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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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
새벽녘..길가에 수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로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서 왔다..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못다한 이야기가 이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을 따라 가을이 묻어서 왔다..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 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빗줄기에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만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왔다..상큼하게 높아진 가을 하늘..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감쪽같이 매미소리가 들리질 않았다..실상 계절이란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바뀌고 옮아 가는가 보다..이왕에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그..
2024.11.13 -
두려움..
오랫만에 책상에 앉았다..거의 한달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던 책상엔 노트북과 그옆에몇권 꽃혀있지 않은 책들..펜꽂이..그리고 건강식품으로 먹던 몇개의 약통들이 먼 여행길을 떠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듯뽀얀 먼지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물티슈로 먼지를 닦아냈다..문득..목숨줄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다시는 볼수 없었을지도 모를 모습들 이었다..어쩌면 다시는 이자리에 앉아 있지 못할지도 모를 일 이었다..또다시 가느다란 생명줄을 겨우 움켜쥐고 간신히 돌아왔다..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 두려워 진다..바로 핸들만 꺽으면 되는 삶과 죽음의 차이가 단 한걸음 이라는게 놀랄만큼사실적 이지만 그렇게 몇번이나 고비를 넘긴 내게도 아직까지죽음앞 에서는 초연해 지질 않는다..겨우겨우 살아가야 하는 불안정한 이 삶의 후..
2024.10.16 -
가을 운동회
안양의 어떤 초등학교 옆을 지나가는데 학교 안에서커다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궁금한 마음에 담장안을 들여다보니 마침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열리고 있는 듯 했다아..가을 운동회..무엇에 묻혀 사는지..현실에 두발을 담고 있는 탓에 가을 운동회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문득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이끌리듯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파란 잔디가 깔린 운동장 에서는 메스게임을 하는지 어린 아이들은작은 손에 각각 부채를 들고 또는 곤봉을 들고 열심히 음악에 맞춰율동을 하고 있었다한쪽 스텐드 에는 학부모 인듯한 사람들이 웅성대며 응원을 하고 있었지만눈으로 보기에도 몇 안되는 적은 인원 이었다경제 생활을 하는 맛 벌이 부부들이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아이들 학교 운동회가 예전 같은 축제로서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탓도 있었을..
2024.10.12 -
행복한 상상
모처럼 깊은 잠을 잤다..아내가 커튼을 걷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깨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이렇게 곤한 잠이 들다니 ..근래에 없던 일이다..그러고 보니 어젯밤엔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입큰 개구리들도 없어진듯 했다..상쾌했다..수면부족으로 아침엔 늘 잠깐동안 이지만 아찔한 현기증을 느껴야 했던머릿속도 한결 가벼워진것 같다..오늘은 맛있는걸 먹어야겠다고 생각 하고 아침잠의 여운을 느끼며 기지개를 펴는데 밖에선 벌써부터 아이들의 짖까불며 뛰노는 소리가 들려온다..창을열고 놀이터를 내려다보니 꼬맹이 너댓이 놀이에 정신없이 빠져있다...목청껏 소리를 지르고..저렇게 온몸을 내던지고..문득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사력을 다해 그저 놀기에만 전념할수 있었던어린시절이 참으로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이가 들수..
2024.09.27 -
잠 못드는 밤..
새벽 3시..또다시 날밤을 새우는 일이 잦아졌다..습관처럼 되어버린 불면증..잠못드는 어두운 시간들은 하루의 잠을 통째로 날려버리기를 거듭했다..불면..무엇이 문제 일까..불면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을 잘수 없는 것이다..밤새 무언가를 해야해서 잠을 못자는것이 아니라 잠을 자야 하는데잠을 잘수가 없는 것이다..어릴때부터 항상 늦게 잠을 자던 습관이 지금까지 지속되며 불면증 으로이어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그때는 왜 그랬는지 그냥 밤이 좋았다..총총한 별 들이 좋았고..달그림자가 좋았다..한밤에 멀리 개짖는 소리가 좋았고..눈 내리는 소리도 들릴것만 같은 적막함이 좋았다..온전히 혼자인 밤..하루의 마침이 아닌 시작 이었던 밤..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있음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어쩌..
2024.09.21 -
덫..
소낙비가 지나고 나서야 나선 운동길에 물기를 가득 머금은 나뭇가지의한귀퉁이 에서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보았다..한여름..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했는데 제법 위엄을 갖춘 거미줄에 걸려들었나 보다..거미란 놈이 성큼성큼 다가가 발버둥 치는 매미를 물었다..매미는 꼼짝도 못하고 거미의 공격을 받을수 밖에 없는듯 보였다..매미가..오랜시간을 기다려 세상에 온 생명 인것을 거미는 아마도 모를것이다.....어딘가에 자신을 노리는 새가 눈을 반짝이고 있다는걸 거미는 알까..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