자고 말해버렸다. 그가 나를 잡아주길 간절히 바라며 하지만 그는 말없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창밖만 보고 있다. 푸른새벽이다. 도시가 아직 눈뜨지 않은시각 우리가 자주가는 제과점 아직도 우리옷이 걸려있을 수 있는 새탁소, 아내얼굴을 떠 올리며 사곤했던 과일가게 모두 굳게 셔터를 내려버렸다. 왜 아내는 이 시간에 여행을 떠나자고 했을까? 그와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었다. 아직 사랑한다는 말도, 그를 놓아주고 싶지 않다는 말도 아무말도 해주지..
2024.01.19 -
제야의 밑 에서..
또다시 제야의 날이 왔습니다.. 내 마음에 무한한 평안을 주시는 나의 님.. 이렇게 불러봄이 참으로 오랫만 입니다.. 신 은 한번 버린사람은 다시 구원하지 않을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여 진정 오랜 세월을 당신에게서 떠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떠나 있음으로 하여 한시..아니 반시도 떠나지 않았던 당신에게의 향수가 뼈에 사무쳐 있었나봅니다.. 그리하여 이 겁많은 영혼은 그저 당신을 향한 사모의 정 만을 가슴에 담아 두기로만 했었습니다.. 내 영혼의 고향이 오늘따라 이렇게 가슴 저리게 그립습니다.. 눈이 오려는지 하늘빛이 한결 슬프게 물들어 있습니다.. 하늘은 언제나 말이 없지만 내게 요구하는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젠 눈만 감아도 떠오르는 철부지 탕아의 모습을 앞에두고 뒤늦은 참회를 생각 하고 ..
2024.01.19 -
제 3 화 11월에 내리는 비..
비가 오고 있다. 머그잔에 인스턴트 가루를 넣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가득 붓는다. 뿌연 창문에 입김을 불어 소매로 쓱쓱 닦아내본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가방으로 머리를 감싼 채 추수가 끝난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가고, 여름내 눈부신 초록으로 빛나던 나뭇잎들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잎새들을 촉촉하게 적시는 찬 빗물이 어느새 내 가슴 속 가장 아픈 기억을 슬며시 끄집어낸다. 그해 11월, 그날도 늦가을 찬비가 내리고 있었다. 난 따뜻한 방안에 엎드린 채 처마로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아버지가 말했다. 새 어머니가 들어오기로 했다고, 그녀는 아버지가 가르치던 제자라고... 난 대답없이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만 쳐다봤다. 얼마 후 그 녀가 왔다. 어머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어린 그녀를 맞이하..
2024.01.12 -
문학을 담다..
군산의 하늘은 아름다우리 만큼 온통 푸르고 눈이 부시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하늘을 올려다 본것도 참으로 오랫만인듯 싶었다.. 하지만 정작 여유로운 이마음을 표현해줄 하늘을 담은 모습이 없다는점이 못내 아쉬워 진다.. 길을 나설때부터 끓어오르던 어떤 흥분이 파란하늘을 보자 이내 가슴 밑바닥으로 가라앉는것 같았다.. 산책 으로도 음악으로도 차지 않는 기대감이 조금 채워지는듯한 느낌이다.. 바쁘지만 늘 반복되는 생활에 따분했던 기분이 이제야 서서히 해소되고 있었다.. 언젠가 말했지만 내가 사랑하는것은 평온함이다.. 온갖 큰소리와 고함.. 눈꼽만큼도 손해 보고는 살지 못하는듯 질러대는 악다구니.. 자동차 소리와 TV 소음.. 그리고 스스로 거부할수 없는 관습..체면의식.. 그런 따위에 눌려 숨막히는 생활을 이..
2024.01.05 -
가을.. 길을 나서다
아침 6시.. 안개가 비끼는 새벽아침에 길을 나선다.. 온통 뿌연 새벽안개가 여행자의 설래는 마음을 오히려 진정 시켜주는듯 하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속도를 올려보지만 금새 출근길의 차량들로 서행 하고 만다.. 문득 커피생각에 휴계소에 들러 카라멜 마끼야또 한잔을 사들고 다시 차에 올라타 CD를 올리고 Pink Floyd 를 듣는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지며 성정이 온화해 진다.. 생애 처음으로 홀로 떠나는 여행이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게 혼자 떠나는 여행을 동경하게 되었다.. 혼자 자동차를 타고.. 혼자 커피를 마시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음악을 듣고.. 그렇게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고 홀로 바람처럼 표표히 떠나고 싶었다.. 어느날 문득.. 지워져 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내안을 가득 채우게 될..
2024.01.02 -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것은.. -조병화-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어려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202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