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에세이(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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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의 고석정 - 철 원 -
매서운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기게 하던날..그사람의 동생이 운영하는 철원의 송어횟집에 왔다가 혼자 바람이나 쐬려 나온길에 우연히 만난 절경의 고석정 이다..그 는 형제 자매와 수다 삼매경이 빠져있다..ㅋ이런곳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썩 유명한 관광지 였다..워낙에 동장군의 기세가 사나운 지방이기에 살짝 추위가 겁이 났는데생각 보다 견딜만한 추위였다..그동안 해발 700고지 에서 살았던 평창의 겨울도 만만치 않게 이력이 닿았나 보다..^^ 강원도 철원..한탄강 중류에 위치한 이곳 고석정은용암이 식어 생긴 높이 10m의 암석으로처음에는 고석암으로 불렸다가 꼭대기에 신라 진평왕이 정자를 새운후 부터 고석정으로 불렸다..남한에서는 유일한 현무암 분출지 이며조선 명종 때의 의적으로 알려진 임꺽정이..
2024.03.10 -
늙어 가는 아내에게 -황 지 우-
늙어 가는 아내에게 -황 지 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 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 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 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2024.03.10 -
어서 돌아오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고양이 한마리가 집에 나타나기 시작했다..지난여름..저녁무렵에 손님들이 바베큐를 시작할때쯤이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정원에 마련된 손님들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여기저기서 주는 먹이를 취식하고 있었다..처음에는 몇번 오다 말겠지..하고 생각 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 소리만 나면저만치서 바람처럼 뛰쳐나온다그러더니 이젠 아예 아침부터 문앞에 웅크리고 앉아 우리가 나올때를 기다리고 있다..처음볼때 녀석은 누군가 사람의손에 의해 길들여진듯 온순하지만목에는 목걸이가 아닌 그냥 전기줄로 꽁꽁 감겨 있었다..왠지 보기가 안쓰럽고 딱해보였는데 마침 목줄을 끊어주니 녀석은 마치굴레에서 벗어나기라도 한듯 마당을 구르며 좋아한다..가만히 들여다보니 밉지않게 생긴 모습이다..고양이는 요망하며 영물이라 했는데..문..
2024.03.08 -
녹색에 취하다..
가을 하늘이 공활하게 눈이 부신 어느날..자동차의 선루프를 열고 따뜻한 가을햇살을 받아들인다..반쯤열린 차창너머로 들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에 긴머리칼이 함부로 날린다..나는 지금 서울과 정반대의 아주 먼곳에 와있다..굳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건 아니었다..그저..한번쯤..혼자서 길을 나서고 싶었던것 같다..정말 일탈은 아니었을까..남도의 끝자락에 서서 아주 잠깐동안 내가 왜 이시간에..왜 이곳에 혼자 이렇게서있는지에 대한 정체성의 모호함에 의문이 들었다.. 전라남도 보성..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앎직한 대한다원..보성녹차밭 이다..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마자 마주하게 되는 가로수길..이 나무가 메타세콰이어 나무인지는 잘모르겠지만 담양의 그곳과매우 닮아있어 메타세콰이어길 이라 불러도 될듯 싶다...
2024.03.04 -
엄마의 빨간 재봉틀..
미싱이 도착 했다..유튜브에서 어떤 젊은아빠가 아이들 옷을 만들어 주는걸 우연히 보고는 막연하게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에 그날로 온라인 주문을 하고 무작정 사놓고 보니 미싱을할줄 아는것도 아닌데 내가 무엇에 홀려서 왜 이걸 샀는지 어이가 없어졌다..ㅋ박스를 뜯어내고 미싱을 꺼내보자 어찌해야 할지 멘붕이 오기전에 문득추억이 먼저 왔다..기억조차 까마득한 아주 어렸던 그때..엄마의 빨간 재봉틀이 떠올랐다..학교를 파하고 뜀뛰기로 집에 도착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루에서 재봉틀을 돌리던엄마의 모습이 보였다..가방을 던져놓고 엄마곁으로 다가가면 엄마의 머리위에 앉은 하얀 실밥이 눈에 띄였다.."이것 마져 하고 밥먹자.." 하던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가만히 엄마곁에 누우면왠지 자장가 같았던 재봉틀 소리에 나..
2024.02.06 -
가을바다.. 커피향이 흐른다..
굳이 가을과 커피를 말해 무얼할까..때로는 씁쓸함이 깊어지다가도 뒤따르는 단맛의 아련함에 빛깔과 향기가 자매처럼 닮아 있는걸..그래서일까..가을이 되면 유난히 짙은 커피향이 그리워진다..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커피를 잘마시지 않지만 가끔 한잔씩 마시는 그 향만은 잊지않은 탓이다..가을날의 커피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고독한마음 한잔을 마시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한때..독버섯같던 그리움이 승화되어 아련한 추억으로 쌓여가고 여린가슴에 못자국처럼 새겨졌던그리움도 이제는 밤하늘의 별처럼 아롱져 맺혀져 버렸다..사랑과 그리움의 잔상에 조금 아파져와도 절대 가을탓으로 여기지 말자했다..행여 생겨날 허한 가슴시림과 체한듯 뻐근한 가슴앓이도 차라리 가을이준 선물이라 생각하자했다..어디선가 커피 볶는 향기..
202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