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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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 -오광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2024.02.03 -
제 7 화 소녀의 기도
그 마을로 돌아왔다. 10년 만에... 아직도 노을이 질 때면 밥 짓는 연기로 가득한 마을, 아직도 하루에 한 번 뿌연 연기속에 버스가 오고, 아직도 우체부가 올 시간마다 동구밖을 기웃거리는 머리 흰 할머니가 있는, 작고, 오래되고, 따뜻한 마을. 그 마을로 돌아왔다.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련한 추억이 서린 마을. 아직도 떠올리면 가슴뛰는, 내가 사랑하던 소녀가 살던 마을. 그리고.. 내가 살던 마을. 그 소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그 소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이 마을로 돌아왔다. 까까머리 소년이었던 내가단발머리 소녀, 그녀를 만난 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서였다. 그녀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늦가을 햇살이 마당가득 쏟아지고 있었고, 소녀는 검은 단발머리를 ..
2024.02.03 -
영랑을 만나다.. (2)
영랑의 생가 입구 오른편에는 그의 생애에 가장 찬란한 업적인 시문학 창간에 관한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군산의 채만식 문학관이 그러했듯 이곳역시 그리 큰규모는 아니지만 첫인상은 잘 정돈된 느낌을 받는다.. 이골목엔 영랑의 생가와 기념관이 일반인들의 민가와 함께 섞여있다.. 강진 읍내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빌리가 보이고 다세대 주택도 있어 왠지 불협화음을 낼듯 하지만 묘하게도 동네의 골목과 어울린다.. 제1호 시문학 창간호 작업에는 영랑을 비롯해 정지용..박용철..정인보..이하윤이 주도 했으며 변영로는 2호 부터 작업에 참여했다.. 편집인 겸 발행인은 박용철 이며 시문학사 에서 발행 했다.. 시문학 이란 '시 또는 시’가 장르에 속하는 문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는 단 한줄로 명시 되어있다....
2024.02.02 -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오랫만에 도서관을 갔다.. 도서관의 마당에 서있는 키가 큰 나무엔 매미소리가 요란했는데 어느새 계단을 올라서는 내 발자욱 소리만 들릴만큼 사위가 고요해졌다.. 눈부신 가을햇살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높고 구름없는 푸른하늘 아래 나래지친 빨간잠자리가 잠을자듯 사람이 없는 벤취에 앉아 인기척에도 꼼짝을 않는다.. 도서관 입구엔 여전히 체온을 측정하는 열감지 화상 카메라가 흉물스럽게 서있었고 사람들은 일상인듯 카메라 앞에서 차렷자세로 포즈를 취했다.. 36.3*.. ㅋ 코로나 4단계 실시중 이어서 인지 책 열람은 가능했지만 좌석엔 앉을수 없게끔 테이프가 줄처져 있었다.. 나는 역사소설이나 등장인물의 주인공인 "나"가 자신의 내적심리가 드러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1인칭 시점의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선택..
2024.02.01 -
제 6 화 슬픈미련..
11월은 신비한 계절이다. 낙엽과 첫눈이, 가을과 겨울이, 사랑과 이별이 공존하므로.. 인디언들은 11월을 '눈빛이 깊어가는 계절'이라고 얘기했단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가을하늘보다 융단처럼 거리를 뒤덮은 색 고운 낙엽보다 더욱 아름다운 것은 11월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깊어진 눈빛이다. 가을에는 이별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러나 첫사랑 그녀가 떠나간 계절, 가을이 되면 나는 한없이 헤매이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헤어지자 말하던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와 그 뒷모습까지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이다. 거리엔 그녀의 뒷모습을 닮은 여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긴 생머리만 봐도 아프게 내려앉는 가슴에 눈 둘곳 없어진 나는 발끝만 내려다보며 거리를 걷는다. 그녀를 잊기 위해 찾은 곳이 시련클럽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2024.01.30 -
바다에 서다..
여행은 떠나는 일이다.. 오늘의 나에게서 벗어나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만나는 일이다.. 언제나 있던 그자리에 두고온 많은것들이 그동안 내삶을 얼마나 꽁꽁 묶어두었는지 깨닫게 할것이다.. 버거운 현실.. 사랑에 목마른 일상도 외로움을 한뼘이나 키웠다.. 그럼에도 조화를 이루고 화해 하며 사는것이 결국 자신을 다시 찾는 일이기도 했다.. 작은 녀석이 2살때쯤 이였으니 얼추 30여년만에 다시 찾아온듯 하다.. 벽 하나 사이에 방 한칸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마당 한가운데 수돗가에서 시끌벅적 밥짓기에 여념 없었던 민박집은 간데없이 바닷물이 밀려나간 갯벌만이 홀로 쓸쓸하게 남아있다.. 어머님..동생네 식구..그리고 누님네 식구 까지 여름휴가로 왔었던 이곳.. 서해 변산반도는 이제 기억조차 희미해 졌지만 지워지지..
2024.01.30