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에세이/낙 서(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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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상상
모처럼 깊은 잠을 잤다..아내가 커튼을 걷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깨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이렇게 곤한 잠이 들다니 ..근래에 없던 일이다..그러고 보니 어젯밤엔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입큰 개구리들도 없어진듯 했다..상쾌했다..수면부족으로 아침엔 늘 잠깐동안 이지만 아찔한 현기증을 느껴야 했던머릿속도 한결 가벼워진것 같다..오늘은 맛있는걸 먹어야겠다고 생각 하고 아침잠의 여운을 느끼며 기지개를 펴는데 밖에선 벌써부터 아이들의 짖까불며 뛰노는 소리가 들려온다..창을열고 놀이터를 내려다보니 꼬맹이 너댓이 놀이에 정신없이 빠져있다...목청껏 소리를 지르고..저렇게 온몸을 내던지고..문득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사력을 다해 그저 놀기에만 전념할수 있었던어린시절이 참으로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이가 들수..
2024.09.27 -
잠 못드는 밤..
새벽 3시..또다시 날밤을 새우는 일이 잦아졌다..습관처럼 되어버린 불면증..잠못드는 어두운 시간들은 하루의 잠을 통째로 날려버리기를 거듭했다..불면..무엇이 문제 일까..불면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을 잘수 없는 것이다..밤새 무언가를 해야해서 잠을 못자는것이 아니라 잠을 자야 하는데잠을 잘수가 없는 것이다..어릴때부터 항상 늦게 잠을 자던 습관이 지금까지 지속되며 불면증 으로이어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그때는 왜 그랬는지 그냥 밤이 좋았다..총총한 별 들이 좋았고..달그림자가 좋았다..한밤에 멀리 개짖는 소리가 좋았고..눈 내리는 소리도 들릴것만 같은 적막함이 좋았다..온전히 혼자인 밤..하루의 마침이 아닌 시작 이었던 밤..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있음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어쩌..
2024.09.21 -
2024년 8월 25일..
눈앞에 갓난 아이가 있었다..두눈을 꼭감은 아이가 조그만 손을 사방으로 뻗으며 쉴새없이 알수없는 몸짓을 해댔다..한손에 안고 감싸쥐어도 될 만큼의 작지만 건강한 녀석이 나의 아들로 태어나던 날..돌이켜 보면 그 벅찬 기억이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있다..그 조막난 갓난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보배였다..몇해전에 태어난 딸아이를 비롯해 아이들은 내인생에 있어서 더없이 소중한 존재들 이였다..아이들과 함께 있다는것은 나에겐 언제나 큰힘이 되었다..아이들 에게서는 또다른 따뜻한 위안을 받았다..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며 아빠라는 사실에 크게 만족했으며 아이들은 곧 내생명의 근원이 되었다..나 의 어머니가 나를 그렇게 낳으시고 기르시고 짝 지워 주신 것 처럼 세월이 변하고우리는 그 세월속에 잊은듯이..
2024.09.05 -
덫..
소낙비가 지나고 나서야 나선 운동길에 물기를 가득 머금은 나뭇가지의한귀퉁이 에서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보았다..한여름..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했는데 제법 위엄을 갖춘 거미줄에 걸려들었나 보다..거미란 놈이 성큼성큼 다가가 발버둥 치는 매미를 물었다..매미는 꼼짝도 못하고 거미의 공격을 받을수 밖에 없는듯 보였다..매미가..오랜시간을 기다려 세상에 온 생명 인것을 거미는 아마도 모를것이다.....어딘가에 자신을 노리는 새가 눈을 반짝이고 있다는걸 거미는 알까..
2024.09.03 -
아.. 저기 내 모습이..
1973년 마포초등학교 제 59회 졸업 앨범 이다..저기 내모습이... ㅋ너무나도 오래된 모습들 인데 친구들의 얼굴이 기억이 나는것 같다..이진환이는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며 만나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은 동창회가 아니면만날수가 없다..하지만 동창회에 나간다 하더라도 모두 볼수있는건 아니다..앨범 사진을 보자니 나이들을 먹은 모습들이 잘 그려지질 않는다..양재춘.. 서른살쯤에 간암 이라는 몹쓸 병으로 아주 일찍이 세상을 떠난 친구다..약혼식과 결혼식 모두 내가 사회를 봤었는데 소아마비 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설계사무실 에서 건축가의 꿈을 키우던 장래가 유망한 친구 였었다초등학교 친구중 에서는 그래도 가장 친하던 친구 였었는데...황금산이도 보인다..30대 중반 까지도 연락이 되서 가끔 만났으며 청계천 에서 ..
2024.08.28 -
음악다방 아영씨..
늘 그녀가 가슴속에 담고 있던 곡 이다.. Claude Jerome - L'orphelin - ( 고 아 ) 그녀는 참으로 표정에 인색했다..늘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며 웃음을 짓더라도 너무나 짧은 순간..한순간의 너무나 작은 웃음 이었다..그녀는 참으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닫혀있는 얼굴은 그녀의 모습을 더욱 그늘지게 만들어서 주위의 사람들도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기를 어렵게 만들었다..그녀는 화를내거나 짜증스럽게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지 않았다..다만 그녀는 표정이 없는 사람처럼 한가지 표정만 가진 사람 같았다..늘 같은 표정..늘 건조한 표정..늘 작은 표정..쉽게 어떤감정에 빠지지 않는것만이 커다란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 할수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
202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