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에세이/낙 서(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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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
새벽녘..길가에 수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로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서 왔다..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못다한 이야기가 이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을 따라 가을이 묻어서 왔다..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 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빗줄기에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만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왔다..상큼하게 높아진 가을 하늘..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감쪽같이 매미소리가 들리질 않았다..실상 계절이란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바뀌고 옮아 가는가 보다..이왕에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그..
2024.11.13 -
슬픈 영화
울었나 보다..아련한 사랑의 이야기에 오랜만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전철안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중년의 신사 에게도..공원 벤치에 한가로이 앉아 비둘기 모이를 주고있는 할아버지 에게도..운동하며 언뜻 스쳐가는 아주머니 에게도..어쩌면 한가지씩은아련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모른다..죽기전에 만나고 싶은 한사람.."당신을 떠올리면 내마음은 언제나 여름입니다.."하얀 백로가 우아하게 날개짓 하는 수체화 같은 풍경의 시골마을..농촌 봉사활동..그리고 억수로 내리는 여름비..윤석영(이병헌)과 서정인(수애)의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잔잔한 내가슴에 돌을던져또다시 파문의 물결로 일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유튜브 에서 우연히 보게된 영화..여름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오는 영화..군사..
2024.11.05 -
시 와 문학.. 음악.. 그리고 저항의 거리..
종로에서 친구들 모임을 마치고 들어가는 길에 혼자 명동을 찾았다..명동은 내게도 아니 서울에 사는 사람들 이라면 아마도 때어놓을수 없는 장소 중에 한 곳 일것이다..금방.. 추억이 따라왔다..나 도 명동을 사.랑.했다.. 박인환..김수영..이진섭..천상병..이봉구와 전혜린..나애심..시인..작가..음악인들은 명동을 사랑했다..저물 해 가 긴 그림자를 잡고 놓아주지 않을때 쯤이면 이들은 은성주점(최불암의 모친이 운영하던막걸리집) 이거나 유명옥 (김수영의 모친이 운영하던 충무로의 빈대떡집)에 하나 둘 모여들어막걸리 한사발에 시 와 노래를 읖조렸다..명동은 아주 오래전 부터 문화 예술인들의 거리였다..은성주점에 앉아 막걸리 한잔을 비울 단박의 시간에 써내려간 박인환의 시처럼 세월은 가고 오는것..서산에 노을이..
2024.10.24 -
두려움..
오랫만에 책상에 앉았다..거의 한달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던 책상엔 노트북과 그옆에몇권 꽃혀있지 않은 책들..펜꽂이..그리고 건강식품으로 먹던 몇개의 약통들이 먼 여행길을 떠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듯뽀얀 먼지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물티슈로 먼지를 닦아냈다..문득..목숨줄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다시는 볼수 없었을지도 모를 모습들 이었다..어쩌면 다시는 이자리에 앉아 있지 못할지도 모를 일 이었다..또다시 가느다란 생명줄을 겨우 움켜쥐고 간신히 돌아왔다..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 두려워 진다..바로 핸들만 꺽으면 되는 삶과 죽음의 차이가 단 한걸음 이라는게 놀랄만큼사실적 이지만 그렇게 몇번이나 고비를 넘긴 내게도 아직까지죽음앞 에서는 초연해 지질 않는다..겨우겨우 살아가야 하는 불안정한 이 삶의 후..
2024.10.16 -
가을 운동회
안양의 어떤 초등학교 옆을 지나가는데 학교 안에서커다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궁금한 마음에 담장안을 들여다보니 마침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열리고 있는 듯 했다아..가을 운동회..무엇에 묻혀 사는지..현실에 두발을 담고 있는 탓에 가을 운동회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문득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이끌리듯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파란 잔디가 깔린 운동장 에서는 메스게임을 하는지 어린 아이들은작은 손에 각각 부채를 들고 또는 곤봉을 들고 열심히 음악에 맞춰율동을 하고 있었다한쪽 스텐드 에는 학부모 인듯한 사람들이 웅성대며 응원을 하고 있었지만눈으로 보기에도 몇 안되는 적은 인원 이었다경제 생활을 하는 맛 벌이 부부들이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아이들 학교 운동회가 예전 같은 축제로서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탓도 있었을..
2024.10.12 -
LP의 향수..
청춘들의 그 시절..음악 좀 하고 듣는다는 장발의 청년들은 뽀얀 담배연기 자욱한 음악다방은 물론 청계천이나 세운상가 그리고 돈암동 등지로 싸돌아 다녔다..엄청나게 쌓인 해적판..일명 빽판을 단돈 500원 (80년쯤 으로 기억됨) 으로 구입할수 있었으니 그 얼마나 행복 했었으랴..ㅋ(하지만 500원을 지금 가치로 생각해선 않됨..)주머니가 가벼운 청춘들은 비싼 라이쎈스는 아니지만 빽판 일지라도그속에 " 롤링 스톤스" 나 "야드버즈" "핑크 플로이드" "퀸" 같은 앨범을 구하면세상을 다 가진 듯 환호하며 대단한 성취감에 들떠있곤 했다..빽판 이면 어떠랴..비록 백판 일지라도 행여 흠집 이라도 날까 조심조심 먼지를 닦고 턴테이블 위에 LP판을 올려 놓으면 "찍 직.."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에 전율과 ..
202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