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2. 00:46ㆍ블로그 에세이/낙 서
안양의 어떤 초등학교 옆을 지나가는데 학교 안에서
커다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한 마음에 담장안을 들여다보니 마침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열리고 있는 듯 했다
아..
가을 운동회..
무엇에 묻혀 사는지..
현실에 두발을 담고 있는 탓에 가을 운동회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문득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이끌리듯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파란 잔디가 깔린 운동장 에서는 메스게임을 하는지 어린 아이들은
작은 손에 각각 부채를 들고 또는 곤봉을 들고 열심히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었다
한쪽 스텐드 에는 학부모 인듯한 사람들이 웅성대며 응원을 하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몇 안되는 적은 인원 이었다
경제 생활을 하는 맛 벌이 부부들이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
아이들 학교 운동회가 예전 같은 축제로서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탓도 있었을 것이다
내 겐 이상하리 많큼 어린 유년시절, 서울의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오히려 아버지를 따라 시골에서 보았던 작은 학교의 가을 운동회가
지금도 기억에 또렷히 남아있다
아주 어린 초딩시절 경상도 성주의 어느 작은 시골학교..
먼지 풀풀나는 학교 운동장엔 오색 만국기가 펄럭이고 청군,백군 으로 나뉜
아이들은 공 을 굴리고.. 줄다리기를 하고.. 엄마 아빠와 함께 한쪽 다리를 묶고
달리기를 했다
넘어져도 웃었고..승부에 져도 웃었다..
운동장 한쪽에선 번데기..아이스케끼..군밤..옥수수 장수들이 먹거리를 팔고
온 동네 사람이 전부 학교 운동장에 나와 있는듯 시끌벅쩍 흥겹고 정 넘치는
마을 잔치였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시작된 운동회는 하루 종일 이어졌는데 지금의 운동회는
오후 2시면 모두 끝난다고 한다
그저 식순에 맞춰진 행사일 뿐 이다
뿐만 아니라 소음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나마 매년 열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어른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아이들이 함께 뛰어노는 일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진다
잠시 운동회를 구경하다 돌아서며 올려다본 가을 하늘이
무척 이나 공활 하다
"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당신만
많이 보고 싶습니다.." 라는
김용택의 시 를 문득 떠올리며 발걸음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