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만들기(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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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에 취하다..
가을 하늘이 공활하게 눈이 부신 어느날..자동차의 선루프를 열고 따뜻한 가을햇살을 받아들인다..반쯤열린 차창너머로 들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에 긴머리칼이 함부로 날린다..나는 지금 서울과 정반대의 아주 먼곳에 와있다..굳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건 아니었다..그저..한번쯤..혼자서 길을 나서고 싶었던것 같다..정말 일탈은 아니었을까..남도의 끝자락에 서서 아주 잠깐동안 내가 왜 이시간에..왜 이곳에 혼자 이렇게서있는지에 대한 정체성의 모호함에 의문이 들었다.. 전라남도 보성..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앎직한 대한다원..보성녹차밭 이다..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마자 마주하게 되는 가로수길..이 나무가 메타세콰이어 나무인지는 잘모르겠지만 담양의 그곳과매우 닮아있어 메타세콰이어길 이라 불러도 될듯 싶다...
2024.03.04 -
가을바다.. 커피향이 흐른다..
굳이 가을과 커피를 말해 무얼할까..때로는 씁쓸함이 깊어지다가도 뒤따르는 단맛의 아련함에 빛깔과 향기가 자매처럼 닮아 있는걸..그래서일까..가을이 되면 유난히 짙은 커피향이 그리워진다..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커피를 잘마시지 않지만 가끔 한잔씩 마시는 그 향만은 잊지않은 탓이다..가을날의 커피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고독한마음 한잔을 마시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한때..독버섯같던 그리움이 승화되어 아련한 추억으로 쌓여가고 여린가슴에 못자국처럼 새겨졌던그리움도 이제는 밤하늘의 별처럼 아롱져 맺혀져 버렸다..사랑과 그리움의 잔상에 조금 아파져와도 절대 가을탓으로 여기지 말자했다..행여 생겨날 허한 가슴시림과 체한듯 뻐근한 가슴앓이도 차라리 가을이준 선물이라 생각하자했다..어디선가 커피 볶는 향기..
2024.02.04 -
영랑을 만나다.. (2)
영랑의 생가 입구 오른편에는 그의 생애에 가장 찬란한 업적인 시문학 창간에 관한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군산의 채만식 문학관이 그러했듯 이곳역시 그리 큰규모는 아니지만 첫인상은 잘 정돈된 느낌을 받는다.. 이골목엔 영랑의 생가와 기념관이 일반인들의 민가와 함께 섞여있다.. 강진 읍내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빌리가 보이고 다세대 주택도 있어 왠지 불협화음을 낼듯 하지만 묘하게도 동네의 골목과 어울린다.. 제1호 시문학 창간호 작업에는 영랑을 비롯해 정지용..박용철..정인보..이하윤이 주도 했으며 변영로는 2호 부터 작업에 참여했다.. 편집인 겸 발행인은 박용철 이며 시문학사 에서 발행 했다.. 시문학 이란 '시 또는 시’가 장르에 속하는 문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는 단 한줄로 명시 되어있다....
2024.02.02 -
바다에 서다..
여행은 떠나는 일이다.. 오늘의 나에게서 벗어나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만나는 일이다.. 언제나 있던 그자리에 두고온 많은것들이 그동안 내삶을 얼마나 꽁꽁 묶어두었는지 깨닫게 할것이다.. 버거운 현실.. 사랑에 목마른 일상도 외로움을 한뼘이나 키웠다.. 그럼에도 조화를 이루고 화해 하며 사는것이 결국 자신을 다시 찾는 일이기도 했다.. 작은 녀석이 2살때쯤 이였으니 얼추 30여년만에 다시 찾아온듯 하다.. 벽 하나 사이에 방 한칸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마당 한가운데 수돗가에서 시끌벅적 밥짓기에 여념 없었던 민박집은 간데없이 바닷물이 밀려나간 갯벌만이 홀로 쓸쓸하게 남아있다.. 어머님..동생네 식구..그리고 누님네 식구 까지 여름휴가로 왔었던 이곳.. 서해 변산반도는 이제 기억조차 희미해 졌지만 지워지지..
2024.01.30 -
영랑을 만나다.. ( 1 )
창문틈으로 조금 환한 빛이 들어오는듯 싶어 황급히 지리를 털고 일어났다..지난밤..늦은시간에 들어온탓에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강진 읍내를모텔방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비 가 올거라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하늘이 심상치 않다..그치만 햇볕이 쨍한 날씨 보다는 이런 잿빛하늘도개인적으로 좋아(?) 하는지라 오늘도 Good Day 를 예감해 본다..^^ 감성 강진의 하룻길..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까지 인지 잘알수가 없다..사전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마냥 맘닿는대로 길을 재촉하다 보니좀더 공부를 하고 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자책이 든다..하지만 말대로 하룻길 이라 하니 그리 긴 코스는 아닌듯 싶다..그저 골목길에 들어서 영랑생가와 시문학파 기념관.. 현구길(시인 김현구)..세계모란공원과 금서당을 둘러보며 가을..
2024.01.21 -
문학을 담다..
군산의 하늘은 아름다우리 만큼 온통 푸르고 눈이 부시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하늘을 올려다 본것도 참으로 오랫만인듯 싶었다.. 하지만 정작 여유로운 이마음을 표현해줄 하늘을 담은 모습이 없다는점이 못내 아쉬워 진다.. 길을 나설때부터 끓어오르던 어떤 흥분이 파란하늘을 보자 이내 가슴 밑바닥으로 가라앉는것 같았다.. 산책 으로도 음악으로도 차지 않는 기대감이 조금 채워지는듯한 느낌이다.. 바쁘지만 늘 반복되는 생활에 따분했던 기분이 이제야 서서히 해소되고 있었다.. 언젠가 말했지만 내가 사랑하는것은 평온함이다.. 온갖 큰소리와 고함.. 눈꼽만큼도 손해 보고는 살지 못하는듯 질러대는 악다구니.. 자동차 소리와 TV 소음.. 그리고 스스로 거부할수 없는 관습..체면의식.. 그런 따위에 눌려 숨막히는 생활을 이..
202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