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 에서..

2024. 12. 31. 23:55블로그 에세이/낙 서

 

해돋이를 맞이하러 가는길이 꽤나 막힌다고 한다..

바다로 가는 사람들..

그들은 매번 그곳에서 무얼 버리고 무얼 얻어 오는걸까..

비릿한 바다내음 가운데서 소요하는 정신이 느껴진다..

갈매기가 수평선을 나르는 자유로운 낙원이 눈앞에 보이는듯 하다..

나는 지금 자유롭고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나 바다..

바다는 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한해의 끝자락에 서면 늘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한다..

이 넓은 하늘아래..

이렇게 아득하고 멀고 큰세상에서 이렇듯 사소한 생명으로 살면서 때돼면 떠나 한조각

구름처럼 흩어져 가게 될것도 알면서 무엇에 그리도 연연해 살았는지..

나는 그간 내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상을 향해 눈울감고 귀를 막으며 몸을

숨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잘것 없이 살아온 60여 평생이지만 왜 이렇게도 허무한지 모르겠다..

허공에 매달려서 헛발질만 해대는 그런느낌..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고 힘이 다빠지고 나서야 내가 땅을 딛고 서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항상 그렇지만 멈추었을때야 비로서 나를 보게 되는것 같다..

바다는 언제나 내게 동경의 대상 이었지만 한편으론 두려움의 대상 이기도 했다..

썩은 목선이 되어 검은 바다에 투신하던 무서운 꿈을 꾸었던 지난날의 기억이 가슴에 박힌

못자욱 처럼 남아있는 까닭 에서다..

이런날은 어쩔수없이 물 스며들듯이 가슴에 스며드는 현재의 생활과 혹은 삶의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물음을 또다시 던지게 된다..

돌이켜 보면 나는 참으로 헛깨비 처럼 살아온것 같았다..

사람답게 행하지 못했으며 그저 시간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 바로 견디고 있는걸까..

힘들었던 기억들..

어긋난 결과들..

또다시 마 가 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새차게 도리질을 해본다..

그래봤자 다음에 돌아오는것은 내몫의 엄청나게 불어난 괴로움 뿐이란걸 너무나도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욕심 만으로 쌓은건 결국 번뇌이며 고통 이었다..

닫힌 가슴 사이로 싸아 하는 파도가 지나간다..

답답하다..

어떤 형틀 같은것에 묶인듯 가슴을 조여온다..

무엇엔가 눌려있다..

무엇인지 모르겠다..

목에 힘줄이 솟고 장딴지에 근육이 솟는다..

벗어 나려고 애를 쓸수록 더욱 가슴을 조여온다..

나는 벗어나려 애쓰는데 나를 감싸고 있는 틀은 나를 더욱 압박한다..

온힘을 다해 벗어나려 용을 쓴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체 기 를 쓰고 잠에서 깨어났다..

가슴을 찍어 누르던 꿈속의 압박감은 이내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 시원하고 후련했다..

어둠속에서 나를 꼭꼭 감싸고 있던 그 딱딱한 형틀은 나를 구속 하고 있던 인습 이나

굴레는 아니였을까..

하후하루가 뱀 같이 소리없이 흘러 2024년의 마지막 날에 다다랐다..

시간의 흐름이 참으로 경이롭다..

그러고 보니 2025년은  을사년..푸른뱀의 해라고 한다..

개인적 으로 올해는 지난해 같이 뱀처럼 소리없이 스르르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쟁같은 포화..작은 웅성거림과 살기위한 치열한 행위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신 할수있는

길 임을 절대 부인할수없다..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그래도 또 걸음을 옮겨야 한다..

2025년의 내 삶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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