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3. 00:53ㆍ블로그 에세이/낙 서
청마 유치환..
1908.7.14 ~ 1967.2.13
경상남도 통영 에서 출생..
그는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며 교육자 이다
또한 그는 극작가인 유치진의 아우 이기도 하다
1931년 월간문예에 "정적"을 발표 하면서 문단에 등단했으며
1939년 첫번째 시집 "청마시초"를 발표한다
부산여상( 현제 부산영상 예술 고등학교) 교장으로 교육계에
투신하던중 1967.2.13. 수정동에서 버스 교통사고로 인하여
병원으로 후송 되는 도중에 사망한다..
- 백과사전에서 발췌 -
유치환..
내가 오늘 유치환을 만나려 하는건 오랫동안 그의 섬세한 문학적 자세를
흠모 해왔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때의 친일에 관한 논란은 피하려 한다..
그저 자신의 가장 진실된 내면의 호소를 형상화된 시로 표현하는 청마의 문학을
만나고 싶을뿐이다..
그런 그의 섬세한 문학 한가운데에는 사랑하는 여인 "정운 이영도" 가 있었다..
이영도..
호는 정운..
청도 에서 태어난 그녀는 시조시인으로 등단 하면서 문예계에 조명을 받기 시작한다..
결혼하여 딸하나를 낳았지만 남편은 폐결핵으로 사망하고 해방이 되면서
통영여중에 교사로 부임한다..
같은 학교에 국어교사로 교단에선 청마는 한눈에 운명 처럼 정운을 가슴에 담는다..
겨례와 조국을 열애하고 분노해온 뜨거운 가슴의 젊은 청마는 스물아홉의 청상
이영도를 불같이 사랑한다..
하지만..
이룰수없는 애정을 가슴속 깊이 묻고 그영혼적인 의지로 뜨거운 열병을 간직한채
20여년의 긴 불길을 성숙한 대화로 승화시킨 5천여통의 연서로 통곡의 사연을 남긴다..
사랑이 이처럼 아름답지 않았던들 어찌 그토록 순수한 감성이 솟구쳤을것인가..
새벽녘에 사랑한 그를 꿈에서 보다
이렇게 고운 보배를 나는 가지고 사는것 이다
마지막 내가 죽는날은 이 보배를 밝혀 남기리라
- 1956년 12월 26일 청마의 일기 중 -
매일 새벽 일기를 적듯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붓을든 정성과 열모..
오랜 세월에 걸친 방대한 수량의 편지는 그야말로 지고하고 지순한 사랑의 연서다..
서른 아홉의 장년에서부터 육순에 이르기 까지 20여년의 긴 일월을 두고 한결같이
청마가 불러온 이름은 지애한 정운..
애달픈 정운.. 이었다
등성이에 누워 이렇게 눈감으면
영혼의 깊은데 까지 닿는 너
이 호막한 천지를 배경하고
나의 모나리자..
그러나 어찌 어디에도
안아볼길 없는 너..
깃발 처럼 살다간 청마..
역동적이면서도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좌절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청마의
시세계를 과연 얼마나 올바르게 이해할수 있을까..
깃 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려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그리움" 이란 시는
정운 에게 보내는 또다른 연서의 일부분 임을 안것은 한참후의 일이다..
정운이 교사로 부임하기전 까지 운영했던 수예점과 청마가 집필하는 사무실의 거리는
우체국을 중심으로 5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창넘어 정운을 보기 위해 청마는 매일 수예점이 보이는 우체국 창가 에서
편지를 썼을것이다..
파도야 어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까딱도 않는데
파도야 어저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그 리 움 -
정운은 청마의 시세계의 정신적 지주 였다..
그를 빛나게 했으며 또한 테마 였다..
안으로 뜨거우면서 겉으로는 아닌척 다스리는 정운의 말과 행위가 결국 청마로 하여금
생애의 목마름과 허무속으로 끌어 들인 것이며 그 목마름과 허무의 의지는 또 청마로
하여금 평생토록 노도 같은 시를 쓰게 했던것이 아닐까..
정향.. (초기 정운의 아호는 정향 이었다)
당신 그린 세월이 이렇게 소리없이 밀려오고 끝이 없습니다
깊은 사랑이란 이렇게 슬프고도 어진 선물 입니까?
당신..나의 당신..
그리울때는 어쩌면 죽을상이 못견디겠습니다만 갈앉으면 외려
더욱 반갑고 향그럽습니다
정향..
당신만은 끝내 높게 맑게 외롭게 있어 주십시요
귀한 정향..
당신의 그 높고 외롭고 정함이 이내 나를 빛나게 합니다
궂은날씨 같은 세상에서 내 비록 남루하고 부끄러운 허울일지언정
내안에 언제나 빛나는 당신이 자리하고 눈떠 계시니
어찌 끝내도록 내사 슬프겠습니까?
진정 참된 사랑을 가졌으니 나는 다시 어질게 느껴집니다
세월이 갑니다..
그리운 세월이 갑니다..
바람이 호면을 살을 끼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세월은 우리의
목숨위를 스치고 갑니다
정향..그렇지 않습니까?
나의 귀한 정향..
그러면 안녕..
- 1952년 6월26일 청 마 -
한시절 우리는 우체국에 기대어 살았다..
한사람을 마음에 품는날 부터 우리에게는 편지를 썼다 지우고 다시 쓰는
불면의 밤이 찾아왔다..
아주 오랜 세월 편지는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 이었다..
청마 에게서 우체국은 때어 놓을수 없다..
아마도 우체국 창가에서 정운을 바라보며 편지를 썼으리라..
- 행 복 -
- 유 치 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 보다 행복 하느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빚 하늘이 환히 내려다뵈는
우체국 창문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로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 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고 헝크러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 인지도 모른다
사랑 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 하느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 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 하였네라..
- 나는 시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 글이 문학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직 내글이 인생의 목숨이 희구하는 바요
그 진실이 무엇 인가를 찾아
그것을 증거함 으로써 족할 따름이요
그 증거를 위하여 만이 내 글은
값 쳐질 것입니다 -
그가 늘 문인 동료들에게 해오던 말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호소한 가장 진실된 내면적인 절규를
들어봄으로서 비로서 청마의 문학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것 같다는 나만의 강평을 해본다..
그가 사랑한 정운 여사에게 보낸 5천 여통의 서간..
그건 바로 청마의 인간사 이자 나아가 청마문학의 모태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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