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 00:55ㆍ블로그 에세이/낙 서
7월치의 달력을 찢다가 문득 내나이를 떠올렸다..
이제는 나이에 대한 느낌이 확실해 졌다..
2,3월 달 까지만 하더라도 아니 5,6월달 까지만 하더라도
한살 더 먹었다는 사실에 별로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환갑도 훨씬 넘긴 나이 라는 사실이 명명백백 하게
내마음에 자리 잡았다..
장마로 시작된 더위와 함께 어느덧 육십대 라는 나이에 착잡한
느낌이 오늘따라 종일 나를 따라 다닌다..
왠지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다..
마음에 구멍이 숭숭나서 그 시린 바람들이 마구 들어 오는것 같다..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아무것도 남긴게 없는데..
어떤 이들은 이나이를 놓고 절정이란 말을 하기도 한다..
하기사 그런 이들도 있으리라..
물질적 풍요 속에서 세상살이를 능하게 사는 이들이 보면
나의 푸념은 무가치 하고 하찮아 보이기도 하리라..
웃음거리에 불과한것이라 생각 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황 마디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설령 결과가 과정을 삼켰을지라도..
그래서 아무것도 안남았을지라도..
오히려 상처만 남겼을지라도..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흔히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누추한
결과는 비웃음의 대상이 될수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떻게 생겨 먹었던 어떤 환경에 처해있던
자기 앞에 놓여진 시간을 살아갈수 밖에 없다..
세수를 하고 거울앞에 섰다..
맑지않은 눈..
이젠 새치라고 말할수 없는 흰머리..
그을린피부..
가는손목..
곧 나자신에게 실망한다..
빈약하다..
어디한군데 내세울것이 없다..
남들 눈에도 이렇게 초라해 보이려나..
자신을 추스려 보고자 다시한번 눈매를 또렷히 긴장 시켜본다..
아까보다 훨씬 좋아보인다..
그냥 내나이로 보이고..
그저 조금더 깨끗하게 보이고..
그리고 초연하게도 보인다..
그러다가 또 갑자기 이게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렇지도 않으려 한다는것..
둘곳없는 마음이 끝간데 없이 허무한데 시치미를 때고 있으려 한다는것..
이것 자체가 위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란 백열등..
괜시리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둠과 불빛사이로 세삼스레 일렁이는 감정을 느낀다..
약간 서글프고..
울것만 같고..
또 질투같은것 같기도 하다..
거울앞에서 돌아선다..
바보같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 다시금 입술을 야무지게 닫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