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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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어느 아침
비 냄새를 맡아 본적이 있었다.. 한번도 그런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한번도 비의 냄새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비 냄새를.. 비의 내음을 맡아보라고 내게 얘기 해준사람이 있었다.. 비가 오면.. 그저 옷이 젖고.. 차가 막히고.. 불편 하다는것만 생각 했었는데.. 비도 커피처럼 내음이 있다는걸 내게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창문을 열었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는데 문득 방안에 비 냄새가 가득하다는것을 알았다.. 새벽부터 조금씩 비가 내린것 같았고 꼭 닫지 않은 창문틈 사이로 조금씩 튀어들어온 빗방울이 방안에 온통 비내음을 들여 놓았나보다.. 지난밤 잠을 설쳐서 그리고 아침부터 자신도 모르게 방안에 가득 차버린 비 의 내음 때문에.. 창문옆 벽에 기대어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뿌연 비안개에 묻..
2024.04.21 -
슬픈 식목일
4월 5일.. 식목일 이다.. 공휴일 이었는데 지금은 공휴일이 아니다.. 예전엔 식목일 이면 사람들은 한식날을 겸해 공휴일인 식목일에 조상님 성묘를 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성묘를 다녀가는 이들이 있지만 공휴일이 아닌 관계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나역시 과거 식목일엔 언제나 식구들과 함께 아버님 묘지에 성묘를 다녔다.. 겨우내 나목으로 버티던 산자락엔 어느사이 초록빛이 물들고 따스한 햇볕과 훈훈한 잎새바람이 살랑거리는 식목일의 성묘는 아버님을 찾아뵌다는 취지가 우선 이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가족들과 나들이를 한다는 의미가 더해져 언제나 기다려 지는 날이되었다.. 먹거리와 도시락을 준비하는 전날이면 아이들은 소풍을 가는것 처럼 좋아 했었다.. 성묘를 일찍 마치고 근처의 서울대공원 이나 청..
2024.04.13 -
어머니를 추모하며..
봄이 올때쯤.. 푸른숲에 붉은 동백꽃이 피고 대나무 가지에 새록새록 연녹색 잎이 피어나기 시작할때쯤 어머니는 늘 바빠지셨다.. 겨우내 하얀눈 안에서.. 그엄동의 혹한속 에서 조용히 얼어붙은 붉은흙에 상추씨를 심어도 될만큼.. 방울토마토를 심어도 될만큼.. 비록 한줌도 안되는 옥상 한켠에 마련된 작은 텃밭이지만 바지런히 호미질을 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텃밭과.. 그 어떤 고난에도 기어코 평생을 지켜오신 작은집.. 그 속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나의 어머니.. 봄이 올때마다 손에 흙뭍히는게 싫어 약속을 핑계로 도와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뿌리치고 도망나왔던 나의 젊은시절이 후회되 봄은 회한의 계절이 되고 말았다.. 그 계절에.. 내가 싫어하는 그 봄날에... 그렇게 어머나는 먼길을 가셨다.. 2012.4...
2024.04.05 -
어머님 상시..
꽃을 좋아 하셨다.. 옥상 한켠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정성으로 물을 뿌리며 꽃을 가꾸길 좋아하셨다.. 이윽고는 국화꽃으로 가마를 만들어 타고 가시려나보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께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말고는 꽃한송이 선물 한적이 없는것같다.. 작은일인데.. 아주 작은 배려 인데.. 아들에게 꽃을 선물받고 활짝웃으시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율리안나 님... 하늘에서 그레고리오님 을 만나셨나요... 그토록 오랜 인고의 세월을 그레고리오님 앞에서 통곡 하셨나요... 당신의 그레고리오님 곁에서 평안히 영면 하세요.. 가시는길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고 국화꽃이 넘칩니다.. 그래도 당신을 추억하고 기리는 분들이 적지않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가시기에 이봄날의 햇볕이 너무 청조합니다.. 너무도 허망해서 다..
2024.04.04 -
열아홉 청춘..
(1979. 11. 강릉 오죽헌 )기차는 무작정 달리기만 했다..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과 어딘가 에서 돌아가는 사람들은 기차의 흔들림도잊은체 그저 고단한 잠에 빠져있었다..지금 우리는 강릉으로 가고있다..벌써부터 바다와 하얗게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보이는듯 했다..수원에서 살고있다는 그녀들을 만난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다..하얀꽃잎 들이 나폴나폴 눈처럼 날리던 어느 5월의 봄날..친구와 함께 대구엘 다녀 오는 밤기차 안에서 우연히 그녀들을 만났다..그녀들은 객실 중간쯤에 앉아 있었으며 무엇이 그리도 재미 있는지 연신 깔깔대며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순수하고 맑아 보이는 그녀들에게 호기심이 작동했고 어느순간에 우린 그녀들의 일행이 되어 있었다..그녀들은 그때 4명 이었는데 졸업여행 으로 처음 부..
2024.03.29 -
늙어 가는 아내에게 -황 지 우-
늙어 가는 아내에게 -황 지 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 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 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 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202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